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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업종·기간제 근로 확대 두고 노-사 여전한 대립

고용유연성 확보해 경쟁력↑ vs 노동 양극화 현상 부추겨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9.17 17: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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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대환)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위원회를 열고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노사정은 이번 대타협에서 '일반해고 기준과 절차 명확화'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정부가 노사 합의를 거쳐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입법 등 절차를 밟는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노동개혁의 핵심쟁점 중 하나인 파견근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노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영계는 제한된 파견근로를 확대해 기업의 고용유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파견근로 업종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파견업종의 확대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하고 질 낮은 일자리를 만든다며 파견업종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노사가 이처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노사정은 대안을 마련해 올 정기국회에 제출한다고 했지만 의견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영계 규제 최소 '네거티브' 방식 필요

현재 국내 파견법은 32개 업종, 197개 직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을 따르고 있다. 포지티브 방식이란 근로자파견을 금지하되, 근로자파견허용업무를 적극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을 말한다.

경영계는 기업 인력운용의 탄력성 제고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의 확대를,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의 제한 방식을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은 포지티브의 반대 개념으로 근로자파견을 허용하되, 근로자파견금지업무를 소극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이다. 

경영계가 네거티브 방식을 주장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국내의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면서 파견허용 업종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제조업·서비스업 등에서 근로자파견업을 규제하고 있으나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이들 업종에 근로자파견이 활성화되고 있다 △현행 법렵상 근로자파견의 허용범위가 제한되면서 그 부작용으로 인해 위장도급(불법파견)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경영계는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조업의 파견이 허용되지 않다 보니 불법파견이라고 비판받는 사내하도급이 지속적으로 적발돼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생산현장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경영계 관계자는 "국내의 근로자파견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기업의 인력운용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고용유연성을 높여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파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간제 2년→4년 두고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

파견업종 확대뿐 아니라 노사정은 '기간제법' 법안 마련에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35세 이상 근로자에 한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경영계는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사용기간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하며, 기간제 연장은 오히려 고용불안을 야기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선박·철도·항공기 등 여객운송업종 근로자와 안전·보건관리자 등에 대해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노동계는 찬성, 경영계는 기업 인력 운용의 폭이 좁아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려야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며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을 꾀한 바 있다.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16일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면서 기간제근로자법에 대한 당론발의를 추인했다.

기간제법은 35세 이상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2년이 지나 근로자가 신청할 경우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연장된 기간이 만료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근로계약을 종료하면 일정 금액의 '이직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야당은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반발하면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노동계 "고용안정이 최우선…정규직 늘려야"

노동계는 불법 파견과 사내하도급을 더욱 강력하게 규제해야만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파견, 사내하도급이 만연한 상황에서 파견 허용업종까지 확대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아울러 사내하도급이 노동법에 규정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파견과 도급의 판단 기준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가 파견대상업무 조정·확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할 경우 정규직근로자가 파견근로자로 대체됨으로써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 △파견근로 수요조사에 대한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 △최근 몇몇 주요국에서는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위장도급의 만연은 근로감독 강화를 통해 지도·관리해야 하는 사항이지 근로자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와 함께 파견업종 확대는 사용사업주가 단지 비정규직의 한 형태로 파견근로자를 채용함으로써 임금 등의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구조조정 등을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로 근로자파견이 상용될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유연성이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노동계 관계자는 "경영계가 말하는 해외 파견근로자의 사례와 국내의 파견근로자와는 구조와 임금체계부터가 다르다"며 "기업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비용절감을 이유로 파견업종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견이 노동시장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파견근로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해 균등대우의 원칙 등 노동관계법상의 권리보호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