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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직접 교섭론…'현대차 귀족 파업' 뒷정리 나서나

"기업노조 안 놔주는 관행 따르면 골칫거리도 처리해야" 주문 높아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01 14: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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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폭스바겐 연비 사기 사건으로 경쟁 관계인 세계 카메이커들이 신바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유독 현대자동차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노조측이 강경 드라이브를 걸어놓고 임기 만료를 이유로 주저앉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임단협 무기한 연기'라는 곤란한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추석 연휴 직전에 부분 파업을 강행해 사측에 적잖은 손실을 입힌 바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부분 파업을 단행함으로써 강경 투쟁에 대한 노조원들의 의지를 고취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하게 투쟁을 지속하면 노조측에도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겠으나, 지난달 30일까지로 임기가 제약돼 있는 관계로 새 지도부 편성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데 있다.

사측이 느끼는 곤란함의 정도는 더하다. 이번에 파업 드라이브를 걸긴 했으나, 이번 노조 집행부는 상대적으로 온건파에 속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대로 파트너십이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 사실 없지 않다. 새로 지도부를 구성하고 또 이들이 협상 전략을 정해 구사하는 것에 대응해 줄다리기를 진행하면 사실상 임단협의 연내 타결 자체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폭스바겐 사기 후폭풍 상황에서 현대차만 지나치게 오래 '불확실한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게 된다. 완전히 역주행한다는 정도의 피해는 아니라 해도 회사가 당분간 입을 유무형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지도부 없는 상황' 특수성 해결 방법 마땅찮아…주저하는 사측?

그렇다고 사측이 적극적으로 일각에서 논의되는 해법인 '노조 집행부 임기 연장' 쪽에 편승하기도 쉽지 않다. 사측으로서는 현재 노조의 지도부 공백 상태를 비상적인 상황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담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문제는 법적인 논란 가능성이다. 노조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하려면 현대차가 가입돼 있는 금속노조의 규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현 집행부에는 변경된 임기를 적용할 수 없도록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있어서 이 점도 불씨가 될 수 있다.

현재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의 관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개별 기업노조가 상위단체인 산(업)별노조에 가입하거나 연합체 등에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일개 하부조직이라는 형식을 띤다. 독일 등 산별노조 활동이 강한 국가와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은 그 근원과 운영의 연혁이 다르므로 다른 외국 제도의 산별노조 권한의 막강한 인정 등에 대해 조절을 해 개별 사건 판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차제에 논의하기로 한다. 

금속노조 규약이나 현대차노조의 지부 규정을 종합하면 임원의 임기나 부재시 사항, 선출과 불신임 등에 대한 사항만 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동관계 법령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총회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임원 선출 및 탄핵이 내용적으로 들어가 있을 뿐, 현재와 같은 비상적 상황에 대한 연장이나 비상기구 설치 등 권한을 총회나 다른 어느 기구가 쥔다고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

단지 차이가 나는 부분은 현대차 노조가 지부 규정에서 임원의 임기와 관련, 임기 시작은 10월1일로 하고 기간을 2년으로 못 박은 정도다.

그러므로 현재 의견상 대결이 있으나 대체로 어떤 식으로든 위원장 임기를 연장하면 문제라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집행부가 책임지고 뒷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총회를 대신하는 대의적 기구로 성격 정의를 할 수 있는 대의원대회에서 추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주장은 약 10일 정도 한시적으로 임단협 문제에 대한 전권위임대사를 쓰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런 의견은 상급기구인 금속노조가 직접 나서면 된다는 강성 원칙론이 제기되면서 임기연장 가능 주장과 함께 어차피 불확실한 임시변통론으로 비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별노조 가입으로 개별 기업노조가 독자적 지위에서 갖고 있던 협상권을 맡게 돼 있는 구조이므로 이를 행사하면 되는 간단한 길을 놔두고 에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불가능하고 논리적으로도 문제인 이슈에 계속 매달릴 게 아니라 금속노조가 직접 나서면 된다는 아이디어로 명쾌함에서는 현재 이 논의를 따라올 해법이 없다.

'귀족노조 싼 똥' 궂은 일 거부하면 '산별노조 횡포론' 재부상 가능성?  

