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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해부] 민노총에게 비정규직 이슈? '너는 내 운명' 맞니?

'산별노조 존재 의의 중 하나가 비정규직 보호' 소장학자 지적에 귀기울여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22 1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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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른바 '박근혜식 노동개혁'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 인공호흡을 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호소와 그저 해고를 쉽게 하는 신자유주의의 결정체라는 비판이 날카롭게 부딪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이 강력한 제동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총파업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지나치게 쉽게 물러선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가진 것으로 일응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민주노총의 박근혜식 노동개혁 저지 시동걸기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의 주장이 과연 실질적 정통성 위에 선 것인지, 지금 화두가 됐듯이 많은 이들이 거론하는 이번 노동개혁의 문제는 바로 비정규직 세상의 극단적 확장이 가능한가의 여부 이렇게 두 개의 논제가 거론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금속노조를 위시한 산별노조의 막강한 투쟁력으로 일단 그 존립의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한때 민주노동당이 곧 민주노총당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풍당당함을 자랑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신랄한 자아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종북주의 세력과의 결합 내지 이들의 침투를 막지 못한 것 그리고 그로 인해 그들에게 당을 사실상 헌납하다시피하고 잃은 대목이다.

민주노총 출신 저명인사가 당 행사에서 젊은 여자 손에 머리채가 잡히는 지경에 빠졌던 혼미 상태를 제대로 수습하고 속칭 '수첩공주'와의 일전에 나섰는지를 점검하는 일은 이번 일의 전투력 측정에서 좋은 지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개혁에서 독일의 노동개혁을 당국이나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 양측에서는 서로 아전인수하는 것으로 현재 우려를 사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우선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 특히 거대하고 강경한 산별노조에 주로 의존해온 민주노총은 관련된 학술적 논의를 우선 살필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이미 산별교섭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있으나 그렇다고 기업별노조에 모든 걸 개별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식의 극단적 국면 환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민주노총식 대정부 투쟁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그런데, 그 주된 이유에 대한 해석이 흥미롭다. 독일은 산별노조들이 그 산하 개별적 기업노조들에 대해 많은 예외 내지 개방적 조항의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이런 만큼 예외 조항에 대한 효과로 오히려 기업에서 개별적인 기업별노조와 협상하는 대신 산별노조와의 협상을 유지하는 안을 선호하게 한다고도 한다.

우리나라 산별노조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선 비정규직 가입과 그 이익 보호에 대한 적극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는 대목이 가장 클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이 그간 한국노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탄생과 존립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막상 금속노조 등 산하 산별노조에서 어떤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실질적 행동을 의미 있게 취해 왔는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음을 거론하면 특히 분발의 필요성이 있다.

특히 주된 전투력으로 꼽히는 금속노조에서도 현대차노조의 행보에 민주노총 전반의 행사 진행 성패가 갈릴 정도로 많은 쏠림 현상이 있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이 노동시장 개악저지 등을 내걸고 야심차게 4·24 총파업을 준비했지만 '반쪽짜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점을 아직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 '4번 타자'격인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노조가 미온적인 태도였기 때문이다.

한때 민주노총 총파업을 주도했던 현대차노조는 민주노총 80만 조합원 중 4만70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이다. 이미 이 자체로 하나의 퍼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노조의 참여 여부는 총파업 성사를 결정하는 큰 요인이었다.  그래서 총파업을 4일 앞둔 4월20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각각 위원장 등 고위층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금 시곗바늘을 좀 뒤로 돌려 9월 하순으로 고정한다면, 현대차노조는 일촉즉발의 시기에 들어섰다. 현대차 사측은 비정규직들을 대거 전환시키겠다고 했으나, 이를 놓고 신규 채용은 안 된다는 명분론적 비판에 나선 노조 내 강경파가 힘을 얻으면서 협상은 일단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노총으로는 총파업의 깃발을 든 상황에 주력부대 충원이 반갑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매번 어느 산별노조의 행보에 따라 투쟁의 강도를 저울질하면서 조절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해야 하는 게 과연 노조 본연의 모습이고 지향점인지는 과제로 남는다는 것이다.

'산별노조 전환의 노동법적 문제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이 있다. 경희대에서 석사 학위 취득용으로 제출된 것이며, 노동법 연구 중에서 가장 이론적으로 정치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 초보 학자는 이 논문에서 산별노조의 존재 의의에 대해 기업별노조가 임금 등 협상의 편의성에만 천착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산별노조는 필요하고, 어찌 보면 산별노조는 개별적인 기업의 노동자가 사측과 협상의 줄다리기를 하고 이에 만족(이를 권영호씨는 '실리적 기업별 조합주의'로 부름)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노동자'로 논의에 나설 도구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게 산별노조이기에 그 존재의 의미가 여전히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논문의 장점은 독점자본주의가 숙련공이 별로 필요치 않은 대량생산시대를 개막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반숙련 및 미숙련공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틀에 계급적 대중적 노동조합 조직으로 산별노조를 넣었다는 점이다.

산별노조의 발전은 사회운동의 논리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이 주장에 따르면, 오늘날 총파업 전야에야 비로소 비정규직 문제 미생론 운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현재 여러 산별노조 및 산별노조를 기틀로 하는 조직들은 자책할 대목이 적지 않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를 '레토릭'으로만 거론할지, 혹은 이를 '필생의 사업'으로 선언하고 나설지에 민주노총의 이번 대규모 파업 추진의 진정성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에는 큰 논리적 비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