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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콜센터 상담사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하영인 기자 기자  2015.09.04 16: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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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컨택센터(콜센터) 상담사가 감정노동자의 대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일부 악성고객의 폭언, 성희롱에 노출된 이들은 감정을 삭이고 삭이며 이를 감내하고 있다.

최근에는 KBS '안녕하세요' 프로그램에서 콜센터 상담사 특집을 다뤄 관심이 모아졌다. 이 중 한 상담사의 자녀는 '이중인격 엄마'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다. 밖에서는 상냥하고 친절한 엄마가 집에 들어서면 악마같이 돌변한다는 것. 사연을 보낸 자녀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그의 딸이었다.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누적된 상태에서 애꿎은 주변인에게 화풀이하는, 소위 상담사들의 '폭탄 돌리기'다. 이 같은 부모 아래 자란 아이들은 폭력적이거나 내성적인 성향이 굳어져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상담사들에게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강도는 달라도 누구나 감정노동을 겪고 있으며 이는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상담사들을 향한 "안타깝다", "불쌍하다"는 동정론이 일고 있지만, 이럴수록 상담사들은 움츠러드는 게 사실이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어쭙잖은 동정론이 자부심을 갖고 전문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상담사들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콜센터 상담사가 MBC '무한도전'에 극한직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예상했던 대로 '욕먹는 직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극한 일을 누가 하고 싶을까. 상담사를 둘러싼 인식은 이미 그렇게 자리 잡았다.

전문 콜센터의 경우 저마다의 방침으로 소소한 이벤트부터 문화의 날, 심리 상담, 마사지 등 상담사 복지는 물론 악성민원 전담반을 만드는 등 상담사들의 처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상담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에서 상담사들과 마주한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절차를 간소화하려면 기업이든 기관이든 거쳐야하는 단계가 콜센터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 기업 측에서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말 그대로 상담사들을 존중하고 보호해 주자는 것이지, 동정하기 위함은 아니다. 필자는 다양한 분야의 상담사를 만나봤지만, 동정을 원하는 이를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고맙다"는 우리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에 상담사들의 마음은 녹아내린다. 반면 불퉁한 우리의 말 한마디는 상담사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우리 중에는 상담사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니면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기에 상담사들을 함부로 대하는가. 당신은 부족한 인성을 드러냈을 뿐이다.

현재 컨택센터산업 종사자는 37만여명, 매출액은 20조3551억원으로 추산되며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에 기여하는 바도 클뿐더러 경력단절 여성에게 적합한 업종으로 주목받는 효자산업이다.

또한, 산업 전반에 걸쳐 일반 중소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 △유통 △금융 △식음료 △제약 △의료 등 수많은 기업·기관에서 콜센터가 없는 곳은 찾기 힘들 정도다.

상담사는 기업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는,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