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돈 욕심에 오염된 해양환경관리공단

'단가 후려치기' 타항작업 독식…상반기 중 한 달에 세 번꼴 항만 비우기도

박지영 기자 기자  2015.09.09 12:40:2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가차원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을 공단(公團)이라고 부른다. 널리 알려진 에너지관리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교통안전공단 등은 물론 푸른 바다를 가꾸는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있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설립목적은 말 그대로 깨끗하고 안전한 해양환경을 만들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업무도 △해양환경보전 △해양환경개선 △해양오염방제 △해양사업 △교육훈련·연구개발 △국제협력 등 대부분 바다를 보전하는 것이다.

◆본질 잃은 해양사업 '망망대해 허우적'

눈여겨볼 것은 바로 '해양사업'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공공기능 유지를 위해 항만예선 26척과 전용예선 6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예선은 방제장비를 탑재한 예방선으로, 해양오염사고가 없는 평상시엔 입출항 선박 이·접안과 국가기간산업을 지원한다.

문제는 지난 2012년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바뀌면서부터다. 국가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본격적으로 항만예선사업에 뛰어든 것.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전 해양환경관리공단 관계자는 "현재 공단은 항만예선사업에서 발생되는 수익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며 "한정된 시장인 예선사업분야에서 민간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기 더해 성과위주 인사제도와 개인평가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공단과 민간기업 간 밥그릇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단은 철저히 돈에 따라 움직였으며, 수익을 기준으로 예방선을 배치하기도 했다.

일례로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는 1400마력급 109청룡호와 1350마력급 105청룡호를 각 한 척씩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1년 11월 수익성을 이유 삼아 1400마력급을 울산지사로 내려보냈다.

여기서 짚을 점은 인천항의 예선등록기준이다. 인천항은 보유한 예선마력 합계가 총 2000마력을 넘어야 예선업 등록을 할 수 있다. 이런 만큼 1350마력 밖에 남지 않은 인천지사는 사실상 예선업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기업에 전가됐다. 공익성을 띨 때까지만 해도 공단은 돈이 되지 않는 인천항 중저마력급 선박을 전부 감당했었다. 그러나 공단이 철수한 뒤에는 민간기업 3개사가 각각 한 척씩 도입해 적자를 감수하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한 곳인 A사의 고위 간부는 "인천항은 타 항만과 달리 조수간만 차이가 심해 선박 입·출항 시간이 고작 30분에서 1시간 남짓으로, 이마저도 하루 1회 정도뿐이라 수익이 날 수 없다"며 "항만운영 차원에서 예방선 철수결정을 번복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단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인천지사는 현재 방제에 투입 가능한 선박을 조사선 포함 모두 5척을 보유하고 있다. 

A사 간부는 "109청룡호를 대신해 소형방제선이 추가배치된 상태지만 인천은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서해어장 전체에 치명타를 주는 곳"이라며 "입·출항 선박 규모와 빈도수 및 화물 성격을 고려하면 현재 보유한 소형방제선으론 어림도 없다"고 얘기했다.

◆업계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울화통
 
해양환경관리공단을 둘러싼 잡음은 이뿐 아니다. 전직 지사장이 속한 민간기업을 암암리에 물신양면 돕고 있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평택항 예선사업자 다수에 따르면 해양환경관리공단 평택지사장 출신 K씨는 정년퇴임과 함께 D사로 터를 옮겼다. D사는 평택항에 신규 진입한 신생업체로, 보유한 예선도 고작 한 척에 불과하다.

여기서는 K씨의 영업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도 넘은 '단가 후려치기'와 지사장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시장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

평택항에서 수십 년째 예선업에 종사 중인 K씨는 "D사 경우 예선이 한 척 밖에 없어 사실상 수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자란 배는 (공단) 평택지사와 함께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어 "얼마 전 모 발주사가 이런 말을 했다. K 전 지사장이 찾아와 예선료를 40%까지 할인해줄 테니 D사와 계약하라길래 '너흰 배가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내가 공단 평택지사장 출신이라 공단에 말하면 다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더라"고 털어놨다. 

여기에 공단 관계자는 "퇴직한 K씨 영업활동은 우리 공단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공단은 대규모 해양오염사고 대응을 위한 공단 본연의 역할과 무역선박의 원활한 입·출항을 도와주기 위한 예선업무에 충실히 임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민간업체 밥그릇 뺏고도 당당한 공단

부산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부산항은 인천·울산과 같이 공동배선제로 운영되고 있다. 즉, 공단을 포함한 7개사·32척이 순번에 따라 항만 입·출항을 돕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형조선소·해저케이블·각종 해상공사 작업은 공동배선제 밖의 일이다. 따라서 이 일을 예선사들은 '타항작업'이라고 부른다. 눈에 띄는 점은 부산항 내 타항작업이 유독 해양환경관리공단에 치중됐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2년간 해양환경관리공단이 한 타항작업 일수는 △2013년 24일 △2014년 19일로 43일이었지만, 같은 기간 타 예선사 일수는 △2013년 4일 △2014년 18일로 고작 22일에 그쳤다. 

심지어 타 예선사 타항작업 일수인 22일은 공단을 제외한 부산항 소재 민간예선사 모두를 합친 수치다.

부산항에 적을 둔 B예선사 고위 간부는 "공단 부산지부 경우 예방선 여섯 척을 운용하고 있는데 자료를 보면 해당 배가 매년 항만을 비우고 30일가량 나가서 타항작업을 해온 것으로 나온다"고 짚었다.

아울러 "항내 방제작업과 오염방지활동이 주 업무인 공단이 매출과 수익만을 위해 항만을 버리고 이렇게 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공단 관계자는 "부산지사에서 보유중인 예방선 6척이 연간 20일 정도 타항작업을 나갔다는 것은 전체 가용일수 2190일(365x6척) 대비 0.01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수치"라고 맞섰다. 보유예선 대비 타항작업 일수는 적은 편이라는 해명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측의 해명에도 공단이 이득을 위해 민간기업 밥그릇을 뺏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올 8월까지 공단은 총 23번 타항작업을 수행했지만 민간기업은 단 한 번도 작업을 나가지 못했다.

이러한 실정이지만 예선사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역대 이사장들이 모두 관료출신으로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완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용우 해양환경관리공단 초대이사장은 울산지방해운항만청 청장을 지내다 해양수산부로 넘어가 장관 정책보좌관까지 지낸 전형적인 해수부 라인이다. 바통을 이어 받은 곽인섭 전임이사장 또한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관리단 청장 및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 실장을 지낸 관료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