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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지켜 '피닉제' 넘어서나? 안희정 지사의 '도비도에서 생긴 일'

이인제식 생명력과 원칙론 닮아 눈길…'신망있는 경제통' 굳히면 청출어람도 가능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20 14: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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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에게는 이인제 의원의 '리즈 시절'인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를 연상케 하는 업무 기시감(데자뷰)이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이야기다.

지금은 피닉제(피닉스+이인제의 합성어로, 당적을 바꾸면서 불사조처럼 살아남고 있는 바를 비웃는 말)로 지칭되지만 이 의원은 경기도지사 시절 가열차게 업무를 추진하고 높은 경제 성과로 YS가 '차세대 중앙 정치인감'으로 깜짝 발탁할 정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안 지사의 일에 대한 열정이 수원 도청에 앉아 있던 때의 이 의원의 그것 못지 않다는 평은 사실 썩 나쁘지 않은 얘기다.

다만 이 의원과 안 지사의 정치 이력을 따져 보면 이른바 SKY 출신이라는 점과 논산 동향이라는 외엔 큰 공통점이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판사 출신으로 양지만 따라다닌 이 의원과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 국장 등 현장만 누빈 야전 정치인인 안 지사를 어떻게 동렬선상에서 이야기하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이 대선 주자급에서 영락했지만 여태 살아남은 저력과, 한때 노무현 정권 출범 당시의 모든 원죄를 대신 덮어쓰고 영어의 몸까지 됐지만 결국 재기에 성공한 안 지사의 모습을 겹쳐보는 것이 전혀 비논리적 전개는 아니라는 평이다.

무엇보다, 안 지사는 현재 재선을 일궈내 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가장 화려한 시절에 진입한 셈이다. 이제는 초선 당시 쌓아놓은 낟가리를 뿌듯하게 바라보며, 3선을 생각하는 게 대체적인 재선 성공 도백들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략 해 보니 안 되는 일, 해도 될 것 같은 일을 구분하고 명성에 금이 가지 않을 정도의 추진 속도를 가늠해 볼 때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적당히 과거 자신과 맞섰던 상대 진영 후보의 공약 중 좋은 것을 주워다 쓰는 등 현실적 타협도 해 볼 때다.

하지만 이 의원이 자신을 최종적으로 대선 주자로 올려놓지 않는 당의 처사에 반발해 뛰쳐나가 독립군으로 대선을 치르는 저돌성을 보여줬듯 안 지사 역시 속도 조절이라는 개념에는 아랑곳없이 다소 조급하다 싶을 정도로 업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한때 자신과 맞섰던 박해춘 후보의 공약 중 꽤 탐이 날 아이템인 카지노 문제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 결기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안 지사는 처음 지사직에 도전하던 때인 2010년 선거 정국에서 박씨의 카지노 유치를 통한 중국 고급 관광객 유치 전략을 맹공한 바 있다. 우리은행장에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등을 지낸 자칭 경제전문가 박씨가 생각해 낸 방법이 너무 하지하책이라는 것이 당시 그의 생각이었다.

문제는 안 지사가 처음 지사직 선거를 치르던 때나 지금이나 카지노가 일종의 꿈의 아이템으로 많은 지자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 8월 충남과 가까운 충청북도에서는 오송에 복합리조트 건립이라는 이름 하에 카지노를 유치하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추진된 바 있다(결국은 무산). 작은 파이가 주어질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어떻게든 아전인수격으로 자도에 이를 끌고 오려고 경쟁하는 게 작금의 카지노 관련 현실이다.

그런데 안 지사는 박씨와 논쟁했던 초반 정신 그대로 자기 신념을 접지 않고 카지노를 멀리하고 있는데, 이는 현직 지자체장으로서는 정말 드문 태도다. 카지노 없이도 중국 관광객 그 중에서도 돈 많은 부유층을 얼마든 불러올 수 있다는 그의 구상은 이미 안면도 개발에 중국 자본 투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나름대로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일을 추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는 도비도를 중심으로 한 마리나 사업이나 백제문화단지 구축 등 친환경적이고 글로벌 메인 스트림에 걸맞는 신선하면서도 부정적이지 않은 놀이 문화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중국에 대한 '배짱'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독 아닌 득이 될 방식으로 중국 자본과 사람들을 유치하겠다는 지방의 고민과 의중을 십분 대변하는 안 지사의 구상은 그러므로 이번에 정부가 뒷받침 의사를 적극 개진하면서 탄력을 받은 왜목항의 마리나 개발(요트 등을 계류하고 즐기는 데 필수적인 기반 시설) 그리고 인접한 도비도의 개발 문제가 성공하는가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일정한 밑천은 있어야 도박도 할 수 있는 법인데, 안 지사의 현재 각종 지역의 경제 발전 노력이나 백제문화단지 문제 등만으로는 중국인들에게 위세좋게 주도권 행사를 시도하기엔 2% 약한 감이 있다. 도비도와 그 인근(왜목항 마리나 추진 건)에 생기는 일이 안 지사 개인이 '이인제 이상의 큰 정치인'이 되는가는 물론 충남도 전반의 경제적 운명에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명작 '은어낚시통신'의 저자인 윤대녕 동덕여대 교수가 지은 소설 중에 '도비도에서 생긴 일'이라는 단편이 있다. 영화사 주변을 맴돌면서 뒤치닥거리 같은 일을 하고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명작을 써 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노처녀 작가 '미쓰 강'과 그를 미력하나마 도우려는 왕년의 등단시인 2명(출판사 주필과 카피라이터)의 이야기다. 소설 속 미쓰 강은 자존심을 지키려다 결국 실패하고 자살했는데, 이미 한번 국민휴양지 캠핑장이 추진됐다 실패한 도비도 인근에서 다시금 마리나의 꿈에 불을 지피고 있는 안 지사는 성공할 것인가? 성공할지 좌절할지, 성공한다면 충남이 얼마나 더 큰 가을걷이 낟가리를 쌓을지, 현재의 지방정치 관행에 익숙해진 관가 주변의 시각이나 정치부 기자들의 패턴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의 속도조절 없는 드라이브에 성공을 바라는 지역 표심은 이미 재선 인정으로 표출된 바 있는데, 이제 중앙에서 얼마나 응원해 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