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역이 멀어서요. 이게 정치싸움 때문에 논산하고 부여하고 우리하고 중간에 딱 갖다 놔서요(택시 기사 A씨)."
공주역을 출발한 택시가 공주교육대 앞을 통과할 무렵, 택시요금은 이미 1만2000원선을 돌파한 뒤였다. 드디어 시골길을 다 달렸는지,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공주교대 앞 거리도 아직 컴컴한 어둠의 연속뿐, 결국 '시내'의 제법 깨끗한 숙소와 식당가들이 나타날 때까지는 더 달려야 했다.
용산에서 KTX 요금 2만5100원을 내고 1시간만에 도착한 공주역. 깨끗한 신축 역사에 내린 기분은 산뜻했지만, 또다시 거의 기찻삯에 육박하는 상당한 택시비를 지출해야 하는 교통시스템은 참으로 낯설었다.
시내(공산성 부근)부터 무녕왕릉-공주박물관, 석장리 선사유적지까지 공주 각지에 흩어진 관광지들을 돌아다니며 접한 택시기사와 음식점 종업원 등 소매상인-서비스업자들의 염려는 바로 하나. "공주에 온 손님이 교통비 때문에 정나미 떨어져서 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굳이 "미리 끊어놓은 KTX표를 전화로도 환불할 방법이 있으니 버스를 타고 갈 때는 올라가라(식당 주인 B씨)"는 조언이나 "1시간 차이밖에 안 나는데 배차 간격 등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사실 일요일에 올라가는 KTX 표 조건 나쁘지 않더냐(택시 기사 C씨)" 등의 안타까운 소리가 이어졌다.
공주에 들어오는 길, 나가는 길에 엄청난 택시비와 불편한 길을 강요당하는 기차 손님은 다시는 공주에 안 온다는 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교통을 이렇게 해 놔서 "공주에는 쓰레기만 버리고 부여로 넘어간다(택시 기사 D씨)"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 타당한 것일까.
충청남도 공주는 한때 벌판이던 대전이 철도 교통 중심지로 급부상하기 전까지는 명실상부 충남권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곳이다. 시민들은 지금도 명문 학교라며 공주고, 공주대(공주사범대의 후신) 자랑이 셌다. 하지만 백제 문화의 관광 중심지를 자임하는 자부심과 달리, 시민들 사이에서는 잘못된 교통 정책 등으로 피해만 보고 있다는 열패감이 컸다.
공주는 과거 웅진으로 불리던 곳으로, 사비성의 후신인 부여와 쌍벽을 이루는 문화 유적지다. 하지만 '3000궁녀'가 망국의 한을 안고 정절을 지키겠다며 몸을 날린 드라마틱한 '낙화암'이 있고 백제문화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되었다는 이점이 있는 부여와 선의의 관광 유치 경쟁을 벌이기에는 애로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라갈 표 막막? '공주역=그저 악재일 뿐'…버스 정책도 과거 난맥상
공주역이 내려오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셀링 포인트가 있다 손치더라도, 올라가는 길은 관광객 입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불면함이 큰 문제로 보였다.
일례로 지난 8월말부터 지난 9월 5,6일 주말간에 공주역을 중심으로 호남선 KTX의 사정을 공주, 광주 등에서 간략하게나마 탐문해 보았는데 공주에서 주말을 즐기고 일요일에 상경하기는 곤란함이 있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공주를 거쳐 광주 등지로 이동하는 토요일 저녁의 KTX 노선은 상당히 여유가 있다. 당장 15분 전쯤에 가도 표 여유가 있는데(상대적으로 무궁화 등 다른 차편은 이미 전후 시간대가 모두 참) 이는 결국 비용 문제로 읽힌다.
그런데 문제는 상경하는 사람이 몰리는 일요일이다. 막상 공주역에 토요일 저녁에 내려 당장 창구에서 "내일 상경하는 표요"라고 주문을 하려 해도, 아래 지역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꽉 차기 때문에, 자리를 쉽게 얻기 힘들다. 토요일 저녁에 이미 12:34(공주역 출발 시간 기준), 13:36이나 15:12 표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16:02도 여유를 찾기 어려웠다. 2인 일행이 서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는 등의 방식으로는 간혹 자리를 얻을 수 있으나, 나란히 앉는 자리는 이미 17:47까지 시간대를 뒤로 물려야 예매가 가능했다.
이런 상황을 겪지 않고(미리 여유있게 며칠 전 온라인 처리를 했다든지) 역을 나서도 위에서 말한 살인적인 택시요금에 직면하는 것이니, 택시기사들조차도 손님에게 민망해 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게 일상다반사다.
근자의 통계에 의하면 KTX만 서는 공주역의 1일 평균 이용객이 420여명선이었다고 하는데(메르스 기간 통계로는 200명대로 추락, 이후 회복세 시작), 이런 문제를 해결치 못하면 발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공감대가 형성될 만 하다고 보인다.
