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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성희롱에 눈물짓는 상담사, 기업차원 대응책 '꼭 필요'

악성·강성 고객별 차별화된 대처 시스템 구축 필요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9.08 14: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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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환절기 감기로 고생하던 상담사 B씨에게 한 민원인은 "아침부터 목소리가 왜 그래? 재수 없게…. 목소리가 안 나오면 전화를 받지 말아야지. 넌 거기 앉아 있을 자격이 없어. 내가 낸 세금으로 너희가 돈 벌어가는 게 너무 아깝다. 너 그냥 짐 싸고 나가라.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거기에 왜 앉아 있냐?" - 경기도콜센터 악성민원 사례 中 

지난달 31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는 114 콜센터 상담사의 고충을 알렸다.

상담사에 대한 무자비한 폭언과 성희롱, 이유 없는 요구를 들어달라며 몇 시간 동안 전화를 끊지 않는 악성고객들로 상담사들은 참기 힘든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단체와 학계, 정부까지 악성고객을 처벌하는 기준과 법안을 검토 중이며, 실제 120서울 다산콜센터에서는 '원스트라이크·삼진아웃제' 등을 도입해 형사처벌하는 등 상담사 보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고객은 왕이다' '고객만족 실현'을 목표로 매출증대를 꾀하는 민간기업에서는 상담사 보호 노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악성고객이 발생하는 원인과,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악성고객 심리 "약자 괴롭혀 자신의 존재감 과시"

보통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본인의 정신적 나약함에 대한 반대 심리로,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존재나 힘을 느끼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례로 부모가 아이에게 폭력을 일삼은 경우, 무력한 아이는 폭력이 멈출 때까지 맞을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부모의 권위는 절대적인 것이며, 부모의 힘에 저항할 수 없는 것처럼 상담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부모와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또래 집단 친구 중 약하고 힘이 없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험'을 통해 부모로부터 '폭력'이라는 것을 배웠고, 부모의 폭력을 누구보다도 증오했겠지만, 그것을 정작 부모에게 앙갚음할 능력은 없으니 상대적 약자를 괴롭힘으로써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자 하는 심리라는 것이다.

또한 가해자 입장에선, 자신이 해를 입히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피해를 주는 가해자들은 특히 전화를 먼저 끊지 못하고 고객의 요구에 변함없는 친절함으로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담사는 상대하기 쉬운 '약자'다.

◆상담사도 내부고객…기업의식 개선 필요

악성고객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업의 '고객의 왕'이라는 기업방침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기업의 방침은 정상적인 고객에게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일부 이를 악용한 고객의 표적이 되는 상황이라 상담사를 근본적으로 보호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과도한 친절보다 정확한 내용전달"이라며 "무조건적인 친절강요와 악성고객도 고객이라는 기업방침은 정작 내부 고객인 상담사에 대한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악성고객들의 비뚤어진 권리의식에 대해 침묵과 수용보다 강력한 처벌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 산하 120다산콜센터의 상담원들은 지난해 하루 평균 31건(1월 경우)의 악성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시가 지난해 2월 성희롱을 한 차례만 저질러도 경고 없이 법적조치하겠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악성민원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민원인 45명을 △성희롱 △폭언 △욕설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한 바 있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총장은 "기업은 악성고객과 강성고객으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오상담, 불량품 등 업체 문제로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강성고객)과 이유 없이 폭언을 일삼고 업무를 방해하는 고객(악성고객)을 구별해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성고객은 신속한 문제 해결이 우선이나 악성고객은 범죄자로 인식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기업이 언제까지나 '고객은 왕'이라는 명분으로 이들이 요구하는 물질적 보상을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른 악성고객을 양성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악성고객과 강성고객을 구별해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는 내부고객에 대한 보호와 더불어 악성고객으로 인해 피해받는 대다수의 고객을 보호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