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오후 '재신임 카드'를 내밀었다.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의 이 같은 깜짝 카드는 혁신안을 두고 당 내홍이 중대 기로에 선 가운데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공천혁신안이 최고위원회에 이어 당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 간 계파갈등이 폭발하면서 진통을 겪은 탓이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언저리에서 불고 있는 신당 바람까지 더해져 중앙위가 열리기도 전에 자칫 당이 깨질 수 있다는 섣부를 관측도 나온다.
◆비주류 "공천혁신안, 당원 권리 지나치게 축소"
문 대표로선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16일 중앙위원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의 반발이 거센 와중에 혁신안 처리가 불발된다면 문 대표 체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혁신안에 대한 비주류의 반발은 이날 열린 최고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 대표와 혁신위는 큰 틀에서 혁신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비주류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면서 당무위 연기를 요구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노골적으로 문 대표의 '밀어붙이기'라고 불만을 드러냈고, 이종걸 원내대표와 유승희 최고위원도 당무위 '연기론'에 힘을 보탰다.
이들 비주류는 '국민참여비율 100% 확대' 공천혁신안이 당원의 권리를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는 반대의견을 고수했다.
결국 최고위에서 당무위에 상정하기로 결론을 내리긴 했으나, 당무위 통과 이후에도 갈등은 봉합지 않은 모습이어서 당 안팎에서는 공천혁신안의 중앙위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형편이다.
무엇보다 비주류 의원들은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며 문 대표 체제와 혁신위를 압박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는 복잡한 문제를 쉽게 정리해야 한다"며 "정당은 당원이 주인인데, 당원을 소외시키면 선거는 누가 치르나"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선거 운동은 누가 하나. 당원을 소중히 섬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성엽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계파갈등으로 연전연패의 늪에 빠진 당이 내놓은 공천혁신안이 고작 이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사퇴론' 이어 천정배-안철수 회동 '신당론' 불씨 당겨
특히 비주류 사이에선 문 대표의 '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혁신위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며 "야권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문 대표가 사퇴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주선 의원은 당장 문 대표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 "재신임을 물을 게 아니라 바로 사퇴하고 친노(親盧·친노무현)계파를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60주년 부활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고 "문 대표가 본인의 거취를 묻는 재신임을 묻겠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사실이라면 이미 때가 늦었다"고 힘줘 말했다.
신임을 받지 못하면 친노계파는 해산할 것이라는 자기 정치를 위한 소망을 피력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문 대표로선 천정배 의원을 위시한 '신당론'의 위협도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이날 오전 천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전격 회동하고, 혁신위로는 새정치연합을 살릴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은 안 의원에게 자신이 추진 중인 신당에 합류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천 대표의 신당 합류 요청에 "힘을 합치자"고 에둘러 답한 안 의원은 최근 "당 혁신은 실패했다"며 문 대표에 각을 세우는 때여서 더욱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 의원이 상황에 따라 야권 통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읽히고 있다.
비주류 측에서는 안 의원과 천 의원을 비롯해 김한길·박영선 의원, 김부겸·김성식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중도성향 제3신당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혁신안이 중앙위에서 통과되든 그렇지 않든 문 대표가 후폭풍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번 혁신안을 두고 빚어진 갈등이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재신임 카드로 배수진을 친 문 대표가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