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업해부] 유한양행 ①태동과 성장…처음의 역사는 계속

창립 89주년, 제약업계 최초 매출 1조원 달성…글로벌기업 도약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9.21 11:49:3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유한양행 1탄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아홉 살에 어린 나이에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가 고국에 돌아와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나라 잃은 설움과 더불어 동포들의 어려운 삶이었다.

미국에서 어렵사리 고학을 했던 유 박사는 그 원인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라 여겼다.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해 교육사업에 헌신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유 박사가 고국으로 영구 귀국을 결심하자, 당시 유 박사의 미주 독립운동 동반자였던 서재필 박사는 유 박사에게 작은 선물을 줬는데 바로 서 박사의 영애가 직접 만든 '버들표 목각품'이었다. 그것은 "버드나무처럼 민족이 편히 쉴 수 있는 큰 그늘이 되어라"라는 의미로, 향후 '유한양행'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유 박사는 1926년 12월10일 종로2가의 덕원빌딩에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을 창립한다. 당시 회사이름은 유일한의 성을 따서 '유(柳)'자를 쓰고, 이름의 끝자인 동시에 한국의 백성이라는 뜻으로 '한(韓)'자를 쓰기로 결정했다.

◆처음의 역사를 써나간 유한양행

고국 동포에게 힘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설립한 유한양행(대표이사 사장 이정희)이 올해로 창립 89주년을 맞았다. 유한양행이 걸은 89년 기업 역사는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한다.

유한양행은 일제시대 결핵치료제, 항생제 등 필수 의약품을 출시하며 '최초의 서구적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했고, 1960~70년대 고속 성장기를 거쳐 장수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1971년 창업자 유일한 박사 타계 시 유언을 통해 갖고 있던 유한양행 모든 소유주식을 공익법인인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1976년 재단법인 유한재단과 학교법인 유한학원으로 분리)'에 기증하면서 직원들의 높은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유한양행은 제약업계를 선도하는 선진적인 경영을 내세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약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또 유한양행은 1962년 제약업계 최초로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을 상장함으로써 '기업이윤은 될 수 있는 한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기업의 임무이며 책임'이라는 창업자의 의지를 실현해갔다.

유 박사는 '기업은 모든 구성원은 하나의 공동운명체'라는 신념을 갖고, 1936년 유한양행을 주식회사 전환하면서부터 공로주 형태로 회사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기업을 창업주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시절 실질적인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한 것.

이처럼 회사의 성장과 성과로 인한 기업가치 증대를 종업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신념은 지속된다. 유한양행은 지난 1998년과 2002년 2차례에 걸쳐 국내 상장기업 및 제약업계에서 최초로 임원뿐 아닌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실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의 선진적 경영은 빛을 발한다. 대다수 업체들이 매약(賣藥)에 몰두하던 1935년 경기도 소사(현 부천시)에 근대적 제약공장을 설립하고 자체 연구를 강화했다. 바로 국민의 건강을 위한 '가장 좋은 상품의 생산'과 '기업의 생명은 신용'이라는 기업이념이 유한 내부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군포공장이 1985년 국내 최초의 K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격업체 지정을 받고, 1988년 업계 최초 중앙연구소 KGLP(비임상시험관리기준) 적격 시험기관 지정을 받는 등 유한의 연구생산기지가 업계를 선도해온 이유다.

현재 오창공장도 cGMP(미국 FDA 인정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수준의 설비와 업계 최정상급의 제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3년에는 제약업계 매출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유한양행은 2014년에는 업계 최초의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제 유한양행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고 미래의 지속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업계 최초 매출 1조원… 국익 위한 규모의 경제 

100년 역사의 제약업계가 매출 1조원 기업 출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제약산업의 산업특성과 큰 관계가 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이유에서다.

국내 제약산업 전체 매출은 연간 16조~17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상위 글로벌 제약사 한 곳의 매출과 비교해도 많이 모자란 수준이다. 그러나 연매출 1조원 회사가 탄생하는 것은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기초체력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한양행은 '1조 매출' 달성의 첫 주자가 됐다. 유한양행은 현재의 성장세를 위시해 국내 제약업계 최초 매출 1조 시대를 연 것에 이어 명실상부한 1위 기업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굳건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제 유한양행의 새로운 목표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이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선진 제약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국내외 시장에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국내시장에서의 매출 확대를 넘어 향후 세계적인 제약기업들과의 공고한 협력관계를 통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경쟁력과 시장성 있는 분야에 집중해 성장의 가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업체 중 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핵심 원료의약품) 수출 분야의 최강자로 하나로 손꼽힌다.

아울러 유한양행은 미국, 유럽 등 선진 제도권 시장을 주축으로 하는 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의약품 생산대행 전문기업)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 거래 관계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과의 품목 확대 등 유대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신규 거래선 개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FDA, 유럽 CEP, 호주 TGA, 일본 PMDA의 엄격한 승인조건을 갖춘 원료합성공장을 중심으로 다국적기업과의 CMO 사업에서 사업 파트너와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유한양행은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제약사들과 신약개발단계부터 파트너십을 형성해 공정개발과 최적화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의약품 원료 합성 및 공정 기술 역량을 지속 높일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춘 것.

무엇보다 항바이러스제 분야에서는 국제적 신뢰와 인지도가 매우 높다.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에 C형 간염치료제 등의 원료의약품과 핵심중간체를 공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에이즈치료제, 페니실린제제 등의 원료의약품이 국제적으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능률협회'가 매년 선정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등 대외적인 평가에서도 유한양행은 12년 연속 제약업계 1위 자리를 지킬 만큼 가치를 고수하고 있다.

창업자인 故 유일한 박사의 창립 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한 기업윤리 아래 전문경영인체제, 정도경영, 공동운명체적 노사문화 등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며 기업의 건실한 발전을 모색해온 결과다. 

여기 보태 최대주주인 유한재단과 유한학원 등을 통해 시스템화된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은 유한양행이 우리 사회의 공기(公器)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국내 매출 1위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로의 길, 인류 건강을 위한 큰 꿈의 실현을 위해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유한양행은 '국민 보건 향상' '국가 경제 기여' '사회적 책임 완수'라는 창업자의 창업이념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한편, 혁신적 신약개발과 의약품 수출로 세계시장을 활짝 여는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