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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핀테크 같은 킬러아이템 없이 규제만…등 돌리는 외국 뭉칫돈

[조로하는 한국 외국인직접투자上] 시장 개척 노력 주도권 지자체에 줘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8.17 13: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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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본격적으로 뜨는가 싶더니 곧바로 추락 기로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기록한 가운데 이런 추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퀀텀 점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FDI는 외국인이 대한민국 법인 또는 대한민국 국민이 영위하는 기업의 경영 활동에 참가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당해 법인 또는 기업과 지속적인 경제 관계를 지속할 목적으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아직 선진국 대열에 완전히 동참하지 못한 데다 개방형 경제체제를 택한 소규모 경제의 국가는 유치가 절실하다. 단기적 이익 실현만을 노리고 들어온 투기성 자본에 비해 한국 경제 체질 강화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도 높다.

2014년 FDI는 신고 기준으로 190억달러를, 도착 기준으로 115억2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FDI가 신고기준 88억7000만달러, 도착기준 60억6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4.2%, 19.8% 감소하는 등 주춤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 '기저효과' 때문이기 때문에 큰 우려를 할 게 아니라는 풀이도 나온다. 실제로 금년 상반기 FDI는 사상 두번째로 높은 결과라는 이야기도 뒤따른다.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에서 아직 갈 길이 먼 한국 FDI의 발전 과정에 벌써부터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지적 또한 유효하다. 이는 메르스 문제로 해외 투자자 방한 연기가 잇따랐던 여파가 하반기 FDI 성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호조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지적이다. 더욱이 그리스발 금융위기로 유럽에서 예정된 투자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마저 높다.

정부가 올해 내세웠던 사상 첫 외국인투자 연간 200억달러(신고액) 목표 달성도 장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중앙기구 중심 도약,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FDI에 무관심하거나 관련 노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외 개방 기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심한 당국은 외국 자본 유치 노력과 시책 마련에 적극적 기조를 이어왔다.

실제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희대의 정치적 난국에서도 FDI 관련 시책은 적극적으로 추진돼 왔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직무가 정지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대신해 '현상 유지' 업무를 위주로 임시 정부 수반역을 수행했던 고건 당시 직무대행도 FDI에 관련해서는 간담회 주재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외국인들에게 투자 러브콜을 보내고 자금 투자 유치를 받는 문제는 정치적 문제 때문에 동면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는 이때 외국인투자유치 전담기구인 '인베스트코리아'를 총리가 직접 뒷받침하고, 총리실 산하에 설치할 '기업애로해소센터'의 소장도 자신이 직접 맡아 챙길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FDI 유치 일선에서 뛰는 관계자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실제로 FDI 직무의 싱크탱크와 전방지휘소 역을 동시에 수행한 인베스트코리아는 코트라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 기구로 그 활약상을 높게 평가받아 왔다. 기동 상담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해외에서 직접 뛰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공조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근래 FDI의 증대에는 이런 여러 노력이 바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근래 FDI의 판세를 보면 이 같은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위기 등으로 FDI 등 자금의 투자 흐름이 경색될 조짐이 감지되는 등 한정된 FDI 자금을 둘러싸고 각국이 각축전을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FDI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3·2014년에 전세계 핀테크 FDI 프로젝트의 25%가 유럽으로 유입됐으며 이중 50%가 런던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국 런던(시티라고 불리는 구역을 중심으로)은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로 주목받아 왔는데, 최근에는 새 금융계 메인스트림인 '핀테크'에서도 런던이 주도권을 쥐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런던에는 IT와 금융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지난 2014년 말 기준으로 1300여개에 달한다. 지난 5년간 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7억달러를 상회한다. 이는 2008년 대비 600% 늘어난 규모이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3배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즉, 핀테크 등 확고하게 앞서 나가는 '킬러 아이템'을 갖춘 쪽으로 FDI 역시 쏠림 현상을 본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별하게 산업과 금융에서 선도적 아이템을 내세우기 쉽지 않은 모호한 입지에 선 우리의 경우 FDI에서도 샌드위치 신세일 수밖에 없다.

