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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동빈 원톱'…상처뿐인 '형제의 난'

정부 '롯데 손보기' 본격화…'反롯데정서·불매운동' 난제 속출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8.17 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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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17일 오전 진행된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9시30분에 도쿄에 있는 데이코쿠호텔에서 시작해 약 20분간 진행된 이번 주총은 기존 상정된 두개의 안건이 의결 요건인 참석 주주 과반수 이상을 넘긴 찬성으로 가결됐다. 신동빈 회장이 주총에서도 우위가 확인되면서 20여일간 지속된 '롯데 후계분쟁'은 일단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실추된 롯데 이미지 속 신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 넘어 산'이 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구체적인 참석 인원 및 찬성 비율 등은 주주보호를 위한 비공개 사안으로 밝힐 수 없지만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번 주총을 통해 주주와 임직원 모두 신동빈 회장과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경영 안정을 이루고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강화에 주력할 것임을 전했다.

롯데그룹은 "특히, 법과 원칙에 의한 준법경영을 결의한 것은 기업과 가족을 확실히 분리하겠다는 의지의 확인"이라며 "경영에 가족이나 외부의 힘이 부당하게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는 결의"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주총이 끝나자마자 배포한 발표문에서 "가족과 경영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 지난 11일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 당시 밝힌 "롯데그룹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개선" 개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원톱체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였던 주총 결과가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난 데는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손에 넣기 위한 신 회장의 사전 작업이 철저했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지난 2009년 6월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을 맡았던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대표에 있던 상황에서도 임원들과 수시로 만나 꾸준한 물밑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수많은 M&A를 성공리에 안착시키며 공격적 경영을 추진해 온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 임원들과 잦은 '소통'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업적'과 '성과'를 내세워 자신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각인시킨 결과라는 것.

이 같은 노력은 신동빈 회장의 안건이었던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의한 방침 확인'등 2건이 순조롭게 찬성표를 얻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은 기업을 외부에 공개하고 소통방식과 기회를 늘리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제안한 사외이사 제도가 주주 동의를 얻음으로써 투명경영을 위한 신 회장의 개혁의지가 실현됐다고 평했다.

아울러 롯데는 지난 7월15일,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에 선임된 신동빈 회장과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주주들의 재신임 성격으로 건의한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의한 방침'이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음으로써 이사회의 새로운 경영방침에 대한 주주지지를 확인한 것으로 자평했다.

◆신동빈 시대 '개막'…가시밭길 예고

주총에서 승기를 잡아 '신동빈 시대 개막'을 알리는 승전보 속에서도 신 회장의 속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신동빈 회장은 지난 11일 약속한 대로 호텔롯데를 가까운 시일 내에 상장하고 롯데의 순환출자 구조를 연말까지 80% 이상 해소해야 한다. 또 롯데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일본 롯데 계열사가 보유한 한국 롯데 지분율도 낮춰야 한다.

하지만 롯데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을 하려면 현행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수유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해야 한다. 여기에 지주사 전환에만도 7조원 이상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다음달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통해 롯데 손보기에 나설 태세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해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 문제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롯데사태와 연관있는 정무위와 산업통상자원위에서는 '겹치기 증인 채택'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동주 반격 카드 '암초'

가족 간 화합 역시 신동빈 회장에게는 풀어야할 숙제다.

롯데그룹은 주총 후 밝힌 입장문에서 "가족이나 외부의 힘(개인적인 지시나 의견)에 경영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주주결의였다"며 "법과 원칙에 의거한 내부 규정 강화 등 컴플라이언스 경영 강화를 통해 기업과 가족 분리원칙을 분명히 하고 법이 정한 규범과 절차에 따른 원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이 전 그룹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연초 신동주 전 부회장을,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일 등이 법과 절차상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숨은 의중이 담겼다. 신 회장 역시 지난 대국민 사과문 자리에서 '가족과 경영권'은 별개라는 입장을 공고히 한 바 있어 가족과 경영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이 신동빈 회장과 엇비슷하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별다른 반격 없이 자리를 지켰지만 신 회장의 승리를 확인한 후 빠져나간 뒤 가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믿는 바를 관철하며 앞으로도 동료, 거래처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소송 등 법적 대응이나 임시 주총 재소집 등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럴 경우 롯데 사태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 사이에서 번진 반롯데 정서도 쉽게 풀 수 없는 과제로 남았다.

롯데그룹은 이번 분쟁 과정에서 '일본 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라는 논란까지 불러올 정도로 국민 정서에 반감기업으로 이미지가 자리 잡혔다.

신격호, 신동빈, 신동주 일가의 일본어 사용 속, 신 롯데 회장 자녀들 국적이 일본인 것으로 밝혀진 데다 일가가 군대 근처에도 안간 '군면제' 문제까지 거론, 롯데 계열사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