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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 협상력 갖춘 스타플레이어들, '전권위임대사' 격으로 키워야

[조로하는 한국 외국인직접투자下] 전문성 없이 과속 & 각종 족쇄에 포기 뒤죽박죽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8.18 13: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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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본격적으로 뜨는가 싶더니 곧바로 추락 기로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기록한 가운데 이런 추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퀀텀 점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에서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는 FDI는 법인 또는 기업과 지속적인 경제 관계를 지속할 목적으로 들어오는 것인 데다, 드라마틱한 유치 성공의 효과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일종의 역량 내지 정치적 치적으로 조명받을 만한 소재라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성장 변곡점을 찾으려는 수도권이나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빠 개척 의지가 충만한 지방이나 지자체별로 이 FDI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시곗바늘을 되돌려 보면  이러한 역할모델에서 선구적인 지자체 관계자로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들 수 있다.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했기 때문에 대선 후보 등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가 많지만, 2000년대 초반 도지사를 지내면서 외국인들로부터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력이 먼저다. 아직 공직사회에 소극적 자세가 일반적이던 시절, 적극적인 외국돈 유치가 도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뛰는 새로운 공무원상을 제시, 직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세일즈 도백'의 효시가 바로 그다.

그가 취임한 후 경기도는 '수도권 공장신설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첨단기업 유치에 열을 올렸고, 140억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해외에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손학규·안희정, 직원에 '열정+전문성' 독려 우수성과  

최근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FDI를 위해 발로 뛰는 지자체장의 새 대명사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겨울 당진 송산2산업단지 내 6만8233평방미터 부지에 대규모 철강분말공장을 짓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FDI 3000만달러 유치 규모)를 미국 기업과 체결하는 데 성공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누비는 행보를 보여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막후의 중앙정치인'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지만, 그는 이렇게 지방행정과 실물경제, 국제감각 등을 모두 갖춰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지자체로 외국돈 끌어대기 작업에서 남다른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거침없는 FDI 관련 행진을 가능케 한 '안희정 충남호'의 자산 다시 말해 안 지사의 기대치 충족을 가능케 하는 일선 관계자 군단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전문성 강화'다. 외자유치 업무매뉴얼을 마련,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 및 업무연찬자료로 쓰는 등 안 지사 취임 이후의 FDI 성과에는 일선 조직원부터 끊임없는 자질 단련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부 지자체장의 행보는 인베스트코리아 같은 중앙기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각 지역이 능력껏 자본을 밖에서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하고 서로 벤치마킹하는 데 좋은 선구사례가 되고 있다. 인베스트코리아가 코트라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 기구로 그 활약상을 높게 평가받아 왔지만 이런 기구의 독주 대신 지자체별로 각개전투를 모색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 

그간 인베스트코리아가 기동 상담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해외에서 직접 뛰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공조에도 적극성을 보였는데, 이런 과정에서 지자체들 역시 자극을 받아 성공 방식에 대해 나름대로 새 교과서를 쓰는 단계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자체별 혹은 개별기관별 각개전투 와중 '발목족쇄' 문제

하지만 아직 이런 중앙의 역할 모델이 완전히 폐기될 시기라든지 수명이 다해가면서 점차 비중 축소로 들어갈 수순이라고 낙관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와 화성시, 송산 일대 부지 소유자인 케이워터(한국수자원공사) 등 8개 기관이 시화호 간척지인 화성시 송산면 일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테마파크를 만들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은 사례가 안타까운 사업 지연 케이스로 꼽힌다.

2007년만 해도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들어온다'고 입소문이 퍼졌던 바로 그 송산그린시티 건이다. 경기도는 미국의 대표적인 테마파크 회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와 2조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내 민간사업자들까지 다수 관심을 보이면서 곧 새 문화관광산업의 메카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가격 문제가 발목을 잡는 와중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경제 침체가 닥치면서 사업이 아예 주저앉아 버렸다. 땅값 처리 등에서 서로 곤란한 지경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사업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던 것.

