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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급한 4전5기 우리은행 민영화

이윤형 기자 기자  2015.09.03 20: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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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한 중동 출장길에 오르면서 우리은행 민영화 쟁점이 다시 떠올랐다. 시작은 지난달 중동의 대형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투자공사(ADIC)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참여할 뜻을 밝힌면서다.

아부다비 투자공사 자산은 9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과점주주군을 이룰 유력 후보의 부상을 의미한다. 이번 협의가 진전될 경우 지난 2010년부터 끌어온 우리은행 민영화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전5기 민영화를 준비하는 정부의 매각 작업은 성급히 들이켜는 모양새다. 정부의 매각 의지와 우리은행 시장 가치 등 매각 상황이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현재 정부는 우리은행 5차 민영화 과정에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방향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21일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방향 브리핑에서도 정부 관계자는 매각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매각방식에 대해 국내 첫 시도라는 데 방점을 찍었을 뿐 매각의 실질적인 전략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출장길에 오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내·외적으로 사업 역량강화를 통한 수익성 및 기업 가치 제고로 시장의 관심을 끌어내는 전략을 세운 듯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의 사물인터넷 핵심 기술인 비콘을 활용한 '우리 비콘 서비스'를 비롯해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 '우리삼성페이' 등 최근 잇따라 내놓고 있는 서비스가 핀테크 분야에서 독보적인 상품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 사업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취임사에서 강조한 '영선반보(領先半步·성공하려면 항상 반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가 사업 역량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이 행장이 영선반보와 함께 취임 일성으로 내건 '임기 내 민영화'가 정부의 앞뒤 가리지 않는 민영화 작업과 맞물려 '발버둥'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전방위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장 가치는 요지부동이라는 데 있다. 우리은행의 주가만 보더라도 3일 기준 8940원으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는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원칙(1만3500원)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이번 정부의 출장길이 오히려 우리은행 매각의 무기한 연기를 확정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회의도 없지 않다. 이번 협의가 지난 5월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한 데 이은 두 번째 시도인 데다 인수와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그들의 보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공적자금위원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는 점에서 매각 작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 조직 내부는 임직원 모두 민영화가 조속히 실현되길 바라는 눈치다. 2010년부터 끌어온 작업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주마간산식 민영화 추진 방식으로는 실패한 민영화 사례로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급할수록 에워가라는 속담이 있다. 조속한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위해 신중하게 준비하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