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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KT 회장의 자사주 매입, 공기업 수사바람 속 의미 있는 선제구

2020년까지 KT설계도, 黃 머리에…배당 성향 복귀 비롯 평판관리 측면도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30 12: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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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T가 간만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인 23일 황창규 최고경영자(CEO)가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간담회에서 지능형 기가 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2020년 융합 서비스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30일엔 자사주 매입 공시가 나왔다. 1억5000만원어치에 해당한다고 업계는 추산했다.  

이를 놓고 지난해 1월 취임한 황 회장이 드디어 감을 잡는 단계를 완전히 지나 나름의 새 법칙을 이번 회사에서도 쓰는 궤도에 확실히 진입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어필하고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아울러 현재 청와대가 창조경제 키워드를 놓고 분투하는 가운데 IoT 차세대 먹거리 개발이라는 이슈 카드를 쥔 KT와 황 회장이 큰 자부심을 느끼고 벌인 이벤트가 아니겠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당국은 경기 부양과 치적 남기기 차원에서 창조경제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에 극히 고심 중인 상황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한편 전체적인 그림을 좀 더 먼 거리에서 크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검찰이 정권의 안정과 집권 후반기 각종 현안 추진의 구심력을 강화하기 위해 포스코 이슈 등 지난 정권기의 각종 공기업 비리, 홍준표 경남지사 문제 등 고위층 비리 논란 등을 파헤쳐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그 실적 역시 별반 화려하지 않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어서 검찰 특수 기능이 무뎌진 게 아니냐는 논란이 조만간 불거질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이 만만찮은 실적과 앞으로의 비전을 갖춘 가운데 이번 이슈를 부각시키고 나선 점에 대해 단순히 책임감 있는 경영 추진의 의지 표명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 회장은 삼성에서도 반도체 관련 신화를 써온 인물 중 하나로 즉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다. 주인 없는 공기업 KT를 이끌기에 적임자라는 평과 함께 외풍에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 꼬리표를 떼지 못하면서 자리에 앉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이기에 현재 이통업계의 고민에 어쩌면 더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통업계의 고민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중단기 현안이라면 바로 2020년 무렵 5G 본격화 이전의 정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매상 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런데 황 회장은 이에 대해 인터넷 보안 분야 강조 등 나름의 구상을 한 것으로 읽힌다. 그가 2020년까지 순조롭게 거대한 규모의 실적 달성 구상 중이라고 밝힌 게 그저 호언장담이 아니라는 신호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일례로, 위즈스틱 같은 KT 자체 개발의 휴대형 보안 플랫폼은 향후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킬 폭탄이라는 분석을 낳는다.

스마트에너지사업을 통해 삼성전자 등이 스마트홈 내부의 구동을 장악하는 면을 차지하는 대신 전체적인 건물 에너지 관리 파이를 안으려는 쪽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전남 목포 중앙병원에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이미 적용하면서 자사 역량과 관련 시장의 숨은 난제 등에 대해 데이터 축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번 정권 교체기마다 공신들에게 공기업 수장 자리를 주는 관행은 오래 반복돼 왔다. 이에 따라 이전 수장들은 대부분 교체 상황에 내몰리거나 심한 경우 사정이라는 명분으로 영어의 몸이 되는 상황도 종종 연출됐다. 더욱이 정권 중간중간에 공기업 이슈 관련으로 수장 흔들기를 하는 시나리오도 쓸 수 있다.

이런 만큼 공기업의 높은 자리는 그저 무탈히 임기 마치기를 혹은 그저 천수답에 비 기다리듯 연임 혹시 안 시켜주나를 점쳐 보는 상황에 오래 노출돼 왔다.

이런 와중에 황 회장의 일련의 행보는 실적 개선 성적표는 물론 앞으로의 호조 가능성에 대한 브리핑, 아울러 긴 기간에 대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선언까지 버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KT의 개방형 플랫폼 'IoT 메이커'에 200개 스타트업이 참여한 점이나 과거 포스코 등과 함께 민간기업 대비 높은 배당 성향을 보였던 기조로의 복귀가 관측된 점도 눈길을 끈다.

물론 KT는 2015년도 배당을 재개하기로 했으며 주당 500원 수준의 배당을 검토 중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올 상반기 무선사업에서 순증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9월 들어 60만을 넘어섰다는 점을 이유로 거론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런 행보들은 '우군 만들기'로 파악할 수 있다. 실적과 비전 제시라는 두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황 회장에게 장기 집권 길을 열어주자는 여론 형성은 모양새가 특별히 나쁠 게 없으며 이번 정권처럼 공기업 관련 흔들기가 심한 시기에 허용되는 최소한의 방패라고도 볼 여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