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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장교보다 무서운 소녀시대 프로파간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8.25 09: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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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련을 제2차 세계대전 참화에서 구해낸 공신 중에는 여러 아이템이 있으나, 특히 T-34 탱크와 정치장교가 꼽힌다.

정치장교제도는 러시아 10월 혁명 이후 옛 제국 군대의 장교들을 교체하면서 태동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병사들에게 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장교들을 감시하고 제동을 거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다.

소련군 시스템을 배운 중국이나 북한에서도 이런 개념을 적절히 흡수했고 우리나라 정훈장교들이 우리 측 병사들의 대북관 교육 등에 제한적으로 나서는 정도가 아니라 이들은 '대적 심리전' 역량까지 발휘해왔다.

이러한 상대방 교란 시도와 심리전에 적극적으로 동원된 방법이 바로 확성기를 통한 방송이다. 북측은 휴전으로 비무장지대에 잠시 소강상태가 찾아온 이후에도 우리 측을 여러 차례 비정규적 공세로 도발했으며, 폭력적 수단을 쓰는 외에도 확성기를 통한 주체사상 찬양 및 선전에 열을 올려 왔다.

우리도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확성기 방송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상대적 우수성을 알렸다.

이미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대한민국은 과거 북측보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뒤졌었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 초반만 해도 여러 군사적 도발과 대남 심리전에 시달렸다.

그러나 중화학 공업 육성 계획이 성공한 이래 양측 체제 경쟁은 우리가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역전됐으며, 대북 심리전 방송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휴전선 인근에서 근무하는 북측 병사들은 나름대로 우수한 보급 우선 대상이며, 정치장교들의 교육 역시 후방에 비해 강하고 열의를 갖고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측 대북 선전은 설득력을 갖추고 이성적으로 접근해 가까운 음성 도달 거리의 북측 병사들에게 교란효과를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측은 휴전선 인근 근무자들을 90년대 이후 당성이 좋은 집안 출신 위주로 편성하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으나, 이런 효과를 차단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우리 측 대북방송은 과거 양측 최고위층의 면담 등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된 이래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목함지뢰라는 사전 탐지가 어려운 무기를 교묘히 묻어놓은 방식으로 북측이 도발을 하면서 방송 재개라는 강경한 카드를 사용하게 됐다.

목함지뢰 부설과 이에 따른 남북 대치 정국에서 평화적 무기로 등장한 대북 확성기는 북측 정치장교들의 수법처럼 강하고 선동적인 어조의 발언을 내세워 북한 병사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지양했다.

근자에 우리 측 확성기 활용 상황을 종합하면, 소녀시대나 아이유 등 우리측 문화 아이콘을 활용하는 등 소프트한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가다.

이는 이미 중국 등과의 인적 교류를 통해 우리측 체제 우월성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오로지 체제 찬양에만 치중돼 제작되는 각종 문화 아이템에 식상한 북측 주민들이 우리 문화 아이콘을 몰래 즐기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미 한두 번 들어봤을 우리측 문화 이슈들을 내세우면서, 마치 2차 대전 당시 영국과 미국이 '릴리 마를렌'을 틀어 독일군의 향수를 자극하고 열세에 몰린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보게 간접 자극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아울러 큰 키와 각선미, 우수한 발육상태를 내세운 아이돌 가수를 동원한 것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북측 관계자들에게 가장 뼈아픈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다소 유머러스한 풀이도 나온다. 이에 북측은 확성기 사용 재개라는 카드를 우리측의 종 항공기 무력시위 비행 이상으로 거북해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남북 양측이 협상에 성공했는데, 이 상황에서도 확성기 운운하는 요구를 당국자들이 할 만큼 북측은 히스테릭하게 이 문제에 접근했다.

기름이 부족해 전투기도 마음대로 못 띄우는 북측 사정과 달리 다수의 우수한 항공 무기를 보란 듯이 날려대는 것도 거북한 데다, 확성기를 통해 파고드는 심리적 공략이 겹치면서 최전선 근무 북측 병사들의 사기에 큰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