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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나리오 덕분? 신동빈 회장, 국감장에서 웃었다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9.18 18: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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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년 국정감사장에 자리하곤 했다. 올해 유통업계 쟁점이 많았던 만큼 이번 국감에서도 국회의원들의 큰소리가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참석한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현장은 예상 시나리오를 벗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의 '대관(對官)' 업무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했기 때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언론 대응은 미흡했지만 대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만큼 국감 현장으로 향하는 '회장님'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각 기업인들을 겨냥 목청을 높이며 칼날을 들이대곤 했다. 때로는 그 경우가 심해 오너 등 기업인들이 해명을 하려해도 '네', '아니오'라는 단답형 기회만 줄 뿐 한 문장 이상 이어갈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보수적', '목에 기브스한 권위적인' 국회의원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이유다.

2년여 전 국감장에서 본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허 전 사장은 국회를 모독하는 듯한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

의원들로부터 강도 높은 질타와 공격적인 질의를 받은 허 전 사장은 첫 답변부터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에 심기가 불편해진 허 전 사장은 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네", "아니오"라고 짧은 답변을 이어갔다.

결국 '괘씸죄'가 적용됐고, 이로 인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동안의 증인 출석 불참을 뒤로하고 처음으로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물론 허 전 사장의 무책임한, 아니 무책임하게 보이던 지난 과오를 두둔하는 게 아니다. 허 전 사장의 짧은 답변에는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짚고자 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롯데그룹기업인데 노일식 롯데리아 대표에게 질의했던 의원들의 모습과 신동빈 회장에 질의했던 의원들의 자세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질의가 시작되자 벌떡 일어나 '대국민 사과'를 다시 하는 등 우려와 달리 비교적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국감자리에서 웃음을 보일정도로 여유도 찾았다.

의원들의 질문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다 평소 보였던 권위적인 질타도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국감 뒤 롯데그룹 내에서는 신 회장이 살벌할 수 있었던 5시간을 '무난히' 보낸 데 대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업계 호사가들은 "회장님을 모셔야 하는 국감 자리에 충분한 대비책을 세웠던 롯데그룹맨들의 철저한 준비 덕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의원들과의 사전 작업이 어떠했든 송곳질문을 피해 예상 시나리오(?)대로 민첩하고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한 롯데그룹맨들에게 "참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