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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헤어스팀팩'으로 번 돈, 방글라 기부…정지영 대표

한국 알릴 특허기술 들고 국제시장 누비는 만능 스포츠맨 무역업자

웨이팡=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24 08: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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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 이게 특허낸 팩은 맞는데, 사실 전에 사람들한테 설명해 보니 내용을 잘(거의) 못 알아 듣더라구요. 그냥 '소녀시대 광고를 하는 헤어 제품'이라고 소개해 주세요."

중국 산동성 웨이팡의 산업박람회장, 중국인들의 눈에 한류 대표 아이돌 소녀시대가 표면에 인쇄된 빨간 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시연 모델이 봉지를 뜯고 색상이 현란한 종이 두건을 꺼내자 1회용 모자냐는 반응이 처음에 나왔다.

하지만 10분여를 쓰고 있으면 머릿결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단순히 얼굴에 팩 하듯 영양 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 스팀을 준 듯한 기능까지 겸비한 스팀 헤어 팩이라는 설명이 뒤따르자 반응이 점차 달라진다.

이 특이한 기능성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상륙시킨 이가 바로 정지영 (주)에이치투엘 대표이사.

1967년 대구 출생인 그는 일찍부터 볼링과 골프를 배워 '86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볼링 국가대표 선발 관문까지 올랐던 만능 스포츠맨이다.

영남대에서 전자계산기학(컴퓨터공학을 가리키던 옛말)을 공부하는 등 사업 특히 생활경제 파트와는 거리가 다소 있을 것 같은 길만 걷던 그였지만 막상 변신을 하자 업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킬 정도가 됐다. 바로 특허권자들을 설득해 세상에 없던 새 물건을 상용화까지 성사시키는 데 재미를 붙여 국위선양을 하자는 '왕년의 태극마크 맨'다운 성향이 발동됐기 때문.

그는 이런 애국심과 방글라데시 5년 체류 경험이 "정말 열심히 살아야 되겠구나"라고 한량 같던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고백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연고대나 한양대 단국대 이런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도 갈 데가 많지 않고, 한국돈 2만원 정도면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수출자유구역에서 공장을 세워 4만원 가까이 주면 대단히 열심히 일합니다. 하물며 거리에 나가 보면 정말 작은 돈을 벌려고 얼마나 고생들 하는지 몰라요. 종종 홍수도 나고 눈물겹죠."

방글라데시에서 공장을 운영해 돈을 벌면서 풍족함에 익숙하게 젖어 어느 샌가 이를 당연시 하게 된 풍토를 돌아보게 된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열심히 살아 돈을 벌고 좋은 일을 하자고 결심하는 인생 전환점을 겪게 된다.

그가 돈을 벌어 방글라데시 사람들에게 종종 기부를 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효자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 게 바로 스팀과 영양을 동시에 공급하는 '헤어 스팀 팩'이라는 특이한 제품.

특허와 생산 절차 등을 모두 마치고 "이거, 외국 어딜 나가나 (장사가) 되겠다" 확신이 들자 그 다음 급히 추진해 성사시킨 게 바로 한국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 이미지를 제품에 쓸 수 있게 SM과 교섭한 것.

그만큼 한류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나라라면 어디든 파고 들어 바이어 상담을 하겠다는 자신감을 반영, 큰 모델료를 먼저 지출하는 초강수를 둘 정도의 역작이다.

"그래서 요새는 한국에서 한주 7일 연속으로 있어 본 적이 없어요. 박람회나 각종 기회마다 트렁크 하나 끌고 비행기로 날아가 얼굴색깔 다양한 바이어들을 보느라 바쁘죠. 버는 돈 조금 떼어 좋은 일에 쓰는 외엔 보따리상이에요, 그냥."

물갈이나 음식 투정을 딱히 하지 않는 데다 워낙 운동으로 다져진 체질인 그이지만 근래엔 다소 무리를 했는지 상담을 마치고 현지 숙소에 들어서면 밤 11시 무렵 스르르 잠이 든다고 한다.

"어휴, 기자님은 안 졸리세요? 저는 하루 종일 박람회장 좁은 부스 안에서만 이리저리 움직였더니 오히려 클립 들고 필드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한참 잔 것 같은데도 아직 피곤하네."

그럼에도 세상에 "한국에선 작은 기업도 이런 신기한 걸 만든다"고 자존심 있게 여행 다니는 낙과 방글라데시에서 결심한 대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기 만족으로 피로를 털어낼 수 있다고.

새로 착수할 아이템은 뭐 없나 고민 중이라고 하는 그는 중국 현지 총판 설립과 가동 안착에도 일단 성공했다고 귀띔한다. 아울러 이번 박람회에 같이 참석한 한국 중소기업들 모두 좋은 인연을 만들어 곧 본격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