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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롱당해도 먼저 사과… 상담사들, 끊이지 않는 비애

분노조절 어려운 사회, 상담사 보호 위한 법·제도 마련 절실

김경태 기자 기자  2015.09.08 09: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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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첫 번째 콜에서 만족할 만한 응대를 받지 못한 고객이 다시 전화를 해 '너희들은 아침부터 남편이랑 ○○할 생각만 하니깐 일을 그따위로 하지?'라는 폭언을 쏟아냈다. 당시 이 상담사는 임신 8개월로 혹시 뱃속의 아이가 그 말을 들었을까 걱정된다며 애써 눈물을 감췄다. - KBS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한 상담사의 사연.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예능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는 감정노동자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콜센터 상담사 고민 특집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소개된 상담사들은 상당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콜센터 상담사들은 고객이 먼저 전화를 끊기 전에는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는 만큼 막말을 하는 고객에게도 특별한 대처를 못해 더욱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또한 인바운드 상담사의 경우 하루 처리해야 하는 콜 수가 있어 할당된 콜을 직원이 소화하지 못할 경우 야근을 하면서까지 불만콜을 처리해야 하는 고충도 뒤따랐다. 

◆"상담사는 화풀이 대상 아닙니다"

이날 방송된 사연 중 '두 얼굴의 엄마'에서는 함께 자리한 모든 상담사들은 공통 고민을 털어놨다. 바로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 발언. 

비대면업무인 콜센터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와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상담사에게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진상'고객들이 많다. 이런 진상고객들로 인해 상담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날 출연한 한 콜센터 상담사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누군가는 어느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이고, 가족일 텐데 너무 막말을 한다"며 "자신의 가족·친지가 근무하는 곳에 그렇게 전화를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진상고객이 갈수록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임창정과 최다니엘이 주연을 맡은 '분노조절장애'에 관련된 영화 '치외법권'이 상영되고 있으며 보복운전 등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행해지는 범죄 관련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진다. 

이처럼 현재 우리 사회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작은 잘못에도 막말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을 경우 수화기 너머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던지기도 한다. 상담사들은 이런 고객들의 분노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이날 '안녕하세요'를 시청한 누리꾼들은 '저게 바로 진정한 갑질이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직원 모두 힘내세요' '언제나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화낼 수밖에 없는 콜센터 직원들. 왠지 이해가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함께 분노했다. 

이에 A콜센터 상담사는 "고객들은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욕설을 내뱉는 것이지만 우리는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수 없고 가슴에 큰 상처를 입는다"며 "콜센터 상담사들은 화풀이 대상이 아닌 바로 누군가의 가족"이라며 분노에 공감했다. 

이어 "최근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법·제도 제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기업에서 이런 법·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상담사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는 성추행·폭언·장난전화에 대해 성희롱은 1회, 폭언·욕설·협박은 3회 때 고발조치하는 정책을 도입해 악성 민원인을 줄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