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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인터넷전문은행 '최태원 특혜론'…무슨 얘기?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04 19: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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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핀테크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습니다.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및 송금·개인자산관리·크라우드 펀딩 등 I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이라고 풀이하는 자체가 촌스러울 정도로 이미 대세로 자리매김한 모습인데요.

이미 각종 '△△페이'가 우리 곁에 등장해 지불결제의 새 역사를 쓰고 있고, 심지어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은 카드나 무통장입금 등 전통적 수단 대신 각종 혜택을 주면서 '간편결제'를 적극 유도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런 와중에 정점을 찍는 요소는 뭐니뭐니 해도 바로 '인터넷전문은행'인데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업 진출을 놓고 여러 사업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이 문제의 발전에 가장 큰 족쇄로 작용했던 금산분리원칙을 깨고 다양한 방식의 비실명 실명 확인 허용, 최저자본금 요건을 부담스럽지 않게 조정하는 문제 등 전향적 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이는 2008년 여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 토론회'에서 산업자본에 대한 은행 지분 규제는 일반은행처럼 당시 기준 4% 규정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된 뒤 7년 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토론회에선 "그래도 금산분리만큼은…"이라는 의견이 많았죠. 결국 이 토론회 내용을 중요 참고자료로 최종안을 확정키로 했던 금융당국은 물론이고 관심을 가졌던 당사자들도 손을 들었다는 후문입니다.

어쨌든 이번만큼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과 일반산업체의 벽을 설정하는 금산분리에서 벗어나 뭔가 실질적인 결과물 도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데요.

이런 가운데 SK그룹은 이번 상황에서 가장 큰 수혜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SK그룹이 금융사업 진출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인데요.

1998년 경영 전면에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통신과 금융부문의 융합서비스를 통한 소매금융 진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죠. 이에 1995년부터 신용카드사 설립을 정부 측에 타진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후 안철수연구소 등과 손잡고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결국 규제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10년도 넘은 숙원 과제를 최 회장이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지난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실행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소문도 무성하고요. 한편에선 특사로 은전을 입은 최 회장이 정부의 핀테크 띄우기 기조에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더불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조건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여기서 잠깐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살펴볼까요.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법정최소자본금을 250억원으로 정하고 있으며 또한 상호출자제한기업을 제외한 비금융주력자의 지분보유한도를 현재 4%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다음카카오나 인터파크 등이 은행 설립에 성공할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개정안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은 있지만, 설립 후 '새롭게' 상호출자기업이 될 경우에 대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말 "비금융 주력자가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의 대응방안을 명시함으로써 향후 금산분리 규제와 관련한 법적 분쟁의 소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 감독당국이 인가심사 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함은 물론, 인가 후에도 이행 여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는데요.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운영을 통해 새롭게 상호출자제한기업이 등장하는 것조차 걱정을 하고 관리 강화 방안을 미리 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학계나 당국 요소요소에는 '재벌 병폐론'을 떨쳐내지 못하는 이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 회장과 SK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상황이 조성된다는 것은 재벌에 대한 또다른 특혜론을 낳는 것이지요.

최근 외신에서 SK그룹이 대만 홍하이그룹과 손잡고 인도 금융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이를 두고 최 회장이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발전 상황 전반에 대해 '준비 운동'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이어졌죠.

물론 이 외신에서 "SK그룹이 은행에 투자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는 한 대만 관계자의 발언에 방점을 찍는 이들도 많습니다만, 최 회장이 인도를 인터넷전문은행 테스트베드로 삼을지 아닐지… 모를 일이죠.    

'특혜'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최 회장이 역량과 미래 지향성, 국익에 대한 기여 등을 모두 제시하는 압도적 우수성으로 깔끔히 인터넷전문은행 시대의 문을 여는 영광을 안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