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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朴 vs 非朴, 공천 혈투 시작됐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놓고 대립…청와대까지 가세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9.30 16: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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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년 총선 공천방식을 놓고 새누리당 계파들이 날카롭게 대립 중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 이후 청와대까지 가세하면서 친박(親朴·친박근혜)계와 비박(非朴·비박근혜)계가 정면충돌할 조짐이다.

김무성 대표가 추석 연휴 동안인 2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부산 회동'을 통해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도입을 끌어낸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친박계는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주류가 비주류 축출을 위해 시도하려는 제도를 김 대표가 합의함에 따라 문 대표의 입지만 강화해줬다는 비판이다. 반면 비박계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상향식 공천을 한국 지형에 맞게 변형시킨 것으로 오히려 주도권을 확보했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김무성 "청와대와 상의할 일 아냐"

김 대표는 30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부산 회동에 대해 직접 설득에 나섰다.

김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 따라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안을 제안한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의 공천안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최고위원들은 이날 비공개 석상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은 비공개로 두 차례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인제·이정현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경선하면 되는데, 꼭 여야가 같이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여야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라는 일치된 공천룰을 도입하려는 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론으로 채택된 오픈 프라이머리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굳이 여야가 합의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김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이정현 최고위원은 절차상의 문제를 들었다.

이 최고위원은 "친박 대 비박의 대결을 떠나, 아무런 당내 논의나 협의도 없이 (안심번호 도입에) 야당 대표와 합의를 보는 게 당내 민주주의인가"라고 짚었다는 전언이다.

친박계의 공세에 김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부산 회동의 발표는 최종 합의가 아닌 만큼 당내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를 전후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단순한 기법상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상의할 일도 아니다" "정치 쟁점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청와대, 다섯 가지 이유 들어 비판

김 대표와 친박계가 이른 아침부터 격론을 벌인 사이 청와대는 작심한 듯 청와대식 정리에 나섰다. 김 대표와 문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 다섯 가지가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청와대는 김 대표가 "청와대와 상의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 직후 김 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형식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비판했다.

청와대는 지지정당을 묻고 난 뒤에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역선택, 결과적으로 민심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여론조사 응답률이 2%도 안되기 때문에 조직선거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할 경우 막대한 세금이 든다고도 언급했다. 국민공천이라는 명분을 위해 세금공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상적으로 전화 여론조사의 응답과 현장 투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아울러 이번 두 대표의 합의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등 내부 논의 절차 없이 이뤄졌다는 절차상의 문제를 꼽았다.

친박계와 청와대가 겉으로는 야당과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로 귀결된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박 대통령 집권 4년차 이후 친박계가 국정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선에서 최대한 공천지분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박계가 주도하는 국민공천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현역 의원에 유리한 탓에 현재 비박으로 쏠린 여당 정치 지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앞서 친박계는 7·4 전당대회, 국회의장 선거, 유승민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민공천제' 친박? 비박? 누구에 유리 

김 대표가 일찌감치 국민공천제를 추진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청와대발(發) 전략공천을 저지하기 위한 공천룰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비박계로 통하던 원유철 원내대표가 김 대표와 노선을 달리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원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 합의가 지도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취지를 건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원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이나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와 코드를 맞춰왔기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의가 거듭되면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추진하는 국민공천제는 여야 대표 간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결국 정치관계법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원내사령탑인 원 원내대표의 선택이 무엇보다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