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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이버戰 무대 된 동북아, BoB 지원 늘려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8.31 10: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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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동북아시아 권역의 IT 국익 수호가 심상찮은 파도를 만날 전망이다. 사이버전 수행 능력을 둘러싸고 주변 강대국들이 각축전을 벌일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군이 사이버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중국군은 타국의 IT 방어 능력을 테스트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등으로 사이버전 능력을 발휘하는 등 선을 넘은 행보를 보인다. 훈련 정도가 아니라 이미 '사실상의 사이버전'을 다수 국가들을 상대로 펼치는 셈이다. 

특히 중국군은 미국의 사이버전 능력에 관심이 많으며 미국군의 관련 역량 파악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라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두고 있는 미국은 동북아 질서 유지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일본이나 러시아 역시 사이버전 능력에서 밀리지 않는 능력을 갖춘 강대국들로 평가된다.

미군 관련 주요 시설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능력을 갖춘 한반도가 자칫 주변 4강국들의 사이버전 테스트 베드로 지목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주변의 강대국들이 지정학적 이점을 차지하기 위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을 벌인 때와 유사한 국면이다. 상황이 좀 다르다면 그 당시 우리는 무력했지만 그나마 이제 경제력이 좀 강화됐고 IT면에서나 군사적으로도 성장이 이뤄졌다는 정도다.

한때 우리는 IT강국을 자부했으나, 디도스 테러에 국가가 전반적으로 휘청이는 등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각성하며 뼈저린 경험도 했다. 이런 와중에 해커 잡는 해커, 해킹을 막는 해커인 화이트 해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이 국익 수호의 첨병이라는 인식 역시 우리뿐 아니라 각국이 하는 상황이다.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est of the Best, 약칭 BoB)'이 주목받고 있는 점은 그런 점에서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상당히 잘 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BoB는 지난 여름 4번째 교육생을 받고 발대식을 치른 역사가 길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BoB 수료생 등이 주축이 된 DEFKOR팀이 미국에서 열리는 화이트 해커 대회인 '데프콘'에서 금년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미 중요한 역할을 떠맡고 나섰다.

문제는 아직 예산이나 조직 운영의 독립성 등 여러 면에서 이 BoB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책임지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에 힘이 실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KITRI가 이나마 BoB의 틀을 갖춰 교육에 힘을 쏟아붓는 이유는 이곳 유준상 원장이 KITRI의 핵심 과제로 이 BoB를 꼽고 열정 가득 독려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어찌 보면 IT의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6년간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중에 국회경제과학위원장을 지내면서 국가과학R&D 예산 증액에 공헌하는 등 과학과 기술 투자에 이미 눈을 뜬 바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바쁜 BoB는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

주변 4강국의 테스트 베드로 우리 IT망을 사실상 방치할지, 혹은 IT호국의 간성을 한층 더 튼튼히 그리고 많이 육성 배치할지 갈림길에 선 시기다. BoB에 모든 게 달리지는 않겠으나, 이 프로그램의 흥망 여부를 IT국방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의식을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