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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쓰는 약속의 편지

조충훈 순천시장 기자  2015.09.03 19: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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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지방자치단체가 자연으로부터 선물받은 풍광을 최대한 잘 살리고자 담백하게 노력한 결과가 국가적으로도 인정받는 좋은 성과를 남기게 됐다.

순천만정원이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것은 순전히 순천만 덕분이다. 순천만은 세계적인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이렇게 되자 관람객이 연간 300만명으로 늘고 자동차 매연과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기에 이르렀다. 순천시민들의 삶 더 나아가 우리가 후손에게 빌려쓰는 순천의 환경을 책임지는 도백으로서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순천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대한민국에도 도움이 될까?"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절대 보전공간인 순천만을 지키기 위해 순천만의 입구를 순천만에서 5.2㎞ 떨어진 전이공간의 박람회장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바로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기원이다.

사실 처음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자연과 관광을 하나로 꿰겠다는 미명 하에 나섰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자칫 우리 순천이 잊혀진 관광지가 되는 건 아닐까? 과연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려 6개월 개장이라는 최장기 박람회이자 대한민국에서는 과거 전혀 개최된 바 없는 '정원을 소재로 한' 박람회라는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에 불을 당겼다. 440여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없었던 정원이라는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립하게 된 계기도 만들어졌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정원은 영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참으로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다만 우리가 일본에 여행을 가면 여러 아름다운 정원을 소개받지만, 그 미학이란 참으로 조형미 즉 인간의 손길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그래서 손을 많이 들여 운영하지만 나름대로 운치와 멋을 추구하는 영국식 개념의 장점만을 받아들이려고 생각하면서 정원과 순천의 결합에 대해 공부했었다는 점을 이제 고백하려 한다. 

정원은 운영 주체에 따라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 △공동체정원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국가정원으로 처음 지정된 곳이 순천만정원이다. 이제 순천만정원도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제1호 정원으로 국민 누구나에게 기억될 것이기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더라면 이런 큰 일을 이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순천만이 국가정원으로 정해짐으로써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가정원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함께 드라마촬영장 등 다양한 볼거리로 벌써부터 들썩인다. 그래서 지역경제도 생기가 돌고 있다. 방학 동안에는 게스트하우스나 식당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핫 아이템 위주로 활기가 돈다. 그래서 지역의 피끓는 청춘들이 이에 자극받아 나서는 '청년 창업'도 붐이 일고 있다.

수학여행의 대상지로 신라 문화의 정수인 경주나, 백제 유산이 찬란한 공주 등과 함께 우리가 부각되는 점도 바로 정원 덕분이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순천만정원은 앞으로 정원을 가꾸고 보전하는 비용을 국비로 지원받게 되며 바야흐로  지방의 소도시에서 '국가정원 보유도시'로 업그레이드된다. 이제 정원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제1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우리는 스스로 희망에 부푼 한편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순천만국가정원을 방문하기 위해 순천으로 찾아올 것이며 시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되고 대한민국 대표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수학여행의 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국가에서도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있는 조경과 화훼, 힐링 등 정원과 관련된 녹색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지역경제 발전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순천만정원 국가정원 지정은 사실 참으로 큰 여러 단계의 도움과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정원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 정부의 법을 손질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조그마한 정원 박람회 하나로 인해 순천시민 전체, 나아가 국가 전체가 뭔가 새롭게 해 보자며 힘을 모으고 새 길을 닦은 셈이다. 

그간 각 지역 도백들은 지역의 경제 성장을 도모한다며 주로 굴뚝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이제 순천만정원 국가정원 지정은 생태와 문화가 새로운 경제의 동력원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게 될 것이다. 또한 박람회의 사후 활용 모델이 되어 전국 지자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 또한 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 박람회가 대부분 산업관련 박람회로서 행사 개최 후 시설이나 부지 활용도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제 순천만정원 국가정원 지정이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조사한 최근 관광트렌드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갈수록 환경적 가치를 존중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공감과 위안, 치유 등 힐링이 사회문화 코드로 부상하고 있다. 즉 21세기 시대정신은 자연과 생태, 환경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창조적 아이템을 품은 도시답게 국민들에게 기여하는 '힐링의 공간, 마음의 고향' 순천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조충훈 순천시장 / 전 세계청년UN총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