◆지자체별 각개 전투 노력 절실, 제도에 발목잡히는 경향 문제

이런 와중에 가장 적극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각 지역별로 유치 노력을 펼치는 미시적 교두보 건설 방식이다. 밀착해 자기 지역의 특성을 알리고 예비 투자자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틈새시장을 개척해 주겠다는 식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FDI를 끌어들여 '콩으로 산을 쌓는' FDI 유치전을 진행하는 게 대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필요성과 달리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이달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우리나라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성공·실패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FDI 유치액은 나름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내부에서 축하 분위기였으나 국제적으로 보면 이처럼 환호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에 비해 경제규모(GDP)가 절반에 불과한 네덜란드의 FDI 유치액이 3배 가량 많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한다.

또 경제규모가 우리나라의 1/4 수준인 싱가포르도 지난해 FDI를 우리나라보다 6.8배 정도 많이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오히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해외로 자금을 내보내고 있다. 예를 들어 16일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정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세청이 규정한 조세피난처에 송금한 금액은 약 6406억달러(753조원)로 집계됐다. 한국인이나 우리나라 기업이 다른 나라에 FDI 투자를 하는 액수를 함께 더하면, 사실상 우리는 자본을 유치하는 나라가 아니라 돈이 빠져나가는 상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투자를 끌어들일 매력이 가장 높은 곳은 수도권이나, 규제에 발목이 잡혀 FDI 추진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 6일자 보고서는 설명했다.

수도권 규제 때문에 FDI에 실패한 사례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유치 건이 꼽힌다. GSK는 지난 2005년 경기도 화성시에 1억~2억달러 규모의 생산 시설 설립을 추진했지만 수도권 규제로 공장 설립을 불허하는 등 관계기관간 엇박자 끝에 해당사가 등을 돌리고 싱가포르로 갔다는 것이다.

한편 경기도 구리시에서 야심차게 추진해 왔으나 최근까지도 늪에 빠져 진척이 요원한 사업도 있다. 지난 2008년 박영순 구리시장이 한강변 그린벨트인 토평과 교문, 수색동 일원에 아시아 디자인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구상 하에 '구리월드디자인시티'라는 아이템을 띄웠고 이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린벨트 문제 등으로 진척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와중에 7년만인 지난 3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7차 심의가 열림으로써 그린벨트 해제 조건부 의결이라는 작은 결실을 보게 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난 7월 다시 또다른 장벽에 부딪혔다. 이 사업의 정부 최종 승인 심사가 또 거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이렇게 네번째 퇴짜로 사업 진행을 위해서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판단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 논리는 재원 마련 방안이 불명확하고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행자부의 논리는 외국인의 투자가 확실시된다는 증거물을 제시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토지수용 절차부터 각종 처리 문제가 시간을 들여 많이 진행되야 하는 이런 대규모 사안에 대해 중앙정부가 이처럼 양해각서(MOU)의 무언가를 더 많이 추가 제시해보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꿔 말하면 그린벨트 사유지가 지정에서 풀려도 이후에 본격적으로 삽을 뜨고 컴플렉스 건물을 올리는 단계까지 많은 곡절이 있을 게 분명해 지자체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중앙정부가 안심시키는 쪽으로 일이 진행돼야 하는데, 반대로 간다는 것. 국제상관습에서 벗어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무리한 확약 요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반면 여러 관계 기관들이 협력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이케아의 경우, 코트라와 LH공사가 업무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규제나 정보제공 등에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지원하고자 노력한 것이 유치 결실로 연결됐다.

종합해 보면 FDI 성공을 위해서는 이제 중앙에서 모든 걸 주도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대신, 지자체별로 맞춤형 FDI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콘트롤 타워격의 새 인력과 조직 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초 기획이 잘못된 사안이나 문제가 많은 경우 가이드해 주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여러 난제를 통합적으로 검토해 처리 과정을 돕는 새 거버넌스 개념이 주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