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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대법원, 파견근로자 판단기준 제시 후에도 혼란 여전"

파견근로자 인정 외연 확대…"지시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어"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9.10 10: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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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법원 판결에서 도급근로자를 파견근로자로 인정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원)이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경연은 10일 '사내하도급 관련 판례 법리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법원이 근로자 파견 판단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생산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현대자동차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현대차 근로자와 컨베이어벨트에서 같이 근무한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이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잇따른 법원 판결에서 사내도급 근로자를 파견근로자로 인정하는 외연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창원지방법원 등 하급심 판례에서 원청업체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이 동일 라인에서 근무하는 컨베이어벨트 공정이 아닌 생산관리·출고·포장 등 간접 생산공정에까지 파견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는 것을 들었다.

김선우 한경연 변호사는 "파견과 도급을 판단할 때 실질적 지휘감독권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파견으로 인정되기 위한 지휘명령과 도급계약상 허용되는 지시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파견근로자 사용이 금지된 한국은 파견과 도급의 명확한 구분 기준도 제시하지 못한 채 간접 생산공정의 도급근로자마저 파견으로 인정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이 처음으로 1차 협력업체를 넘어 2차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파견근로자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법리적 근거가 약한 상황에서 '원청이 실질적 지휘명령을 행했다'는 점에서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이런 판례 경향이 이어진다면 향후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인력사용에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최근 법원에서 사용 사업주에게도 파견근로자의 임금에 대한 차별시정 책임이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면서 "파견법 조항 간 관계를 고려할 때 법적인 관점에서는 체계적인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이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면 원청에는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이 때 원청·파견근로자 간의 근로계약기간을 해석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법원은 고용의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고용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파견법에는 이 때 적용할 수 있는 고용형태와 근로계약기간에 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며 "이럴 경우에는 기존 도급계약의 내용과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서 탄력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파견법에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양자 간에 의무의 범위가 다르다.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임금과 관련해서는 파견사업주에게만 차별시정책임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하급심에서는 사용사업주에게까지 임금에 대한 차별시정 책임이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원 해석이 하청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편일 수는 있지만 파견법 조항 간 관계를 고려할 때 법적인 관점에서는 체계적인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