버스 중심으로 교통을 재편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하지만 공주시 관가의 입장은 버스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갈짓자 행보를 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뇌리에 아직 남아 있다. 실제로 공주시외버스터미널은 지난 1991년 3월 산성동(지금은 식당과 모텔촌 사이에 자리가 쓸쓸히 남아 있음)에서 신관동(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으로 이전했으나, 불과 3년여 만인 1994년부터 터미널 필수 시설인 대합실과 매표소, 배차시설 등이 법원 경매에 의해 소유권 다툼에 휘말리면서 파행 운영됐다. 2009년 8월 신관동의 다른 자리로 공주종합버스터미널이 개장돼 공주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서울남부까지 1시간 반(9000원), 동서울(지하철 강변역)까지 1시간(2시간10분) 그리고 일산신도시까지는 2시간(1만3100원)이면 되는 오히려 우수한 버스편에 대해, 공주시의 선택은 상당히 의아하다.
즉 지방자치단체 당국은 KTX의 활성화를 통한 관광객 유치 극대화라는 구상을 하고 그 방법으로 코레일과 연계하겠다는 접근을 한 바 있다. 이는 기차 고객에 대해 시에서 무료로 버스와 관광 해설사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철도 연계 관광 상품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는 이른바 노선을 따라 운영되는 셔틀버스 운행으로 불법 논란에 휘말리기 딱 알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고로 경기도 용인시는 복지 차원에서 셔틀버스를 2010년부터 운행 지원해 청소년수련관 접근성을 향상시켜 준 바 있으나 불법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이를 중단한 바 있다.
문제는 공주는 과거 이뤄진 버스 지원을 향후 다시 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여럿 나온다는 점이다. 이런 교통 관련법규에 의거, 전세버스로 인정되는 셔틀버스를 무상으로 노선을 정해 운영하면 안 된다는 불법성 우려는 차치하고라도, 같은 지자체 내에 사는 다른 교통 수단 영위자들에겐 행정법적인 정책 불평등성과 불합리한 혜택 제공으로 인한 문제제기 가능성을 남겨 놓는다. 일명 '인인소송(隣人訴訟)'이나 '경업자소송'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다른 영업자에게 심대한 영향을 줄 정책을 가볍게 정책적 판단 부족 상태로 내리면 취소소송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인인소송 등의 사례로는 대법원 2009두6766 사건이 있는데, 이는 '사실상의 이익 추정 침해' 우려만으로도 '원고 적격성'을 인정해 줬던 케이스다).
결국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당국이 정책적으로 균형성을 잃고 오히려 독이 되는 방향으로 노선 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전면적으로 부당한 불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인소송 논란 불러올 셔틀버스에 집착? 당국, 축제와 시설 운영 자신감 없어
문제는 '알밤축제' 등의 운영 부실과 이로 인한 지역 언론의 입 틀어막기 시도, 위탁 운영 등에 대한 실패와 논쟁 등 사건이 끊이지 않는 지자체 당국의 관광 마인드 자체의 부족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알밤축제와 백제문화제는 자칭 132만명이 반한 공주의 대표작으로 외부에 노출,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알밤축제는 사실상 각종 '돗대기 시장스러운' 판매 아이템만 만연한 축제 운영 태도에 적잖은 시민이 불만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지역 언론에 대해 광고비 집행(계도지에 대한 구독과 광고 집행을 틀어쥐고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을 빌미로 부정적 기사를 막으려 했던 것도 이런 부실한 운영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축제를 프로그램 위탁 운영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평가 잣대를 더 세분화해 달라는 주문이 존재하는 것.
축제 뿐만 아니라 컨벤션 공간인 '고마'의 경우 민간업체를 활용, 위탁식으로 운영을 모색했지만 공주시측이 일방적 해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국이 직접 운영에 나선 이후 수익성이 나아졌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2억8000여만원을 들여 1800만원 수입을 올리는 정도로는 차라리 전문성 강화와 장기적 포석 차원에서 그냥 그대로 계약형태 유지를 하는 게 낫지 않냐는 불필요한 조치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민간투자에 대한 영국이나 일본의 논리를 보면, 민간자본이 투여돼 기부채납된 경우나, 지자체에서 다 지어놓고 운영에 대한 구상과 투자만 맡기는 경우라도 함부로 공공기관이 계약을 해지하는 데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공공기관의 결정이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 영국 판례법의 기본 정신이나, 대신 이는 순전히 선한 공공적 목적에 기해서만 내려진 판단임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는 것 역시 법원이 행정청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갈짓자 행보 식으로 전문 컨벤션 공간 육성 등의 큰 틀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천히 처리하는 게 이 계약 문제에서도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
결국 교통이나 관광 제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에서 현재의 공주 지자체 당국은 애초 역 위치 선정 등에서부터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식으로 충청남도와 문화단지를 끌어안은 부여의 눈치만 보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도로로 오든 철도로 오든 불만스럽게 여기까지 왔으니 부여를 들른다는 식으로 이탈하는 사람이 많으며 "자고 가진 않고 쓰레기만 버리고 갑니다"라는 한탄을 낳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소송거리를 예비한 상태로 셔틀버스 운운할 게 아니라, 빠르고 좋은 기차편으로 역에 온 손님을 부여로 먼저 방문해 일정 부분 이 지역에 돈을 떨어뜨리게 하고, 다음날엔 공주로 들어와 상경편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융합된 정보를 제공하고 거버넌스를 하는 게 공주측에 요구되는 자세라는 아이디어는 그래서 일정 부분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