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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조한 미래부, 700MHz 주파수 분배 논리 '번복'

최민지 기자 기자  2015.09.07 10: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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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는 14일 예정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대상 국정감사에 초조했던 것인지 미래부는 스스로 내세운 과거 700MHz 주파수 분배 논리를 번복하며 빈축을 샀다. 

미래부는 지난 3일 기자단 대상 '미래부의 향후 주파수 정책 방향'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미래부의 거시적인 주파수 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살피고자 많은 기자들이 몰렸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파수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700MHz 주파수 배분안과 관련해 변론만 잔뜩 늘어놓은 변명의 장에 불과했다. 

당초 미래부는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11개 채널에 분배해야 한다는 지상파 논리에 반박해왔다. 그러나 국회의 지상파 편들기가 거세지자 미래부는 지난 7월27일 지상파 5개 채널에 초고화질(UHD)용으로 700MHz 주파수를 분배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700MHz 배분 문제가 일단락된 지 한 달 이상 지난 후 미래부는 '700MHz 대역 분배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스터디를 개최하고 나섰다. 이마저도 미래부는 기자들에게 진짜 스터디 목적을 가리고 주파수 정책 방향이라는 정보로 알린 것은 물론, 준비한 PPT 자료를 비공개용이라며 배포하지 않는 등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미래부는 700MHz 대역의 30MHz(15MHz+15MHz) 폭은 광대역이 아닌 협대역이라 이통사 대상 주파수 경매에서 낙찰가가 낮거나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700MHz 대역 없이는 지상파 UHD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외부 압력에 의해 700MHz 대역 분배안이 마련된 것이 아니라며 정부안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분배안을 확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정부안'은 국회와 지상파의 거센 요구 끝에 미래부가 한 발 물러서 700MHz를 UHD용에 맞춰 분배키로 조정된 안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지상파 UHD를 위한 700MHz 분배안을 만들지는 않았다. 

아울러, 최양희 미래부 장관조차 정치권 개입으로 주파수 정책이 변경되는 우려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미래부 스스로도 국회와 지상파 압박으로 지상파에 UHD용 주파수를 분배하게 됐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정감사 때 국회로부터 700MHz 관련 비난을 조금이라도 면하기 위해 기자들을 불러놓고 여론몰이를 하려는 모양새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 대부분이 700MHz 주파수 대역을 지상파에 배분하라고 요구했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압박에 당초 정했던 안을 변경한 것에 그치지 않고 국정감사를 앞둔 이 때 정치권 눈치보기까지 한창인 미래부의 모습이 안타깝다. 창조경제를 이끄는 정부의 주무부처로, 정치권에 휩쓸리지 않고 산업진흥을 통한 경제 효과 및 국민편익 등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굳건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