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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시선 다른 해바라기에서 '신경숙 사태'를 보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03 11: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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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벗아! 어서 나와 해바라기 앞에 서라. (중략) 해바라기 앞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해를 보고 살지니. (윤곤강, '해바라기' 중 일부)"

해바라기는 향일성 식물, 즉 해를 바라보면서 꽃이 고개를 돌려 따라 움직인다고 하죠. 이에 각종 문학작품에서 지조나 절개 등을 상징하는 꽃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해바라기는 늦여름 고개를 숙일 때쯤 이렇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들거나 아래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는 씨앗이 익어서 꽃이 질 무렵, 고개가 무거워져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도시에서만 살던 저는 이런 장면을 처음 본 터라 신기했습니다.

사실 해바라기 씨가 익는 것은 사람들에겐 반가운 일인데요. 이를 볶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군것질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씨가 익으면서 고개를 저마다의 방향으로 돌리는 해바라기의 모습이 반가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바라기가 의지의 상징이라고 음으로 양으로 주입받은 어떤 이들에게는 막상 '자손을 남기는' 등 뭔가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대표적 속성인 향일성을 잃어버린 해바라기의 모습이 낯설 수도 있습니다. 또 뭔가 안타까운 생각을 들게도 합니다.

최근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 등으로 유명한 신경숙 작가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대표적 문예지인 '창작과 비평'이나 '문학동네'도 필터링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에서 함께 비판 대상에 올랐는데요.

문학동네는 그간 이 잡지를 꾸려온 편집위원들 '1기'가 조만간 은퇴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을호를 통해 '비평 표절 권력' 특집을 마련하는 등 자아비판에 나서기도 했고요. 이는 '비평 권력'에 대한 독자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결단으로 읽힙니다.

그런가 하면 창작과비평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백낙청 편집인과 백영서 편집주간은 전면에 나서 신 작가를 옹호하는 상황입니다. 창작과 비평은 1970년대 이래 한국 지식인 사회를 선도하는 계간지라는 평을 들어왔습니다.

문학동네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이전의 문예지들과 달리 두꺼운 분량을 선보이면서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원고 게재 기회의 창으로 받아들여졌죠. 이 때문에 작가 발굴 및 육성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잡지로 평가받기도 했고요.

이런 두 의미있는 잡지가 처음에는 신 작가 표절 의혹에 대해 다소 주춤한 관망세를 보인 것은 신 작가와의 '정' 문제도 있었을 겁니다. 이들 스스로가 작가들의 책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이익집단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왔죠. 다만, 문학동네는 그런 질타와 의심에 대해 단호히 선을 긋기 위해 초강수를 택하면서 창작과 비평과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된 것이고요.

이익 앞에 방향성을 다르게 택하는 것은 자연계나 인간 세상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느 방향을 보든, 최종적으로는 그런 모든 게 큰 섭리에 의한 것이었다고 정리될 수 있도록 두 잡지 모두 앞으로 각자의 처지에서 발전의 새 노력을 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