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맹희 별세…범삼성일가 결집 '공은 삼성으로'

'초상나도 왕래않는 집안' 이미지 쇄신 필요…이재현 사면 배제로 역할 어려워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8.14 15:40:1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중국에서 별세하면서 범삼성 일가의 문제에 이번 초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현지 시각 14일 오전 9시39분경 세상을 떠난 고인은 폐암 수술 후 전이 문제로 투병 생활을 이어오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한때 삼성그룹 후계자로 거론되었으나, 선친과의 불화 끝에 결국 승계 구도에서 배제돼 야인 생활을 했다.

선친의 사망과 '이건희 삼성호'의 출항 등으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그는 계열분리로 삼성이 CJ와 신세계 등으로 나뉘면서 재벌그룹의 오너나 경영자로서의 포부를 잃은 채 '이재현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삶을 살았다. 간혹 자서전 집필이나 '이건희 차명자산 분배 소송' 등의 이슈로 도마에 오르기는 했지만, 차명자산을 법정 상속분대로 형제자매들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고인의 취지는 1심과 항소심에서 결론적으로 외면당했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큰 의미없이 종결됐다는 평가다.

요약하자면 창업주시대를 이어받아 범삼성 일가가 굴지의 대기업집단을 여럿 형성하는 한국 대표 실물경제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이 고인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2세들의 족적이었다면, 고인은 이 시대의 '명'보다는 '암'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혈연적 수혜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두운 그림자인 삼성 비자금 사건의 2라운드인 차명자산 상속분 조정 문제를 촉발시키는 등 트러블 메이커 역할을 고인이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제 고인의 별세와 삼성그룹 사령탑을 맡아온 동생 이 회장의 투병 생활 등으로 국면 전환은 부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차명자산 분쟁 이후 범삼성가의 장손인 이 CJ그룹 회장에 대한 탄원서 작성에 범삼성 일가 여러 인물들이 이름을 올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서명을 하기는 해 한때 냉랭한 상황의 정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 창업주의 27주기 추모식과 제사가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과 서울 CJ인재원에서 각각 열리는 등 상황 수습은 아직 요원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삼성과 CJ가 이번 부음을 계기로 어쨌든 명실상부 2세 주도의 시기가 저물어가는 국면에 본격적으로 직면하고 3세의 시대가 여러 면에서 완전히 열리게 되면서 변화를 주문받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CJ그룹 회장이 정부가 13일 발표한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과 마침 고인이 별세하는 등 안 좋은 소식이 연달아 나오는 점은 범삼성 일가가 대립각 세우기 대신 어떤 형식으로든 화해와 협력 필요성에 직면한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CJ그룹은 그룹 수장의 형 집행정지 기간이 11월21일까지로 4개월 연장되면서 한숨 돌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총수 부재 국면 장기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010년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 자살 당시 발인 절차에  범삼성 일가 사람들 즉 친지들이 전무하다시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상황이 빚어진 전례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번 '이맹희 타계' 국면에서 이런 모습이 되풀이되는 것은 분명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삼성상회 발족 이후 불과 3세대 만에 글로벌 기업군으로 급속 성장을 했고 계열분리를 통해 후손들이 부를 분배, 세습하는 데에도 나름 성공했지만 냉전에 가까운 갈등을 겪는 범삼성 일가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 시선이 적지 않다.

삼성, 한솔, CJ, 신세계 등 내노라 하는 집단들로 친족 집단들이 한국 경제 전반을 주물러 왔지만 정작 친지 초상에도 냉랭한 이들이라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고인의 별세는 불가피한 갈등의 중심에 섰던 '비운의 황태자' 퇴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문제는 잠시 언급했듯 CJ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의 사면 배제 등으로 이런 상황에서 중심적 화두를 던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결국 문제는 삼성그룹이 어떤 제스처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CJ그룹과 상속 분쟁이 불거진 2012년 이후 3년째 제사에 불참했는데 이번 부고를 둘러싼 대응, 그리고 매년 돌아오는 창업주 추모와 제사 문제 등을 통해 2015년을 범삼성 일가 화합의 시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공이 그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측의 전향적인 마중물 붓기 작업이 이뤄질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