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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순수하지 않은' 보통국가론의 '난쟁이' 일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20 14: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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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권국가는 영토가 작으나 크나 부유하나 그렇지 못하나, 국제 무대에서 모두 동등한 하나의 주체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게 국제법의 대의이다. 국제법을 처음 배울 때 접하는 "거인이든 난쟁이든 모두 하나의 사람"이라는 비유가 바로 이 주권평등론이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힘의 대소에 따라 발언권의 우열이 있을 수 있으며, 전쟁을 할 수도 있고 그 책임 여파로 국제적으로 견제와 제약을 한동안 받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이 침략 전쟁의 원흉으로서 이른바 전쟁과 군대 보유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평화헌법'을 강요받고 패전 후 70년 세월을 지내 온 것은 이런 전체적 대의에서 보면 기본 전제면에선 지나친 감도 없지 않다. 다만 이 같은 결과가 최종적으로 옳은 것은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의 망상으로 저지른 많은 비극에 대해 책임있는 사과를 여태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아시아 전반의 공분 때문일 것이다. 

일본이 이번에 국회에서 11개 안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처리해 사실상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지위를 변경했다.

일명 보통국가론은 국제법상 주권론에서 보면, 일본으로서는 맥아더 장군의 GHQ(일본 점령군 최고 사령부)로부터 당했던 치욕을 씻어내고 세계에서도 순위권 내에 드는 경제력에 걸맞는 발언권 그리고 힘을 갖겠다는 의식의 발로이고, 그러니 '기본적으로는' 정히 이해가 못 가는 바는 아니라고 상술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주변에서 이런 일본의 저의에 대해 좋다는 국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대중국 견제 카드로 말 잘 듣는 푸들 일본을 풀어놓고자 개껌을 던져주는 차원에서 묵인하는 것일 뿐 아주 좋아하는 기색은 아닌 듯 하며, 러시아나 중국 등은 모두 보통국가론에 경기 차원의 불만을 갖고 있다.

혹자는 일본에 대한 견제 세력이 많이 뭉치는 핵심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법률로 합법화했다는 것에 있다고 풀이한다. 제3국 군대를 지원하기 위한 후방 지원 활동 범위의 제약을 없애고 활동 범위를 세계로 넓혔다는 점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현재의 정세상 미국이 작전하는 사실상 모든 문제에 일본이 군 병력을 보낼 수 있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한반도 유사시나 대중국 분쟁시 일본의 역할론에 우려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 개인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자위대를 미국의 위세를 등에 업은 상태로 세계 어디에도 파견할 수 있게 된 것도 물론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명 '예방적 자위권'식의 과격한 논리를 그들이 이번에 법률 시스템 내에 삽입했다는 부분을 기자는 가장 우려한다.

공격을 받은 경우가 아닌 위기의 사전 징후만으로도 군대를 파견하고,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게 한 점이 이번 안건 처리의 특징 중 하나인데, 이런 일명 예방적 자위권을 주장하고 구현하는 나라는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기자가 알기론 지구상에 이스라엘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일본사를 보면 전쟁으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은 호전적이며 타국가와 이민족에 대해 얼마나 잔인한지는 태평양 전쟁 당시 기록들이 생생히 입증해 주고 있다. 그런 그들이 세계 곳곳의 분쟁에 개입하며, 무엇보다 확고한 위기 발발 상황도 아니라 미리부터 내가 불안하면 선공을 날리겠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는 깃발을 이번에 높이 든 것이다.

기존부터 서양에서는 일본이 패전 후 경제 부흥을 일구긴 했지만 "경제는 거인, 정치나 군사는 난쟁이"라 평가했다. 자위대의 기형적 현실이 안타깝다는 뜻이 절대 아니라, 제대로 된 생각이 없이 만날 내각제를 빙자한 파벌 싸움에 매몰된 일본 정치권에 과거 과오의 죗값으로 애매하게 구성돼 있는 '군대인 듯 군대 아닌 군대 같은' 자위대 이상의 힘을 줄 수 없다는 조롱의 의미가 더 있다고 기자는 본다.

일본 같은 부와 기술력을 갖춘 나라가 지역 사회의 존경은 커녕, 왜 제대로 된 하나의 평범한 주권국이 가질 수 있는 군대 보유 능력조차 인정해 주기 싫다는 취급을 받을까. 그건 일본 도덕관의 그릇이 난쟁이 같은데, 잔인함은 거인 같기 때문이다. 주권론 같은 국제법 논리 빼고 인간 상식의 문제로 볼 때 일본의 법안 처리는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