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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할 약속' 콜센터위탁업체, 특별제안 남발은 독(毒)

'일단 따고 보자' 관행 여전 '상생발전 걸림돌' 지적 이어져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9.21 13: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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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5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의 콜센터 위탁운영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경쟁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 방식은 전문 콜센터기업의 운영 노하우와 신용도를 판단할 수 있어 안정적인 콜센터 운영을 유도한다. 업체 선정방식은 보통 기술점수 80점, 가격점수 20점을 종합 평가해 고득점 순으로 협상대상자를 고른다.

사업별로 자격조건과 콜센터 경력을 요구하고 있어 비슷한 규모와 경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참여함에 따라 기술평가 점수는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다.

가격점수도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하도급 단가 중 직접비(인건비)의 최저 금액을 사용사가 정해주고 그 이하는 설계하지 못하도록 해 가격점수 역시 결정적인 선별 기준이 되기 어렵다.

이에 사용사들은 기술평가 항목 중 '특별제안' 부분을 추가해 입찰 참가업체들의 차별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 취지는 차별성을 부각한 특별한 제안이었지만, 현재 특별제안은 사용사가 요구사항을 제안할 권리처럼 변질된 상태다.

무조건 '따고 보자'는 위탁업체들의 경쟁에 따라 야기된 무리한 제안이 사용사의 필수 요구사항으로 굳어지면서 이를 지키지 못하는 위탁업체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사례가 늘면서 일부 사용사는 제안을 지키지 못할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등 과도한 제안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제안서에 "도급임금 삭감, 계약해지" 명시도…

콜센터업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제안서 특별제안 항목은 정부의 대선 공약과 같은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A업체는 지역 내 국제 스포츠 경기가 유치되기 전 한 지방자치단체 제안서 발표회에서 해당 지자체 콜센터 위탁업체가 되면 상담사들이 출퇴근으로 이용하는 셔틀버스를 도입해 경기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이동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업계는 A업체의 추가제안이 콜센터 운영과 무관한 제안으로 경쟁에만 치우친 결과라고 경계했다. 콜센터 운영과 관련해 현실성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탰다. 

현재 The-K예다함상조의 콜센터를 맡아 운영 중인 또 B업체의 사례도 있다. 제안서 설명회 당시 B업체는 The-K예다함상조에 만여명 상당의 본사직원 상조가입을 제안했으나 현재까지 제안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B업체는 오는 12월 계약만료를 앞뒀다.

이외에도 타 콜센터 위탁업체는 식당시설, 억 단위의 시스템 설치 등 특별제안치고는 과도한 시설투자를 언급했으나 역시 실현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최근 무인경비업체 콜센터를 수주한 기업이 사용 중이던 기존 경비업체와 계약을 끊고 수주한 기업으로 바꾸려다가 반발을 사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특별제안의 실천을 믿었던 사용사는 위탁 계약 후 '실현이 어렵다'는 위탁업체의 달라진 태도에 강경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제안사항 불이행 사례는 특히 민간입찰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의 경우 제안서에 기재된 모든 항목을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할 때는 감사 대상이 된다.

예다함상조는 이번 입찰제안서의 기술평가항목 중 특별제안 항목은 기존대로 유지하되, 제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 도급비 삭감, 계약해지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조치는 제안을 지키지 않은 B업체를 겨냥, 특별제안의 실천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사 주목하는 특별제안, 위탁업체에 당연한 부담

한 위탁업체 담당자는 사용사의 입찰 공고를 확인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든다고 제언했다. 비슷한 레퍼런스를 가진 경쟁업체들의 참여가 뻔히 예상되는 만큼 이들 기업들이 제시하지 못하는 특별한 제안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특별제안이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사용사는 규모와 경력이 비슷한 업체들의 놓고 더욱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 특별제안 항목을 넣었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특별제안은 엄청난 부담이 된다.

사용사 역시 특별제안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위탁업체의 부담이 더욱 늘고 있다. 이러한 사용사의 인식변화는 '무조건 따고 보자, 일단 수주'를 목표로 지나친 제안을 넣기 시작한 위탁업체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지적을 부를 수밖에 없다.

회사의 이윤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방식으로 계약에는 성공했으나 지키지 못할 약속에 머무르면서 업계 신뢰도 추락은 물론, 사용사와의 갈등도 심화하는 악순환이 될 것은 자명하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사용사의 특별제안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특별제안으로 차별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좀 더 세밀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적 평가 항목이 늘어나야 위탁업체의 지나친 경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안과 실천의 괴리 '영업 따로, 운영 따로'

특별제안이 대선 공약처럼 부풀려진 것은 위탁업체의 운영방식 탓이라는 질타가 들린다. 일부기업 영업부 담당들은 신규계약 체결 시 인센티브 형식의 급여를 받는 곳도 있다. 즉, 타 산업에서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과 같은 운영 방침을 따른다는 것.

이에 따라 영업 당사자는 추후 발생되는 회사의 손실보단 무조건 수주를 목표로 제안서를 작성하게 된다. 성공리에 수주를 마친 후 운영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 또한 운영방식의 문제점이다.

영업직원이 체결한 계약서는 운영부서로 넘어가는데 이곳에서 과도하게 제시된 특별제안에 제동을 걸면서 사용사와 마찰을 빚는 것.

사용사는 운영부서의 입장보다 해당 영업사원과 해결점을 찾고자 하지만, 영업사원은 계약수주 이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 위탁업체는 처음 영업과 운영을 따로 운영하다 최근 영업과 운영에 대한 방침을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영업과 동시에 운영에 대한 책임도 갖게 된 담당자는 과도한 특별제안을 지양하는 방침을 따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운영과 영업을 별개 영역으로 간주하니 막상 문제가 발생할 때 서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에 한 상조업체의 조치는 이러한 문제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관계를 구축하려면 건전한 제안방식이 필요하다"며 "사용사 역시 특별제안을 과도한 요구사항으로 인식하지 않고, 위탁업체 역시 제안 전 운영부서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