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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 점찍은 '우정사업본부 낙하산' 겸 '황영기 키드' 구설수, 왜?

"어디서 이상한 것 배운 사람은 다 모여서…" 논란 도화선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15 18: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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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우정사업본부발 낙하산이 사실상 내정돼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금감원) 등 금융 당국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는 금투협 위치에서 이제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산하기구 출신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게 아니냐는 문제가 우선 먼저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 등 돈을 만지는 부처와 금융산업의 관련성 못지 않게,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 절창(絶唱)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창조경제'를 떠맡고 있는 게 바로 미래부인 만큼 이곳 출신을 어느 민간영역에서든 무시하기 어렵다는 방증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11일 김준호 전 미래부 우정사업본부장을 신임 자율규제위원장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일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가 연기됐다.

여기서 후보추천위원들은 김 전 본부장이 금융투자업계 자율규제 업무를 수행할 만한 경력과 전문성을 지녔는지 의문이라며, 업무계획 등을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상 시간 문제일 뿐 그의 등장 자체를 저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체념이 금투협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조경제 바람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이라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제법 있다. 하지만 숨은 다른 문제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호사가들도 있다. 바로 '정치력이 금투협을 지배한다'는 명제가 이번에 확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바로 그것.

금투협은 근자에 새롭게 황영기 회장 체제로 몸단장을 한 데 이어 50여일간의 시운전 끝에 3월 황 회장 체제의 첫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외관상 금투협이 가장 앞세운 것은 우선 서비스조직 역량 강화였다. 기존 부회장직을 폐지하고 회원서비스부문 및 대외서비스부문 전무 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부회장을 없애고 회장이 모든 걸 지휘통할하는 '직조체제'를 원한 황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이런 가운데 신설된 대외서비스부문을 틀어쥔 한창수 전무의 등장도 세간의 관심거리가 됐다.

한 전무는 박근혜 정권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지식경제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을 지냈다. 말이 좋아 입법 및 정책 조율에 역량을 발휘할 역량 있는 인사지 사실상 청와대에 황 회장이 줄을 댄 것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이때만 해도 인사 문제 전반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는 용인 가능성을 언급하는 말에 설득력이 있었다. 황 회장 자신이 삼성증권 시절을 거쳐 우리금융그룹에서 최고위직을 지냈을 뿐더러 KB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증권 감각이 있는 '검투사'로서 그 정도 이력을 쌓은 이가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 이래 얼마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금투협을 제대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작동한 셈이다.

하지만 그런 인사 문제에 대한 이해는 이번에 김 전 본부장이 요직인 자율규제위원장을 노리고 나서면서 금이 갔다. 자율규제위원장은 금융투자회사의 위법 사항에 대한 조사와 제재를 맡는 자리다. 금감원만은 못해도 칼을 휘두르는 자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김 전 본부장이 입성하는 문제를 두고 황 회장이 묵인 내지 적극적 동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금융투자업계 사람들의 실망을 샀다.

김 전 본부장 치하에서 우정사업본부는 2014년 전체 경영수지에서 적자가 아닌 흑자를 기록했다. 알뜰폰 문제에 박차를 가하고,  광화문과 부산아미동우체국 등의 창구 공간 개방으로 7억원의 수익을 만들어 내는 등 패러다임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는 평을 들었다.

다만 이 같은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칭송은 직원 고혈을 짠다는 평가와 맞닿으면 상당 부분 빛을 잃는다. 일례로 이번 국정감사에 즈음해 정치권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3년간 비정규직 집배원들에 점심값 33억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 차별대우 논란이 번진다고 우려한 대목이 그렇다.

우정 민영화라는 도도한 흐름을 향해 가는 와중에서 가장 잔혹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가속 페달을 밟은 수장 중 하나로 그가 기록될 상황이라는 것.

가장 심각한 결함은 그의 정치지향성이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시 현직이던 김 전 본부장이 여당 기관지에 대가성 광고를 집행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새누리당 중앙위원회가 발생하는 '새누리비전'에 대가성 광고를 게재했다는 것이다.

김 전 본부장 인터뷰 후 다음 달 바로 광고가 집행됐다는 것인데, 문제의 인터뷰가 2013년 12월호에 기관탐방 코너에 4페이지 분량으로 게재됐고 우정사업본부는 다음 달 1월호에 330만원(부가세 포함)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게재 시점상 기관장 인터뷰에 대한 대가성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또한 우정사업본부는 동국대학교 동창회보에 수년간 지속적으로 광고를 해왔다고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전 본부장은 동국대에서 공부해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결론적으로 김 전 본부장은 명예롭게 기관장을 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집권당과의 교감 등 자기 인맥 관리를 통해 인생 2모작을 하는 전형적인 '정치 관료'라는 불평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그가 금투협의 노른자위 자리를 노린 것은 바로 발군의 정치력 하나로 금융계 컴백을 이뤄낸 황 회장이 있다는 점을 사사(師事)한 게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황 회장은 MB시절 '금융4대 천왕'으로 거론되며 승승장구했으나 막판에 당국의 흔들기로 KB금융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끈 떨어진 신세'가 됐다는 평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 정권 들어서면서 영국 LSE 한국 동문회 등 탄탄한 인맥을 가동, 새 정권에 줄을 댔다는 후문이 나돌았고 결국 금융계 복귀를 이뤄내면서 이런 설이 전혀 낭설이 아님을 입증했다.

결국 박종수 전 금투협 회장이 연임 가능성을 일찍 접고 그에게 바통 터치를 하게끔 했다는 설까지 나돌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박 전 회장이 우리투자증권 초대 사장을 할 수 있게 밀어준 황 회장에 대한 개인적 보은이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줄대기와 모교 등 각종 연줄 동원 등을 적절히 이용해 길고도 굵은 인생 드라이브를 꿈꾸는 황 회장의 모습과 김 전 본부장은 적잖이 겹친다는 소리, 김 전 본부장이 황영기 키드로 금투협에 입성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