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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특허출원 가방 붙인 자전거로 'ADHD 봉사 쌩쌩' 김형우君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08 11: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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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멘사라고 하면 흔히 천재들의 집단이라고 해 그야말로 '별에서 온 그대'처럼 보는 경우가 많다. 일설에는 가입 조건이 생각만큼 까다로운 것은 아니라고도 하고, 또 IQ라는 지표가 모든 인간의 지적 능력이나 잠재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절대시할 게 아니니 멘사 회원이라 경원시할 건 아니라는 제언도 있다.

어쨌든 멘사 회원들은 대부분 샤프하든 너드 스타일이든 모범생에 사교성은 별로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슈(대부분 아카데믹한 것)에만 꽂힌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분명 존재한다.

제 2의 항구도시이자 짜장면의 고향으로 유명한 인천. 이 곳에 봉사활동에 열심인 멘사 회원 하나가 살고 있다. 김형우씨는 인천 남동고등학교에 재학 중으로 중학교 때 이미 멘사 회원 자격을 취득한 것 외에는 흔한 '안멸(뿔테 안경에 바짝 마른 체구)' 남학생이다.

자전거를 늘 타고 다니는 점도 새삼스럽게 또래에 비해 특징이라 하긴 어렵다. 다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곳 중 하나가 ADHD, 즉 주의력 결핍증 관련 봉사 수업이라는 점은 약간 기특한 대목이다. 또 그에 필요한 몇몇 자료나 아이템 등을 수납할 자전거 가방을 자신이 만들어 붙이겠다고 나선 점, 그리고 이 가방과 몇몇 아이템에 대해 특허출원 등까지 진행할 정도로 나름의 기술적 성과를 규명할 정도의 과학 마인드를 가진 점은 약간 이색적이다. 

수줍음도 많이 타서 집에서는 성격을 고칠 겸 봉사활동에 참여해 보기를 권했다. 이에 재미를 붙인 게 그를 발명의 길로 이끌었다. 김군은 멘사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는 인천 학생 동아리 '별무리'의 일원으로 ADHD를 앓는 이들 중 형편이 좋지 않은 초등학생 내지 중학생들과 형제처럼 지낸다.

좀 과묵하지만 속내 깊은 큰 오빠 같은 캐릭터의 그는 어느날 봉사활동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던 중 자신이 멘토링하는 아이의 전화를 받게 된다. 

한 손만으로는 핸들링을 100% 하기 어렵다는 점은 자전거를 타는 이들 모두 알 만한 대목이지만, 막상 주머니에서 꺼내 발신자번호를 본 데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 듯한 기색에 몇마디 더 한다는 게 전화기를 더 붙잡고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하지만 이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고, 그는 이후 전화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수납 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핸즈프리 마이크만으로는 성이 안 찼기 때문에 또 다른 소소한 짐을 공간으로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부득이 가방 구상에 들어간 것.

내친 김에 그는 이전부터 꿈꿨던 (가칭) 일정표 애플리케이션 구상에 대해서도 변리사의 상담을 받게 됐다. 종전 기술은 이메일을 통해 일정을 발송하고, 이메일 내용을 데이터화해 일정표에 기록하게 함이 기본 얼개였다. 따라서 일정을 공유하는 일정표가 있었지만, 상대가 이메일을 확인하고 일정을 체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김군의 구상은 '일정공유 기능을 갖는 일정표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것으로, 이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는 공유할 일정을 상대의 일정표에 자동 기록하게 하는 기능을 넣어 일정관리의 편의성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개성 강하고 각자 바쁜 별무리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교에 떨어져 있으니, 이를 통해 일정이 파악되면 좋겠고 그러면 의논도 좀 더 쉽고 자주 할 수 있다는 평소 바람을 구체화한 것이다. 참 좋은 생각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준 변리사 덕에 큰 힘을 얻어 실제 출원까지 접수했다. 

일정이 함께 모이고자 하는 것일 경우 참석여부를 체크할 수도 있도록 해 모임의 참석자 파악을 용이하도록 하자는 변리사의 조언을 반영, 설계에 확장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10-2015-0123985와 10-2015-0125219 두장의 출원확인서를 쥐고 두근두근 최종적으로 심사를 마친 후 특허장이 날아올 날을 기다리는 보통의 고교생과는 약간 다른 가을을 보내게 된 것.

그간 ADHD 관련 학생들을 멘토링하면서 이 프로그램의 대상이 된 형편이 좀 어려운 동생들에게 '재미있게' 머리가 좋아지는 법을 설명하는 데 새로운 낙을 발견한 김 군은 소극적 성격을 좀 더 바꿔서 직업을 갖겠다는 새 꿈이 생겼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숨겨진 성과를 공유하도록 알리는 과학 저널리스트나 일반 발명가와 당국 사이의 소통을 잇는 변리사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여전히 ADHD의 생물학적 규명 등을 오래 공부해 교수가 되고 싶다는 그이지만, 아직은 출원된 내용을 실제 자기 자전거에 어울리게 실물로 만들어 붙이는 캔버스천 바느질에 애를 먹는 19살 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