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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 창출 인색한 우리 사회, 약자 배려 부재가 毒

갑질 배제 절실…심사능력 개발·타 영역 전문가 협력도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9.02 11: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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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기치를 든 바 있으나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지금까지도 새로운 성장에너지 공급이나 차세대 먹거리 마련 등 '부가가치 창출'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하반기에는 정권 재창출과 이미 벌인 여러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추진력이 분산돼 창조경제 논의는 이제 퇴색할 때만 남았다는 걱정도 있다.

이런 와중에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침체일로를 걷는 한국경제의 탈출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심기일전과 발상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요청도 높아진다.

전통적 굴뚝산업으로는 가치효과를 더 높이기 힘들고,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최근 MC영역 실적 사정에서 보듯 IT영역 역시 기기 생산에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짐을 지우기 어렵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기술만 보고 돈 빌려줘?" 기술대출, 은행권은 당국 눈속임만…

기술금융이 외형적 성장에는 일단 시동이 걸렸지만, 이에 대한 걱정도 빠르게 부풀고 있다. 기술금융은 과거 주로 특허대출(IP대출 내지 지적재산권대출로도 불림)로 거론된 개념이다. 기술력 있는 기업 또는 특허권 등 기술 자체를 평가, 이를 기반으로 대출이나 투자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마땅한 담보가 없는 초창기 스타트업부터 여러 고민을 안은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술력만 있다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마중물 제도인 만큼 과거부터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초기까지는 여러 시중은행들이 특허대출 등에 대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머문 것도 사실이다.  

박 대통령 집권 이후 기술금융 규모 성장세는 눈부시나, 그 뒤를 살피면 오히려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연합회 등 자료에 의하면, 지난 6월 말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40조원(잔액 기준)을 돌파하며 5월 말 약 31조7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은행계는 금융위원회의 은행 혁신성평가를 의식해 실적 쌓기에 급피치를 올린 결과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평가는 창조경제 선도 및 부가가치·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된 제도로 기술금융 확산과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따뜻한 금융 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준다.

즉 급하게 밀어내기식 실적을 쌓아놨으니 자칫 잘못하면 한동안은 기술금융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기술금융 절벽'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유효하다. 문제는 또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4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은 40.2%로 일반 중기대출 34.7% 대비 높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은 무담보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중 신용부분이 포함된 것인데, 이 중 무담보 신용대출 비중은 25.3%로 일반 중기대출의 12.1%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는 것.

일반적인 중기대출 대비로는 높은 비율이나 아직 신용대출이 반도 안 되니,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개진된다. 이런 가운데 당국에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식 대출이 대규모로 일어난 상황을 겹쳐볼 필요가 있다.

이를 뒤집으면, 아무리 실적이 급하고 기술금융 촉진 당위성이 있어도 어느 선 이상으로는 절대로 기술력만 믿고 신용을 위시해 돈을 주는 비율은 성장이 더디다는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

당국은 평가를 무기로 은행들에게 갑질을 하고, 은행은 역시 겉으로만 변화한 기준으로 기술력만 있는 담보 부족 기업들에게 대출심사시 갑질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은 그래서 나온다. 이 부문은 분명 보완이 요구된다.

 ◆"열심히 일해 건물가치 올렸건만" 권리금 보호, 법 개정도 효과 無

가게 자리를 얻어 장사를 하는 많은 이들의 꿈은 매상을 많이 올리는 것지만 그에 버금가는 중요한 부분은 가게의 가치를 올려 권리금을 쌓는 것이다.

이런 권리금 발생과 성장을 제도적으로 인정하자는 논의는 부동산 가치만 부풀리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상가 주인만 이득을 보는 건물 가격 상승과는 분명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무형의 자산을 쌓는 노고를 상인에게도 인정해주고 금전적 가치로 보장해주는 것은 상업 발전을 통한 국가경제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산층 수준이 이주를 통해 저소득층을 대체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권리금 개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핫플레이스로 부각돼 땅값이 오르면, 기존 세가 낮은 가게들을 내쫓고 당장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업종에 세를 주는 문제가 있다. 홍대 앞이나 삼청동이 뜨자 과거 있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나 예술인들의 아지트가 대거 상업유흥시설에 밀려난 것도 이런 전형적 사례다.

