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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금융 본궤도 진입 앞서 中 공산당 '제조 2025' 발톱 만난 韓

해양플랜트 후폭풍 와중 대응책 천양지차…고급선박 '치킨게임'서 밀릴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04 16: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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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해양플랜트 시장이 얼어붙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도 시름에 잠긴 가운데 결국 고급선박 시장을 둘러싼 양국 간 치킨게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양플랜트 영역이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전망이 있다는 판단하에 대거 투자를 단행했다가 관련 산업 경색 탓에 후폭풍을 맞았으나 고급선박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전체적인 틀은 고수한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해양플랜트 영역 타격을 다른 돌파구로 천천히 복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일반 상선 발주를 받아 회복을 기약하는 것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회복세를 기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일반 상선 등 해운업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만을 내세워 조선업 발전 모멘텀으로 삼기엔 난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고급선박 시장이 돌파구며 이런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경기 회복을 기다리는 중에 다른 교두보를 뚫어야 한다는 공통된 이해가 관련국 전반에 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한국은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여파로 휘청이는 등 타격이 크며, 중국 역시 건조한 뒤 인도를 못 한 플랫폼작업지원선(일명 PSV)만 해도 100척을 상회하는 등 해양플랜트 불황 쓰나미에 고통받고 있다. 트레이드윈즈 등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량의 PSV가 은행권 저당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양플랜트 발주업체들이 융자를 받을 길이 없어 결국 인도를 못 받고 주저앉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중국 조선업체들이 계약을 취소하는 등 맞서기도 어려운 게 사실. 결국 은행권의 도움에 기대는 식으로 부담 전가가 일어날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더불어 '중국제조 2025' 내용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중국 조선산업계를 괴롭히는 PSV의 경우 중국 정부가 새로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적극 수주를 독려해온 부문이다.

최근 나온 중국제조 2025 내용은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뜻이 담겼다. 이는 근래 단행해온 서비스업 발전 중심의 성장 지침이 휘청이는 상황이 제조업이 생각만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온 보조 엔진 가동책으로 읽힌다.

중국 공산당은 선진국이 가진 각 산업별 점유 비율을 감안할 때 근래 열을 올려온 서비스업 발전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면 포기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G2 중 하나라는 경제적 위상에서도 그렇고,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고루 발전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경제적 성과 영위가 어렵다는 점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선택이다. 

선진국형 산업구조로의 정착 차원에서 서비스업 발전은 계속 추진하되, 글로벌 위기 속에 부진한 제조업에도 발전을 추가 도모한다는 식의 전략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중국은 무조건 제조업 발전이라는 가시적 성과 획득에 매몰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혁신능력 제고나 품질 제고, 제조업-정보화 결합, 녹색성장의 4대 과제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단순 굴뚝 산업형 제조업 대신 '스마트한 제조업' 획득과 구축에 열을 올릴 게 분명하다는 풀이다.

자동차의 경우 신에너지에 방점을 찍으며 신소재, 생명의약과 항공우주장비, 고기술 선박 등 구체적 육성 산업 분야도 이 계획 안에서 거론했다.

이를 위해 외자유치와 해외 투자진출은 물론 각종 금융 관련 지원 등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우리 관계기관들은 이와 관련해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비하면서 시장 틈새를 파고드는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산업에서의 독자적 발전만 고집하지 말고 중국업체와의 제휴와 협력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있다.

문제는 조선산업처럼 이미 오래 전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우려를 사는 산업, 특히 많은 글로벌 조선사들이 고기술 선박 쪽에 눈길을 돌리는 와중에 중국의 질주 의사가 확인된 상황임에도 우리의 대응책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이번 중국제조 2025만으로 모든 것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기존 방식으로 은행권에 부담을 안기면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을 중국 공산당이 다른 영역에서도 발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래서 해운업 관계자들 중에는 자국 조선소 지원을 위한 중국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지원 확대 가능성을 요주의 대상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다. 비운항 선주사인 시스팬의 투자 행보 역시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복심으로 볼 수 있는 요소여서 예의주시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 해운과 조선이 사실상 각자도생을 통해 위기 모면을 검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선박금융이 아직 발전의 꽃을 피우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시기에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만나게 돼 문제가 크다는 탄식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박금융이 SLS조선 문제에 따른 사법 분쟁과 얽혀 크게 퇴보하고, 은행계에서는 저금리시대의 본격 새 투자영역이 아닌 잘하면 본전, 못 하면 큰 타격을 안고 들어올 수 있는 재앙쯤으로 인식돼 왔다.

이에 따라 어서 선박금융 발전을 도모하지 않으면 조선산업에 대한 발전 지원은 물론 저수익시대의 금융권 발전안 마련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중국과 고기술 선박시장을 둘러싼 치킨게임이 벌어질 시기가 불과 10년 내외에 닥친다고 가정할 때, 현재와 같은 선박금융 펀더멘털로는 대응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