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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천태만상' 도라에몽, 저 속에 내 얼굴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08 0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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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도라에몽 100마리가 동시에 역전에 도열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표정이 다 다른데요. 의기양양한 도라에몽부터, 먹물을 뿜는 문어에 놀란 도라에몽 그리고 손에 지팡이를 든 듯한 모습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모습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당깁니다.

이 도라에몽이 설치된 용산역은 서울에서도 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기차역 겸 전철역이라 오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요. 임박한 차 시간에 바삐 걸음을 옮기거나 긴 찻간 여행길에서 막 벗어나 지친 걸음을 옮기는 이들 중에서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각기 자기가 재미있게 여기거나 좋은 표정의 도라에몽 곁에서 사진도 찍는데요. 가만 보면 이게 또 각기 취향이 각양각색이라고 합니다.

십인십색이라니 마음이며 심리 상태도 서로 다 달라서일까요?

'만불전(萬佛殿)'이라는 개념을 아시나요? 1만 부처님을 모신 건물이라는 뜻이죠. 이런 건물을 짓고 많은 불상을 모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님이나 수행자들은 만불은 세상의 모든 모든 부처님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만불상을 자세히 보면 조금씩 모습과 표정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모두 모으면 세상의 부처님을 다 모은 것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희노애락을 다 모은 게 될 것도 같습니다. 그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만불을 모시는 만불선원을 짓는 것은 곧 세상 모든 사람이 부처이니 모든 사람을 부처로 섬기라는 의미라고 이야기하는 어느 스님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1만 불상을 모신' 만불전이 생긴 것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1990년 봄에 구룡사 만불전이 점안식을 개최했다는 기사가 '한겨레'에 실렸는데, 여기 보면 "국내 최초로 1만 불상을 조성…1만 불상은 시방 세계의 모든 부처님을 상징(4월8일자)" 등의 설명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불상을 모았다는 상징적 의미인 동시에, 세상 모든 이를 위한다는 뜻으로도 연결된다니 그래서 유명한 만불상 봉안 사찰들이 나름대로의 매니아를 형성하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이런 모든(1만 혹은 100을 통해 모든, 온전한 등을 의미하는) 다양한 표정의 사물들은 불상이 아니더라도 종종 시도되는 점은 위에서 이미 소개한 도라에몽 100을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익히 아실 겁니다.

실제 어떤 상이든 그 안에 나를 닮고 내 마음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이 하나라도 있다고 믿는다면 마음이 든든하지 않을까요. 1872년 로베르트 피셔는 미학에서 독일어 'Einfuhlung(감정이입)'을 처음 사용했고 여기서 '공감'이라는 개념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빌헬름 딜타이는 이 미학용어를 빌려 정신 과정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고,1909년 이것이 미국에 건너가 심리학자 E. B. 티치너가 이것을 '공감(empathy)'으로 번역해 학문의 중요 키워드로 널리 사용되기 이르렀다고 하지요.

이후에야 공감과 감정이입은 널리 규명과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마 이런 작명 이전에도 이런 정서는 규정할 수 없는 무언가로 사람들 마음 바닥에 존재했을 것이고 지금도 면면히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굳이 깊은 산중의 사찰에 만불전을 찾지 않아도 종종 이런 다양한 만불전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나름의 위안을 찾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런 많은 얼굴의 변주곡 행사는 생명력을 계속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