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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선 최고대접에도 파업, 박람회서 한술 더 뜨는 북경현대

23일 황해 사이 두고 양국서 사회적 위치 잊은 추태로 '경쟁력 우려'

웨이팡=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23 17: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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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3일 서울에서는 많은 연봉에도 파업을 선언했다는 내용이 핵심인 언론 기사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리먼 사태 이후 퍼진 경제 위기가 아예 만성화되는 상황에서 외신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이었다.

한편 이런 본사에 질 수 없다는 듯 1시간 뒤진 시간대의 바다 건너편 중국에서는 북경현대차가 산동반도 웨이팡에 파견한 박람회팀이 직무유기성 행보를 보여 박람회장을 찾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웨이팡에서 개막한 이 행사는 제1회 산업박람회라는 명칭으로 열리는 글로벌 행사다. 중국국제상사와 한국 무역협회는 물론 일본 국제무역촉진협회 등 각국의 글로벌 교역 관련 반관반민 기구들이 대거 공동주최 형식으로 마련한 자리다.

4000여 업체가 참여하는 등 공식 행사 규모도 크지만, 개인 자격으로 들어와 관람하는 사실상의 바이어 수만도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이 자리는 세계 전반을 강타 중인 위기와 소비 침체 상황에서 서로 돕고 협력함으로써 서로 윈윈한 길을 찾자는 치열한 공동학습의 장(場)인 셈이다.

아울러 이는 동시에 각국이 자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의 장이자 어떤 혼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큰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나갈지를 타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다른 나라의 대기업 부스에서 장점이 보이면 이를 배우고, 자국 대기업이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든든한 마음의 배경 삼아 한층 더 가열하게 바이어들을 만나면서 수출길을 타진할 수도 있다.

그런데 북경현대는 장내 운영의 미숙함 내지 직무유기 우려를 부를 만한 모습을 노출했다. 사람이 크게 붐비지 않는 시간대임에도 개막 직후부터 부스 프론트를 비우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부스 한편에 마련된 상담실 겸 휴게실을 중구난방으로 운영해 사실상 관리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산 것.

긴 시간 죽치고 앉은 사람들을 관리하지 않는 것은 기업체 입장에선 정보 제공과 이미지 구축 측면에서 문제다. 오래 있어도 눈치 주지 않고 편안한 게 아니라, 자기 집 안방처럼 퍼지는 분위기면 이런 공간을 둘 필요가 없는 것.

요새는 공항 라운지만 아니라 국내에도 백화점이나 극장 등에 일부 소비재 기업들이 자사의 홍보성 라운지를 마련하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관리된 공간'이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사실상 없다.

왜 이런 상황이 되고 있을까? 북경현대 부스의 양측 상담실 내지 휴게실을 보면, 상대적으로 깨끗한 곳은 에어컨을 빈 공간에 돌리는 등 낭비적 요소가 있다.

상대적으로 열린 공간은 사람들이 휴식 중임에도 에어컨을 꺼놓고 정수기는 아예 플러그도 빠졌다. 물통도 없는 무관심하고 비우호적인 모습이라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진단된다.

당장 자동차 구매계약서를 검토할 사람이 아니면 왼쪽 공간은 아예 범접하기가 힘들다. 깔끔한 분위기의 라운지를 기대하는 손님은 버틸 수 없고 있기 싫은 오른쪽 공간은 그냥 앉을 데 없는 손님들이 오래 앉아 일행 중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등으로 '분화'가 됐다.

이에 따라 불과 23일 행사 첫날 오전만에 이 같은 관람객들만의 관행이 형성되고 이것이 그대로 유지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가장 나쁜 대목은 이런 두 문제적 공간 어느 쪽에도 문화적이지 않은 꾸밈새라는 데 있다. 벽에 차 그림 몇이 전부일 뿐 그 흔한 리플렛 하나, 기업 이미지 인형 하나가 없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은 명동 비싼 땅을 할애해 한층 전체를 한류 스타 김수현 관련 아이템으로 꾸몄다. 중국인들이 그걸 보러 들어왔다가 겸사겸사 좀 더 이동해 그 은행 창구에서 환전을 한다는 점은 이미 은행권의 소문난 스토리다. 

그런 예까지는 못 따라가더라도, 어느 정도 신경을 더 써 줬더라면 지금 같은 묘한 기류가 흐르는 공간으로 둘 다 사용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깨진 유리창 이론' 같은 사회학적 개념에 비춰보면 명확해보인다.

하나는 시원한데 눈치가 보이는, 하나는 좀 더럽지만 앉아 있을 만한 정도로 칸 낭비만 한다는 점이다. 웨이팡 현장에 북경현대의 차는 있으나, 이미지는 없다는 결론이 그래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