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극적 타결 소식과 함께 25일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5년 임기의 후반기에 들어서는 이날 새벽 남북이 새로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이번 합의는 박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공개적으로 밝힌 '북한의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담은 합의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원칙이 북한에 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북이 합의대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이산가족 상봉뿐 아니라 민간 분야 교류를 활성화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현에도 한 발 다가서게 된다.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얻은 자신감과 지지를 토대 삼아 임기 후반기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한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올 하반기 노동개혁을 시작으로 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 추진에 집중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까지 연결될까
더욱이 이번 회담이 남북 군사적 충돌 국면을 해소하는 데 머물지 않고 민간 교류 활성화와 당국 회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최고위 회담인 남북정상회담까지 연결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사로 부상 중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성사 자체만으로도 정권의 업적으로 기록되는 카드다. 때문에 현 정부도 양 측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회를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화통일 조성 기반이라는 정권의 큰 업적임에도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한 차례씩 이뤄졌을 뿐 이명박 정부 때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양측 정상의 뜻과 의중이 실린 가운데 이번 남북 접촉이 이뤄졌고, 또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이번 회담 과정에서 북 측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훈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역시 박 대통령이 직접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번 접촉의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새벽 청와대 브리핑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동안 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분단 고통 해소와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도 그런데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다. 그런 것을 하는 데 전제조건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동북아 정세 능동적 외교 기대
이번 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 상황을 해소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외적으로 박 대통령이 하반기 동북아 외교전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이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함께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도 커진다. 이에 따라 북핵 등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나아가 외교무대에서 우리의 역할은 물론 활동 반경도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동북아 정세를 둘러싼 양대 축인 대미, 대중외교의 변화를 이끌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의존적 외교에서 벗어나 능동적 역할 수행을 기대하는 목소리다.

당장 다음 달 2~4일 중국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박 대통령의 외교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목표는 북한의 도발 저지와 이를 위한 중국 측의 협조 요청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최근 들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이어진 데다 오는 10월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대규모 무력시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덕에 우리 정부는 자력으로 북한의 도발 저지를 위한 태도 변화를 이끄는 등 1차적 외교활동을 매듭지은 셈이 됐다.
이를 발판으로 북핵문제 등 한반도 및 동북아 쟁점에 대해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더해 정부가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물론,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도 북한이 다시 도발 국면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