민간사업자들이 처음 제시된 가격에 너무 비싸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는데,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때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감정평가로 정한 값 이하로 과감한 체결 처리가 이뤄졌다면 '통큰 결정'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 삽을 뜰 수 있었을 것이고 이후 어려움은 없지 않았겠으나 외국으로의 저변 확대가 필요한 유니버설스튜디오 측 의중에 따라 일정한 지원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결국 배임 등 문제 제기를 당할 우려 때문에 해당기관, 그리고 실무자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구상이나 돌파구 아이디어 등이 아예 가능성부터 압살당하는 문제가 이번 송산그린시티 건에서도 음으로 양으로 작용했고 이것이 결국 대규모 FDI를 유니버설스튜디오로부터 얻어내는 데 사실상 실패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경기도 구리시의 경우에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가 중앙부처의 경직된 업무 추진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2008년 박영순 구리시장은 한강변 그린벨트인 토평과 교문, 수색동 일원에 아시아 디자인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렇게 태동한 사업은 7년만인 지난 3월, 중앙도시게획위원회 7차 심의가 열림으로써 그린벨트 해제 조건부 의결이라는 작은 결실을 보게 됐다. 그러나 이어 7월에 정부 최종 승인 심사에서 또 탈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판단을 내린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 논리는 재원 마련 방안이 불명확하고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행자부의 논리는 외국인의 투자가 확실시된다는 증거물을 제시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위에서 얘기했듯 그린벨트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최근까지도 국내 기업이 참여를 유보하는 지경에 내몰렸었다. 이런 상황에 외국자본 역시 양해각서 이상의 더 큰 확약을 내놓을 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어찌 보면 글로벌 상사관습상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한국의 중앙부처가 바라는 것으로 외국 투자자들 눈에는 비칠 수도 있고, 이런 태도에 난감함을 느끼면 아예 발을 뺄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여러 난제별로 하나씩 발목을 잡는 통에 지쳐하는 기류가 이들에게 감지된다는 소리도 있다.

이에 더해 추진의 핵심격인 박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흔드는 문제까지 겹친 것은 '난센스'로 거론된다. 박 시장이 기소된 이유는 바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추진 과정에서 이제 곧 그린벨트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 즉 FDI 유치에 곧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을 에둘러 표시한 때문이므로 선거법 사안이자 FDI 관련 사건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져 적잖은 관심을 끌었다.

'그린벨트 해제 요건 완료'라는 표현의 선거 광고물을 걸어 현재 상황까지만 그대로 기술했는데, 검찰이 이를 문제삼은 것. 1심에서는 당선무효까지는 지나치다는 고려 하에 경미한 형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오히려 형이 가중됐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모 지자체장 선거법 위반 사례에서 미래에 발생 가능한 다소 과장된 표현은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으니, 아예 박 시장의 경우에는 무죄 가능성이 더 높다고도 전망할 수 있다.

어쨌든 이미 어느 정도 진척, 추진 중인 사안이니 지자체장이 교체되어도 큰 문제가 없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으나, 글로벌 경제 관행에서는 거액의 투자를 다른 나라에 하는 경우 사업의 선봉격에 서는 파트너 그리고 그 휘하 실무자들의 태도에 상당히 좌우받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무리한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진행에 여러 차례 중앙부처가 원스톱으로 사안 처리를 도모해 주지 않고 매 아이템별로 난항을 거듭하게끔 처리하는 과정에 지자체장까지 크지 않은 FDI 관련 빌미로 소송에 시달리게 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전문성 기르기 필요…하지만 검증된 '스타플레이어'엔 전권 위임 당근 있어야

송산 건이나 구리 사안 같이 이렇게 전문가들이 충부히 역량 발휘를 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중앙부처의 일처리 문제나 관련 사안의 제약 족쇄로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문제점 검토를 충분히 하지 못한 와중에 오히려 자신감 넘치게 일처리를 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여전히 없지 않다.

성남시는 어린이종합교육문화시설 ‘펀스테이션’의 외자 유치 아이디어에 고가의 시유지를 사실상 거저 빌려줬다 낭패를 본 바 있다. 3년 안에 외국자본 3000만달러를 유치해, 그 비용으로 건물을 짓고 20년 동안 무상임대한 뒤 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진 것. 당시 여러 논란이 있었으나, 지자체에서는 계약을 강행했다. 하지만 시행사는 애초 계획의 10% 규모 외자를 유치하는 데 그쳤고 결국 부도까지 났다.

결국 현재 문제를 종합하면 외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그 추진 역량에도 어느 정도 전문성 축적이 이뤄지고 있으나, 개별 기관별로 그 전문성의 폭과 깊이는 차이가 있는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제약이 가해져야 할 부분에는 주변이나 중앙 차원의 종합적 도움이나 콘트롤이 닿지 못해 사고가 나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막상 전문성이나 과단성 있는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 정책적 영역을 맡아야 할 이들은 주눅이 들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베스트코리아 같은 중앙기구와 교감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버넌스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지역별로 기관별로 'FDI 스타플레이어'를 육성하고 이들이 각 부처나 여러 기구 등과 협력하고 외국인 투자자와 실질적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 강화나 투자유치실패나 위법 논란시 면책을 해 주도록 해 줄 필요성도 검토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