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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비효율 직원이 간부승진 가능성 높다"

90년대 초반 미국 신문연재만화…톱니바퀴 직장인 삶 생생히 그려내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8.21 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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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조-너무 똑똑한 사람은 승진시키지 않는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2조-부하에 커피나 시키고 잘못하면 호통이나 치는 보스 역할은 아무리 바보라도 감당할 수 있다. 3조-승진하는 사람은 경쟁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 딜버트의 인사원칙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직장인들이 즐겨 읽은 신문 연재만화가 있었습니다. 샐러리면 출신 만화가 스콧 애덤스가 그린 '딜버트'라는 만화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만화는 업무용 칸막이 안에 틀어박혀 강요된 일을 해야 하는 무감각하고 권위적인 계층구조 내의 톱니바퀴에 불과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만화의 주인공인 딜버트는 아이큐 170 이상의 천재 엔지니어지만 회사에선 '얼간이'라고 불립니다.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딜버트의 회사는 끝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딜버트를 귀찮은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이죠.

딜버트의 법칙의 기본 개념은 '가장 무능력한 사원들이 회사에 가장 적은 타격을 입히게 되는 부문, 즉 경영 부문으로 옮겨진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조직 자체가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죠.

또한, 딜버트의 법칙에 따르면 도전과 혁신, 창의적 시도를 도외시하고 혁신을 두려워하는 조직 내에서는 그런 분위기와 풍토에 어울리게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직원일수록 중간의 경쟁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간부로 승진합니다.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직원은 딜버트처럼 오히려 성가신 존재로 취급받기 십상이죠. 딜버트의 법칙은 똑똑하고 열정적인 직원보다는 무능력하고 회사에 별다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직원이 조직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빗대고 있습니다.

딜버트의 회사처럼 국내 기업의 80% 이상은 현재까지 연공급제를 고집하며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아도 승진과 연봉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기에 굳이 본인의 능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실제 얼마전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해고된 A씨는 업무 중에 800여개나 되는 음란물을 다운 받았다가 해고당하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은 "회사에서 음란물을 내려받은 직원 해고는 정당하다"라는 파견을 내렸습니다. 회사에는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생각조차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우나를 좋아하고 책상만 지키는 김부장, 최근 3년간 인사평가 최하등급을 받았지만 개선할 의지가 없는 서대리, 그리고 전혀 실적 못 올리는 야동남 A씨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문제 있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딜버트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들은 처음 얼마 동안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을 제시하지만, 계속되는 '얼간이 취급'으로 모두가 무능력한 간부를 선택하게 됩니다. 열정은 식어버리고, 사기는 저하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많은 유능한 딜버트들은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고 안주하며 '회사생활은 다르다'는 자위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결국 기업의 생존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처져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죠.

딜버트의 법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려는 기업의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 편안한 현실 안주 보다는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기업의 내일과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국내 노동시장 역시 일자리 창출 능력 제고, 이중구조 개선, 조기퇴출 압력 완화 등을 위해 산업화시대에 형성된 노동제도와 관행,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되며, 직무중심 성과급 제도를 도입·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인데요.

관료중심, 위계질서 중심의 직장문화가 여전히 팽배한 국내 기업문화에 성과중심 보상과 인사평가 반영은 연공급제에 대한 폐해와 인재를 발굴하려는 기업들의 채택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죠. 직원들의 사기는 진작은 물론 공정하고 합리적인 능력중심 인사관리 도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회사는 어떤가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나요. 기업은 물론 개인 역시 딜버트의 법칙 테두리 안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