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금호산업 매각가격 '7228억원' 결정까지 어떤 일 있었나?

미래에셋, 마지막까지 예의와 상도에 벗어난 과욕 '빈축' 비등

김성태 기자 기자  2015.09.12 21:29:5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금호산업 채권단이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7228억원을 최종매각 가격으로 확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회장의 수용여부가 남아있지만 분위기는 얼추 매각 작업이 끝나가는 모양새다. 연내 매각이 가시화를 앞두고 지난 매각과정을 되짚어본다.

2015년 1월 30일 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공고를 냈다. 지난 2010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2014년 10월 조건부 워크아웃 졸업하기까지 5년만에 이뤄진 매각작업의 첫출발이다. 2월 금호산업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호반건설을 비롯한 5곳이 접수를 했고 3월 초 채권단은 인수적격자 5곳을 선정한다.

예비실사를 거쳐 4월 28일 본입찰 마감 결과 호반건설이 단독 참여한다. 인수가격은 주당 3만800원인 6007억원을 제시한다. 채권단은 이에 본입찰의 유찰과 박삼구 회장과의 수의 계약을 결의한다. 7월 중순께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적정가로 주당 3만100원인 5300억원을 통보한다.

그러나 채권단은 7월 26일 미래에셋이 주장한 주당 5만9000원인 1조 213억원 박삼구 회장 측에 제시한다. 제시가는 객관적 논리 없이 그저 미래에셋이 투입한 원금회복 수준이라는 이유가 전부다.

박삼구 회장은 8월 21일 채권단에 주당 3만7564원인 6503억원을 제시한다. 가격산정의 근거는 채권단과 맺은 약정서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다. 채권단의 실사가격, 최근 3개월간 금호산업 주가,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동종기업 지주사인 한진칼의 3개월 평균 주가를 기초로 기준가 주당 2만5906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45%를 더한 6503억원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인수의지와 진정성을 담은 최선의 금액을 써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8월 27일 다시 매각가 산정을 위한 회의를 열고 미래에셋 등 일부채권단이 7935억원에 매각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합의하는데 실패한다. 대다수 채권단이 가격을 낮춰 연내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견을 보이며 7000억원 안팎에서 매각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다시 공을 박삼구 회장에게 넘긴다. 박회장이 매각가를 결정하여 제시하라고 주문한다.

박삼구 회장은 9월 9일 주당 4만179원인 7047억원을 인수가로 채권단에 최종 제시한다. 채권단은 11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주당 4만 1213원인 7228억원을 확정하고 14일 협의회에 안건을 부의하고 18일까지 결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의가 이뤄지면 박회장에게 최종 제안하고 이를 수용하면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올해 안에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9개월여 끌어온 금호산업 매각에 대한 일련의 과정에 있어 여러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먼저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하여 6007억원을 제시했으나 유찰되고 박삼구회장과의 수의계약으로 진행한다는 결정이다. 곧바로 채권단은 적정한 매각가 산정을 위해 회계법인을 통한 실사를 한다. 결과는 호반 제시가보다 못한 5300억원이었다. 이때만 해도 5000억원대 후반이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나 미래에셋이 1조 213억원을 제시하면서 수 차례 매각가격을 조정하게 되는 지난한 가격협상의 서막이 열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6503억원을 제시하면 미래에셋 등 일부 채권단은 7935억원을 주장하고 다른 채권단은7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되어 한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다시 박삼구회장에 공을 넘겨 결국 박회장이 7047억원을 제시하면 채권단이 최종적으로 7228억원을 제시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이런 과정을 가슴 졸이며 지켜본 지역에서는 연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을 인수하여 지역사회와 국가경제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재건의 희망을 보면서도 착잡하고 씁쓸하다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최대한 채권단의 요구조건에 맞춰 할 수 있는 선택지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다. 5000억원대 후반이면 적정한 가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6503억원 제시했고, 다시 7000억원대는 되어야 한다는 채권단의 분위기가 감돌 때 7047억원을 제시하며 채권단의 명분과 실리를 최대한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미래에셋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가는 박하다. 계속 높은 가격을 주장하면서 채권단 내부의 동의도 얻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하게 끌고 온 과정의 핵심이라는 이유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 광주경총 등 지역 단체가 나서 채권단의 합리적 가격 수용 여부를 촉구한 것도 공정가치대로 금호산업 인수문제가 빨리 마무리 되기를 바라는 지역 민심을 드러낸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동안 지역에서는 '박삼구 회장과 동문인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재도약 하려는 동향기업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여론이 줄곧 제기됐었다. 타 지역에 비해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지역특성을 고려해 동향의 두 동문이 합리적인 결정을 통해 상생하기를 바랬는데 지역민심을 헤아리지 못했거나 무시하지 않았냐는 섭섭함도 있다.

또한, 박삼구 회장이 최종 제시한 금액에 181억원을 얹어 7228억원을 제시한 것도 그리 탐탁지 않다는 분위기다. 얼마 차이 나지 않는 181억원이 새삼 대수겠냐며 끝까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동문에 동향, 재계 선배경영인인 박회장이 매각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성의에 대한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의와 상도에 벗어난 결정으로 감정의 골만 패이고 지역에 생채기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앞으로 채권단의 부의과정이 남아 있고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의 수용 여부를 지켜 볼 일이지만 끝까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회장이 채권단에 보여준 성의에 대한 예우차원에서라도 최종제시가격인 7047억원을 수용하는 것이 나은 결정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