그런데 권리금을 인정하면 무작정 세를 높게 불러 난감해진 상인들이 나갈 수밖에 없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건물주의 '갑질'을 막을 방패로 활용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권리금은 우리만의 독특한 개념은 아니다. 영국은  5년 이상 영업을 하면 '영업권'의 개념으로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이론을 구성한다. 이에 따라 임대차 종료 시 상환을 인정한다. 영국과 달리 대륙법계 국가인 프랑스 역시 '퇴거 보상제'를 제한적이나마 승인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거래 관행상 중요하게 인식되는 권리금 문제는 한때 정치권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기도 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특별법 형식으로 따로 제도를 만들자고 발의했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안 흡수'되는 식으로 사장되고 말았다.

이번 여름으로 새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지 100일을 돌파했으나 여전히 권리금 인정과 보호에는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분분하다. 

'주거 신분사회'를 집필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진 최민섭 박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서 부동산학 강의) 같은 이는 대표적인 허점으로 환산보증금 4억원 초과 임차인 문제를 든다. 그는 "임대료 상한선 제한을 안 받기 때문에, 과도한 임대료 상승 시도 시 임차인은 속수무책"이라고 꼬집는다.

◆ 한국 벤처, 가치평가서 후려치기…엔젤투자 활성화 정도는?

한국의 벤처는 기업가치면에서 이스라엘이나 대만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7월 하순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트랜스링크캐피털·BRV·스톰벤처스 3개사가 내놓은 '한국 벤처 생태계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한국 벤처들은 글로벌 벤처의 1/10 정도밖에 가치 인정을 못 받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실리콘밸리에서 푸대접을 받고 또 이런 대우 탓에 해외 진출이 더 요원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은 차치하고 당장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얻어내기 어렵다면 한국 내부적 투자 역량으로라도 우리 벤처를 키워야 한다는 새 문제가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한국 토종 자본에 의한 우리 벤처 육성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벤처를 육성해 신규 부가가치를 우리 경제에 공급한다는 구상은 꿈에 불과하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이런 점은 정치권이나 당국도 알고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됐다. 금융위원회도 개정안에 따른 시행령 손질 노력을 통해 새로운 투자 환경 조성에 대한 적극적 배려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신기술 개발과 문화사업 프로젝트 등을 할 경우에는 기업이 설립된 지 7년을 넘겨도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수혈에 나설 수 있도록 물꼬가 트인 것은 이런 노력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크라우드펀딩에는 여러 형식이 있으나 대체로 글로벌 스탠다드는 네 종류가 대세다. '기부형'이나 '보상형'은 대체로 어떤 일에 공감하거나 지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가진 이들이 나서는 형식이므로 사실상 '자금 '쾌척'에 가깝고 중요시되지는 않는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제도 개정으로 주목한 형식은 '증권형'. 소규모 내지 중규모 유치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나 글로벌 금융권과 산업계에서 가장 관심 있게 쳐다보는 형식은 '대출형' 플랫폼이다.

우리의 새 법제에는 대출형 방식은 당연히 빠졌다. 법학계는 이를 기존의 은행업이나 대부업 관련 법령과 상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업체는 이미 대출형에 대해 진출 선언 등을 한 상황에 우리 제1금융권에서는 낮잠을 자는 상황이 초래된다며 이번 개정안이 아쉽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다.

아직 추가적인 제도 손질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현재 시장에 가담한 엔젤투자자나 크라우드펀딩사, 컨설팅 전문가 등이 분발해서 상황을 떠받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서로의 이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자칫 투자 분석을 잘못해 손실을 볼 경우를 최소화하자는 협력망 구축 노력이 엔젤투자자-크라우드펀딩 플랫폼-컨설팅 회사 사이에 싹트는 점이 다행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말 업무협약을 체결한 AVA엔젤클럽·펀딩포유·씨케이인베스트먼트의 사례가 그 예다. 

정치권이나 당국이 과거 시스템에 안주하는 낡은 사고방식으로 미처 고쳐주지 못하는 벤처 지원 생태계를 일선 기업이 메워주는 셈인데, 벤처 육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거리를 둘 수록 우리 경제 성장은 한 걸음씩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