한편, 이와 관련 산별노조의 그간 행보를 보면 당연히 이번 문제도 맡아야 한다는(오히려 금속노조측이 현재의 논란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대차 사측에 협상 요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별노조 시스템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을 떠받치는 강한 원동력으로 그간 평가받아왔다. 이는 산별노조의 강한 전투력이 어디서 오는가의 문제다. 함께 가입돼 있는 산하의 개별적 기업노조(지부라고 해야 정확)들을 때로는 정치적 파업이라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동정파업에 대거 동원하는 방식으로 산별노조는 막강한 힘을 과시해왔다. 특히 이는 금속노조가 우리 노동사에서 가져온 위상과 역할론을 되짚어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물론 금속노조로서는 현재 현대차 노조가 내세웠다 협상이 지리멸렬해진 아이템들을 떠맡고 나서는 게 달갑잖을 수 있다. 노조는 사측의 임금 인상 요청보다 상당히 큰 파이 배분을 요청하고 있는 데다, 해외 생산 공장 가동이나 증설 등에 대해 노조와의 협상을 거치도록 하자는 안건을 내미는가 하면 국내차 생산 공장을 증설해 달라는 요구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사실상 해외 생산기지 이전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일자리 굳히기 전략'이라는 비난도 일각에서는 할 정도로 경영권 침해적 요소가 크다. 이런 상황에 금속노조가 강경 협상 스탠스를 택하면, 세간의 비판이 쏠릴 수 있는 이른바 귀족노조가 싼 똥에 금속노조가 주저앉는 지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상위단체로서 이런 궂은 일을 마다할 재량이 없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는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산별노조가 상급노조조직으로서 일단 가입한 개별적 기업노조들에 대해 상당히 막강한 힘을 때때로 개별 노조(지부)의 복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취향이나 지향점과도 어울리지 않는 방향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운영에 반발해 기업노조가 상급노조를 탈퇴하려 해도 이를 막아서는 자유 박탈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노동조합 조직형태변경'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는 그간 법학 중에 상대적으로 찬밥 대접을 받았던 노동법학 가운데서도 특히 구석진 곳에 가려졌던 문제다. 그러나 근래 많은 기업별노조들이 산업별노조에 가입한 상황에서 갑자기 이 이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바, 이는 발레오전장이라는 회사의 노조가 오랜 시간 가입됐던 금속노조에서 벗어나 다시 독립적인 기업별노조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1심과 항소심에서는 현행 법리상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 상고가 이뤄지면서 대법원에 공이 넘어갔다.

물론 '그냥 나와서 새로 하나 만들고 그 새 조직이 다수파면 되는 거지, 뭘 저러고 있나?'라는 냉소적 시각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명분상 절대로 타협이 불가능한 일이다. 당당한 내 노조를 왜 남의 손에 넘길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 뒤에 내 손으로 깨고 나와 새로 만들어야 하느냐는 불만이 있고, 실질적으로도 노조 재산 귀속 관계 등 난감한 이슈가 있다.

현재 발레오전장과 적극적 대결을 펼치는 것은 사실상 금속노조다. 외면상으로는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가 기업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무효 소송 사건이지만 이 상황에서 금속노조측이 단호한 공격 논리 공급에 조연 이상의 역할로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물론 박진호 저 '노동조합 조직변경에 관한 한·일 판례 법리 검토'를 보면, 일본 판례는 극히 예외적이긴 하나 초기업노조 산하 지부가 독자성을 갖췄다면, 이는 절차를 준수한다면 다시 기업별노조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는 등 발레오전장 개별 기업노조의 행보에 설득력이 적지 않다. 다만 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차치하고, 금속노조가 이렇게 개별적인 기업노조의 이탈 자유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면 사소한 민원 등의 처리나 절차상 하자 등에 의한 협상력 결여 등에서도 당연히 '빅 브라더' 역할을 맡아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는 항변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직접적으로 귀족적 노조의 변질된 노동운동에 대해 금속노조가 어떤 식으로 조절을 해 줄지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협상의 태세 전환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일인 동시에, 한국 노동법학의 발전 콘텐츠를 다수 함유하는 안건이라는 점에서 관전 포인트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