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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15년 만에 공식매각 시작… KB·시틱·한국금융 3파전

이대현 산은 부행장 "내년 상반기 매각 마무리 예정…외국계 인수 배제 안 해"

정수지 기자 기자  2015.08.24 17: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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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DB산업은행이 대우증권 매각을 공식 선언하며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대우증권 보통주 43%(1억4048만1383주)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006800)을 포함한 금융 자회사 매각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대우증권은 15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대우증권은 1970년 설립된 동양증권을 1973년 대우실업이 인수한 뒤 1983년 삼보증권을 흡수합병하며 대우증권으로 재탄생했다. 1990년대에는 베트남, 인도는 물론 루마니아, 우즈베크, 헝가리 등지로 뻗어나가 대우그룹의 핵심 금융 자회사이자 금융투자업계의 '메이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대우사태로 1999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자 대주주가 9개 채권단으로 바뀌는 시련기에 진입했다. 2000년 채권단에 들어있던 산업은행이 실권주를 인수하면서 대우증권의 최대주주가 됐고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이 2009년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되면서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산은 지주의 자회사로 운명을 함께하는 듯 했으나 민영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새 정부 들어 산업은행은 다시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했다.

동시에 대우증권의 매각 작업도 보류됐다. 지난해 말 통합 산업은행의 출범과 함께 대우증권 매각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출범을 앞두고 민간 금융사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자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전했고 금융위원회가 올해 초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업무계획을 발표해 공식적으로 '장'이 열린 것.

올해 1분기 기준 대우증권의 자본총계는 4조1979억원으로 업계 2위의 대형 증권사다. 매각 대상 지분의 가격은 이날 종가(주당 1만1750원) 기준 1조6506억원이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지분가치가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주가가 넉 달 전만 해도 1만8000원을 웃돌었던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공산이 크다.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가고 있다. 주요 매수 후보자로는 KB금융지주와 중국의 금융그룹인 시틱(CITIC), 한국금융지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KB금융(105560)은 최근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KB손해보험(전 LIG손보)의 자회사인 LIG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해 대우증권 매입 준비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최대 증권사를 운영하는 시틱그룹도 일찌감치 대우증권의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다.

앞서 우리은행(000030) 인수를 시도했던 중국 안방(安邦)보험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전언이 나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대우증권과 함께 산은자산운용과 산은캐피탈도 매물로 내놨다. 이 가운데 덩치가 큰 산은캐피탈은 별도 매각을 추진하고 산은자산운용은 대우증권과 묶어 파는 패키지 매각과 별도 매각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대현 부행장(정책기획부문장)의 일문일답.

전량 매각이 아닌 부분 매각 가능성도 열어둔 것인가.
-매각은 상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진 것을 다 파는게 현재 목표다. 현재는 시장 관심도 많고 잘 팔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만약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시장을 조사해보니 흥행이 잘 안 된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검토를 해야하지 않겠나.

외국계자본이 인수할 가능성은?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는 원칙과 배치될 수 있지 않나.
-꼭 그렇게 볼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원칙의 의미로 선도 증권사의 육성과 선진금융 노하우 축적 등도 있다. 금융수출 역시 자본시장 육성에 들어가 있다. 그런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굳이 배제할 필요 있을까. 다만, 외국계라면 어떻게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느냐를 제대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매각 예정가격은 자문사가 산출하는 건가. 자문사가 산출한 금액이 최저입찰액이 되는 건가.
-최저매각예정가격은 실사를 통해서 정하겠다고 설명드렸다. 이 거래의 전문가인 주관사가 선정되면 시장에서 매물이 어떻게 평가될지 가장 합리적 방법으로 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가치가 얼마라고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대우조선해양 문제도 있어서 좋은 가격에 팔아야 할 텐데.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대우증권 매각을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인 것 같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대우증권 매각을 통해 이익이 생겨도 올해 재무제표에는 반영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매각은 미리 계획됐던 것이고 대우조선과는 관련 없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어떻게 결정되나. 
-개인적 의견은 아니고 통상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면 시가에 20∼30%를 말한다. 현재로서는 여기 얼마 붙을지 가늠이 안 된다.

조속한 시일 내에 매각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
-빨리 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시기를 가늠해보니 내년 초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순조롭게 하면 내년 상반기 잘 끝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대우증권 지분 보유 후 배당 등으로 회수한 액수는 얼마인가.
-지금까지 누적으로 2454억원 받았다.

대우증권 주가가 떨어진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주가가 빠지면 매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지니까 아쉽다. 가격이 좋고 시장이 우호적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만약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을 패키지로 내놓았는데 다른 후보자가 개별 인수로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하면 패키지를 풀 수도 있나.
-앞서 우리투자증권(005940) 매각 사례에서 학습이 됐기에 그런 의문이 나올수 있다. 우리도 우리투자증권 사례를 참조하며 주관사와 공고하기 전에 룰을 정할 예정이다. 지금은 과거사례를 보면서 상황별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리테일 부문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수요자들의 얘기가 있다.
-리테일 부문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사실 동양증권이 유안타에 팔릴 때도 인원을 줄이긴 했으나 과연 그게 가치를 얼마나 제고했는지 잘 모르겠다. 현재는 대우증권이 잘하고 있다고 본다. 조직의 안정과 원활한 매각을 위해 현재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대우증권은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내부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는지.
-대우조선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대우증권의 운영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투명하게 돼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까지 대우증권 경영진도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제대로 경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