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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순정마초 탈레반 같은 남자, 이종걸 의원 재평가

조용한 정치여정 접고 칼잡이 급부상…원내대표 안주 않고 원칙 외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22 08: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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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화려하면서도 외로운 길. 혹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의 소신을 일축하고, 혹자는 말은 맞는데 지금 그의 위치에서 그런 말을 하면 곤란하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의견 대결에서 상대방이 승리를 거두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난감한 지경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외화내빈의 길을 걷게 된 중진 정치인. 하지만 언제는 남들이 원하는대로 살았냐며 담담한 표정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정치 역정이 본격적으로 화려해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등 양지보다 음지에 보다 시선을 두고 일해 왔던 그는 여의도 입성 후에도 조용히 일 열심히 하는 정치인으로 한동안 남았었다.

과거 일부 정무위에서 여야 간 팽팽한 대치 상황이 빚어질 때에는 같은 당내에서 이 의원이 착하니까 저쪽에서 막 거짓말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의 캐릭터는 강한 대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 자부심을 내비치지 않아 그렇지, 그는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이회영의 손자로 어디 내놔도 빠짐없는 정치적 배경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경찰 수장을 지낸 조병옥 박사의 계보를 잇는 조순형 전 의원 정도를 빼면 그와 정치적 명문으로의 우위를 견줄 인물이 드물다.

그런 그가 남들 앞에서 속된 말로 '이빨'을 드러낸 일로 세인의 기억에 남은 것은 2009년 당 정체성 문제를 놓고 즉, 뉴민주당 플랜을 둘러싼 찬반 논쟁 때 정도다. 그는 이때 당이 자꾸 한나라당처럼 가면 안 된다고 제법 점잖게 말했으나 일부 인사들은 그 말에서 상당한 '원칙론'을 읽어냈다.

언젠가 그 소신이 정국의 소용돌이에 그를 몰아넣을 것이라는 호사가들의 걱정은 결국 현실화됐다. 그가 근자에 달라졌다. 문재인 당대표의 신임투표적 성격 발언에 대해 이렇게 할 게 아니라는 식으로 견제구를 던졌다.

또 안희정 충남지사를 상당히 띄우면서 미래 세대 정권 재창출 문제에 대해 의견 표명을 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당선 이전까지는 선수에 비해 너무 조용하다는 평판까지 없지 않았던 것을 의원실에서도 인식했던 것인지, 그보다는 이제는 무언가 그의 원칙론에 거슬리는 현실정치론에 칼을 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그의 행보를 이슬람 신학자 집단인 '탈레반'에 빗대기도 한다. 참고로 여의도에서 '원조 탈레반'으로 꼽혔던 천정배 의원이 마침 신당 창당까지 해 탈레반이라는 문제에 새삼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진다. 탈레반이라는 비유 자체가 안티성 별칭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하지만 자기 소신에 너무도 푹 빠져 사람들을 지나치게 잔인하게 대하는 IS(이슬람국가)와 달리, 탈레반은 원칙론자의 모습이 강한 '순정마초'라는 반론도 나온다. 참고로 이 의원에게 붙는 탈레반은 후자의 '순정마초 강경 기조'라는 평에 확실히 가깝다.

다시 다른 일을 보면 그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법안이나, 삼성생명법을 만들어서라도 그룹 전반의 구조를 정비하자는 그의 주장은 큰 틀에서는 친자본적, 친재벌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초선 시절, 모든 걸 다 처리하는 사실상의 상원이라는 법사위와 일이 가장 많다는 보건복지위에서 보낸 경험이 그의 식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16대 국회는 보건복지위가 의약 분업 등 터프한 주제로 야전사령부 분위기였던 시기다.

준비가 그렇게 안 된 일을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접했다. 일을 실전감각으로 배우는 습관을 몸에 붙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국가적 중대사를 몸소 고뇌하는 당시 초선 의원의 이미지는 많지는 않으나 몇몇 이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자기가 곤란해질 지언정 큰 문제를 대국적으로 접근하고 발언하는 담대한 구상과 배짱은 이미 일찍부터 싹트고 있었던 셈이다.

'문재인 체제'가 다시 유지되는 지금, 칼을 뽑아든 그는 어쨌든 곤란해졌다. 그는 언제까지고 순정마초 탈레반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고생길에 몰려 악만 남아 IS화될 것인가? 어떤 이들은 그의 할아버지 우당의 피를 이어받아 그가 끝내 순정마초 탈레반으로 남을 것으로 점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