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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유한양행 ②지분·후계구도…소유와 경영 분리

'주인 없는 회사'로 유명…투명경영 가능한 공익적 성격 '눈길'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9.25 10: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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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는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유한양행 2탄 지분구조와 후계구도를 함께 살펴본다.

1926년 12월 고(故) 유일한 창업주가 창립한 유한양행은 올해로 창립 89주년을 맞았다. 유한양행이 걸어온 89년 기업 역사는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한다.

1962년 제약업계 최초로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을 상장한 유한양행은 선진적인 경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2013년 제약업계 매출 1위 기업으로 올라선 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투명경영 가능한 독특한 지배구조

지분구조를 논하기 전 기억해야 할 점은 유항양행은 투명경영이 가능한 독특한 지배구조로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유한양행은 '주인 없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여느 기업들과 달리 공익법인이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주식분포를 살펴보면 대주주인 유한재단(공익사업) 및 유한학원(교육사업) 등 비영리단체 50%, 기관 투자자 40%, 개인 10% 등으로 분포되면서 공익적 성격의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를 보인다.

실제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올해 6월30일 기준, 대주주 유한재단의 지분율은 15.40%다.

유한재단은 창업주가 평생을 바쳐온 교육장학사업 및 사회원조사업을 보다 항구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결심 아래 1970년 개인주식 8만3000여주를 기탁해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발족시켰으며, 이듬해 사후 유언장 공개를 통해 전 재산을 이 기금에 출연했다.

이후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은 1977년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규정에 따라 재단법인 유한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소유주식 일부를 유한학원과 분할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어 위의 지분구조 표(2015년 6월30일 기준)를 살펴보면 유한양행은 계열사 유한화학, 유한메디카, 유한크로락스 등과 함께 8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유한양행은 유한화학, 유한메티카 주식 100.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유한크로락스, 유유칼믹, 엠지의 지분율은 각각 50.00%, 40.00%, 38.50%다. 또 한국얀센과 인도G.T.B.L 지분도 각각 30.00%, 26.50%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유한양행은 2010년 이후 간간히 벤처기업에 투자해왔다. 지난 2011년 관절염 이표제, 수퍼항생제 등을 개발 중인 엔속테크에 45억원을 투자했고, 위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2012년에는 한올바이오파마와 테라젠이텍스에 각각 295억원, 200억원을 투자해 9.26%, 9.17%의 지분을 취득했다.

다만 R&D 성공 가능성이 낮은 바이오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지난 7월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4.5%를 매각하고, 바이오니아에 100억원을 주자해 8.60% 지분을 취득하는 등 일부 지분을 투자하는 선에 그쳤다.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유한양행은 기업공시활동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주주의 권익확보와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정례적인 주주보고회, 신속한 재무제표의 작성, 고배당 정책을 통한 주주이익 실현, 유한재단 및 유한학원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 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투명한 경영을 펼치는 데 힘을 쏟아왔다. 회사 내·외부 모두의 신뢰를 얻어야 성공적인 기업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유한양행의 경영진 역시 대부분의 경영정보와 사업 결과를 주주 및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프라이드, 전문경영인 체제

유한양행은 또 공정경쟁시스템 구축과 기업의 대내외 신뢰 제고를 위해 지난 2007년부터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사회 의결에 의해 선임된 CP관리자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CP조직을 구성했다.

이러한 지배구조의 특징과 투영경영의 노력으로 유한양행은 이른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으로 남아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업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독특한 지배구조에 이어 유한양행의 후계구도 역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여타의 기업과는 다르다.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는 기업은 키워준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강조,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을 설립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또한 경영권은 자식이 아닌 회사를 가장 잘아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세상을 더욱 놀라게 했다.

유 박사는 1969년 10월30일 주주총회 석상에서 당시 조권순 전무에게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했다.

아들이 있었음에도 '기업 경영에는 정실이 개입돼선 안 된다'는 신념 아래 전문경영인 체제를 택한 것. 지금도 유한양행 직원 가운데 유 박사의 친인척은 단 한 명도 없다.

이처럼 유한양행은 유 박사 영면 이후 현재까지 전문경영인에 의한 내실 중시의 경영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특히 유한양행의 전·현직 최고경영자들은 모두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의 자리까지 올랐다.

기업주의 독단을 사전에 차단하고, 회사 내부에서 성장해온 '준비된 인재'에게 경영을 맡기는 선진적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와 운영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전문경영자의 책임경영과 합리적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기본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
 
내부의 인재를 육성해 최고경영자의 위치까지 오르는 유한양행의 시스템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낳았고, 유한양행의 전 직원들은 누구나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맡은 바 업무에 임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유한양행의 생산성 향상과 매출 신장의 원동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