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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와 철강분말로 영그는 안희정의 꿈: '자립하는 충청' 목표

중국자본 반갑지만 모든 걸 내맡기진 않을 것 '대의' 깃발…관광·제조 균형발전 야심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20 1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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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안희정 재선 정권이 충청남도 경제의 '퀀텀 점프'를 위해 뛰고 있다. 이광재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실장과 노무현 정권의 숨은 2인자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거물로 그를 기억하는 이가 여전히 많지만 안 지사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 국장을 지내는 등 중앙정치는 물론 지역의 발전이라는 아이템에도 일찍이 관심을 가졌던 '논산의 아들'이다. 충남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규모 면에서 타지역에 비해 별로 나쁘지 않다. GRDP에서 전국 3위를 기록하는 등 대체로 우등생에 가깝다.

하지만 안 지사가 초선 시절 어느 정도 쌓아놓은 낟가리를 세면서 3선 고지를 생각하는 보통의 재선 도백 같은 행보를 포기하고 부단히 움직이고 있는 데에는 우수 과목과 취약 과목의 점수 편차가 크다는 불만족 때문이다. 충남의 GRDP는 1인당 4500만원으로 전국 2위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GRDP의 75%와 제조업 부가가치의 90%가량은 아산과 당진, 천안 그리고 서산 등 이른바 서북구 4개 시·군에서 상당 부분 쥐고 있는 쏠림 현상이 안 지사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곳들은 교통 중심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거나, 제철 등 큰 기업체들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곳들이다. 도내 시나 군별로 경제력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안 지사 자신이 3선을 할 경우 꼭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이 명약관화하니 그로서는 더욱 구두끈을 묶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 지사는 무엇보다 지역의 경제가 건전하고 외부에 휘둘리지 않는 자립형으로 가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가 처음 도백 자리에 도전하던 2010년, 보수정당이 내세운 박해춘씨와 '카지노 유치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은 유명하다.

박씨는 우리은행을 이끈 경력에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까지 지낸 자칭 '경제통'으로, 비단 그가 아니더라도 카지노 유치를 통해 중국인 관광 수요를 불러오자는 구상은 어느 정도 상식적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 지사는 당시 상대 후보로서 이런 구상은 장기적으로 옳지 않다는 소신에서 강하게 그를 공격했다. 자칫 "우리도 좀 살고 보자(잘 살아보자)"는 지친 지역 민심과 이반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정면으로 안은 선택이었다. 당시 그는 정치적 재기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어려운 선택지를 골라 스스로 걸어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을 믿은 충남 민심 덕에 당선됐고, 이후 재선에 성공하는 동안 지역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진정성과 능력에는 어느 정도 믿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제조업과 청정 관광 산업 중심으로 자립의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중국 자본을 불러오기도 어렵고, 불러와도 전면적으로 주도권을 내주는 식의 난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단발적으로나마 거론된 바 있다. 제주도 같은 경우가 중국인의 자본력을 받아들이는 데 속도 제어 능력과 주도권을 잃음으로써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래서 안 지사는 안면도 개발에 중국 자본의 참여를 요청하면서도 카지노 같은 문제에는 우선적으로 방범을 찍지 않고 있다. 사실 언젠가는 충남 역시 기존의 많은 지자체들의 열망처럼 카지노 유치전에 뛰어들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청정한 자연과 관광 아이템을 우선시하고, 이 같은 구축을 먼저 즐기는 수요를 개발한 뒤 부차적인 수단이자 마지막 카드로 카지노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의 이런 구상에 가장 힘을 실어주는 자산은 백제문화단지와 근래 정부가 스타트 선언을 한 왜목항 마리나 거점화 추진 문제 그리고 각종 외자유치를 끌어올 능력을 갖춘 전투부대가 도청에 양성돼 있다는 부분이다. 왜목항은 황해안에선 드물게 일출을 즐길 수 있는 특이한 곳. 충남은 전체적으로 서쪽을 바라보고 있으나 반도 지형인 데다 해안선이 복잡해 왜목항 같은 경우엔 사실상 3면이 바다인 반도 지형에서 그 중 동쪽을 바라보는 특이한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스토리텔링' 얼마든 가능한 특색 있는 관광지 후보지인 데다, 기존에 마리나 추진에 먼저 박차를 가한 경기도 전곡항과도 불과 얼마 멀지 않음에도 자생력을 중앙정부 당국이 인정해 줄 만큼 '중복투자를 해도 아깝지 않은 천혜의 마리나 요충지 후보감'이라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외자유치의 경우 지난 겨울 당진 송산2산업단지 내 약 6만8000평방미터 부지에 대규모 철강분말공장을 짓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외국인직접투자 규모로 따지면 3000만달러선)를 미국 기업과 체결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전공을 거두기 시작한 상황이다.

외자유치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고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과 업무연찬자료로 쓰는 등 안 지사 취임 후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실제로 일선 조직원에서부터 고위 공무원들에 이르기까지 자질 단련에 나선 보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안 지사는 돈을 먼저 추구하고 분배는 뒤로 돌리는 보수적 경제관보다는 진보적 색채의 경제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근래 드러낸 바 있다. 복지를 통한 체력 단련과 이를 통한 장기적이고 더 큰 부의 추구로 기본 가닥을 잡음으로써 도정의 방향성과 경제 정책의 추진 역시 '따뜻한 충남'으로 가져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3월 안 지사와 같은 당적을 가진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서 경제와 복지 문제를 주제로 공개 좌담회를 가진 게 그 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안 지사에 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과 분배와 재분배 문제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고, 경제발전과 빈부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함께 진행하자"고 일종의 파트너십을 제안하기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안 의원이 안 지사에 대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책적 연대를 제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일각에서는 내놓기도 했는데, 어쨌든 충남의 약진 성과를 엿봄으로써 경제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안 지사가 갖고 있다는 판단을 안 의원이 하고 잠재적 우군삼기에 나선 것은 분명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달에 이어 1개월여 만에 다시 안 지사는 중국을 찾았다. 안 지사는 19일 중국 선전 민타이그룹 본사에서 이신멘 총경리와 황허텐 선전해상세기전자상무유한공사 CEO 등 중국 최대 여행업체와 부동산기업 고위층을 연이어 만나 투자 및 관광객 유치 관련 도내 유치를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중심 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에 한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공산당은 이를 경착륙 아닌 연착륙으로 이끌기 위해 부동산 중심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수출 위주 드라이브를 더욱 크게 걸기 위해 금리 조절 등 강경한 정책을 연이어 쏟아낼 정도다. 도정을 직접 지휘하면서 실물경제를 보는 눈이 부쩍 높아진 안 지사가 이런 동향을 모를 리 없다. 카지노를 앞세운 구걸 대신 더 이상 자국 내 투자라는 방법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서 구해주겠다는 논리를 깔고 나선 안 지사와 중국인들이 벌이는 팔씨름이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