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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해법?…현장에선 "파견·기간제 확대" 요구

고용노동부 적발에 흔들리는 안산지역 제조·파견업 현장을 찾아서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8.20 1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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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고용노동부(장관 이기권·이하 고용부)가 불법파견 업체를 대규모로 적발하면서 파견과 기간제 확대를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조·생산 공장이 밀집해 있는 안산지역의 경우 문을 닫거나 근로자가 상당수 빠져나가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안산지역을 찾아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봤다.

◆"수요 넘쳐…실질경제 문제로 접근해야"

안산지역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30~40곳의 업체가 문을 닫았다. 또 파견 대상 업무를 위반한 업체는 근로자의 2/3가 빠져나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고용부는 전국 주요 공단의 195개 사업체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인천과 경기도에 집중돼 있는 이들 업체의 불법파견 근로자 규모는 3300여명에 달했다.
 
안산지역 파견업체들이 단속에 뿌리째 흔들린 이유는 파견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조업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생산직의 파견기간은 3개월로 제한(1회 연장 가능)돼 있다.

이는 파견업체들이 파견 확대와 기간제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지난달 △고용부 △원청사 △파견사업주 △파견근로자 △출입국관리소 △협회 담당자들이 모여 진행한 토론회에서는 "파견사업은 정치적 문제가 아닌 실질경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 제조·생산시장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면서도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다. 원청사가 파견업체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체적인 구인광고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 기업에서 미스매칭이 일어나는 현상이 해결되지 못하다 보니 광고비 부담은 늘고 공장 가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민간고용서비스업체들이 해결해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생산의 경우 대규모로 근로자를 투입해야 하지만 원청사가 구인광고에만 의지해 인력을 투입하기엔 비용·시간적인 무리가 따른다는 것. 이러한 원청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막대한 수요에 원활한 공급을 유지해주는 곳이 전문적으로 인력공급을 하는 민간고용서비스업체들이라는 것이다.

◆"기간제 때문에 소속만 바꿔 계속 근무"

생산·제조업체들의 까다로운 정규직 전환 요건도 파견 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토론회에서 만난 파견근로자 김성희씨(가명·여·30)는 "정규직으로 가려고 해도 계약직을 거쳐야만 가능하고, 평가가 나쁘면 계약이 종료된다"면서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예 처음부터 파견직을 선택해 근무를 이어가는 게 낫다"고 파견근로 선택 배경을 밝혔다.

고성우씨(가명·남·29)는 "소속감 없이 일하고 싶고, 일하고 싶을 때 하려고 파견직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한정민씨(가명·남·31)씨 역시 "외모와 능력부족으로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 파견회사를 찾았다"고 언급했다.

안산지역 한 업체 관계자는 "파견기간이 종료되면 계속 일을 하고 싶어도 근로자들이 일하지 못해 소속만 바뀌면서 파견직을 유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제조·생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간제 사용 기간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지순 안산·시흥근로자파견협회(이하 협회) 회장은 "제조업의 파견 허용 확대, 기간제 사용 기간 제한 폐지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파견업종 확대와 기간제 사용 기간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한다면 기업은 비정규직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인건비를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더 높게 책정한다면 기업은 꼭 필요한 인력만, 정말 잠시 필요할 때에만 파견인력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금실태 고용부 조사와 달라…"무슨 근거?"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가 조사한 파견근무자의 월 급여와 안산파견업체가 실제 파견근로자에게 지급한 급여는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고용부가 파악한 제조·생산직 파견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133만원인 반면 실제 파견업체에서 지급한 임금은 24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안산지역 파견업체 관계자들은 고용부의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파견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의 특성상 2교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209시간을 기준으로 일요일을 쉬면 토요일 근무는 특근이 된다"면서 "파견기간이 짧은 만큼 파견근로자는 평균 200~300%의 상여금을 월마다 나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상여금, 토요일 특근, 심야 수당 등을 포함하면 240만원의 임금이 책정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파견업체 관계자는 "고용부가 무슨 근거로 자료를 작성했는지 궁금하다"면서 "정확한 조사 없이 일주일만 근무한 파견근로자의 임금까지 모두 합쳐 평균을 낸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따졌다.

그는 이어 "고용부가 파견근로자의 급여가 형편없이 적다고만 주장하며 파견근로, 간접고용을 깡그리 나쁜 일자리로 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속에도 무허가 파견업체 규모 짐작조차 어려워

현재 안산지역 파견업에 신고된 업체(2015년 6월말 기준)는 333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를 모두 파견업체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협회 측은 매년 파견업신고 업체 명단을 고용부로부터 받아 명단에 없는 간판명과 대조한 뒤 무허가 파견업체를 적발해왔지만, 간판조차 바꾸지 않아 파견업체의 유무조차 파악이 어렵다고 전했다. 파견업체들의 잦은 폐업과 도산, 그리고 새로운 법인 설립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들 무허가 파견업체는 단속을 피할뿐 아니라 여전히 탈세, 근로자 급여 미지급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무허가 파견업체 적발 시 강력한 처벌규정으로 합법적 사업자의 피해를 예방하도록 정부차원의 대책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한편, 협회는 안산지역 150여개 사업장, 1500여명 파견근로자를 대상으로 '파견근로자 취업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지에는 파견근로를 신청하게 된 이유를 비롯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지, 정규직을 원하는지 등 10여개의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