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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70년 '美 여정' 담은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9.09 16: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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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릴 적, 할머니 화장대 위에서나 봤을법한 국내 최초의 브랜드 화장품 '메로디 크림'부터 우리 고유 약용식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만들어 낸 세계 최초의 한방화장품 'ABC 인삼크림', 올해 아시안 뷰티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까지.

제1전시관을 들어가는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은 90년대 이전, 오른쪽은 90년대 이후 출시된 화장품과 생활용품 100여개 브랜드가 40여개의 투명 유리장 속에 빼곡하다.

윤독정 여사가 집 뒤편 부엌에서 여성들의 쪽머리에 반짝거리는 윤기를 더해주는 동백기름을 손수 만들어 팔기 시작한 1932년 개성 창성상점 그 시절. 

이후 가내수공업 수준이던 한국 화장품 산업을 세계시장에 우뚝 서도록 기틀을 마련한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장원 서성환 선대회장이 걸어온 여정이 아카이브 이곳에 모두 담겼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의 수집·보존·관리·활용·전시 등을 목적 삼아 설립된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는 제품, 간행물, 디자인 제작물, 영상 등 다양한 사내자료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공간이다.

한 기업의 역사적 기록물을 토대한 자료들만 수집했다고 보기엔 그 양과 내용물이 많아 마치 국내 화장품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하나의 박물관과 같다.

총 4개 공간으로 구성된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제1전시실. 아모레퍼시픽이 70년동안 생산한 모든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광물성 포마드가 대부분이던 한국 전쟁 시절 멋쟁이 남성들이 머리손질을 한결 자연스럽고 멋스럽게 해준 한국 최초의 순식물성 포마드 'ABC포마드(1951년)'가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움과 피부관리에 관심을 두는 최근 남성 트렌드에 맞춰 출시된 요즘의 '핫한 남성용 옴므'라인 제품들과 나란히 놓인 것을 보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마저 든다.

창업자 서성환 회장의 친필 노트와, 국가에서 받은 훈장 등 일생 발자취를 담은 제 2전시실을 지나면 유니폼, 쌤플용 화장품, 교육 자료 등 아모레퍼시픽 기업의 70년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제 3전시실이 숭고한 숨결을 내쉰다.

1960년부터 1970년대 사진, 포스터, 광고영상과 같은 다양하고 희귀한 시각자료들도 볼 수 있다. 자료 보존의 적정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도 23.5도와 습도 50%를 365일 동안 유지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70년간 방판사원들이 입었던 동·하복 유니폼. 그 종류가 얼핏 봐도 20여개가 넘는다.

유니폼이 전시된 벽면 아래로는 고객관리를 위해 손수 기입하며 관리했던 개인수첩이 연도별로 놓여있다. 아카이브 건립의 취지를 이해하고 회사 측에 기증한 것이다.

1954년 6.6㎡(2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업계 최초의 연구실을 개설해 제품을 생산했던 의미를 담아 과거 연구실을 재연한 공간인 제 4전시실까지 아카이브 1층은 수장고 및 분류 촬영실 등 수장 공간, 2층은 6개 전시실과 사무공간으로 구성됐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1981년 기업의 40년사 발간 준비를 계기로 자료수집을 시작, 2006년부터 '아카이브'라는 명칭을 사용 중이다. 기업의 70주년과 함께 2015년 오산 뷰티사업장 내 신축, 완공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