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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호울타리 잃은 특수고용직

하영인 기자 기자  2015.08.10 11: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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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실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성과에 따라 보수 역시 달라지는 이들은 열심히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지만, 일하는 도중 상처를 입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더라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

현재 110만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움직임과 더불어 사업주가 악용할 우려가 있는 '산재보험법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자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산재보험 의무가입 추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10년이 넘도록 정부와 고용주, 근로자 간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기사 △학습지 교사 등 일부 직종이 특례에 따라 가입할 수 있게 됐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들은 근로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선에 서 있다. 근로자와 유사하고 경제적으로도 사업주에게 의존하는 형태지만, 명목상 개인사업자로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사고가 나더라도 기업이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핑계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지난 1964년 도입된 산재보험은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보험료를 걷은 뒤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보상해주는 제도다. 적용대상이 점차 확대된 끝에 현재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이 가입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히 적용되는 제도이자 권리지만, 특수고용직 종사자 대다수는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에는 업무 특성상 산재보험을 거부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보험설계사는 회사에서 보험료를 부담해주는 단체보험이 있고 산재보험보다 이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이처럼 보호 수단이 마련된 경우에도 굳이 산재보험만을 고집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산재보험의 도입 의도는 사업주와 국가가 나서 도움이 필요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당사자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이보다도 사업주가 산재보험을 들고자 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에게 불이익 조항을 내건다든지 하는 불공정한 사례가 없는지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특히나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경우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 업종일지라도 스스로 나설 만큼 적극적이지 못해 문제가 된다. 산업 재해 위험이 큰 업종일수록 보험 의무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특수고용직 종사자들 가운데는 법을 잘 알지 못하고 소식에 느린 중장년층, 고령자들이 많다. 본인의 권리를 스스로 챙길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에 대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현실에 맞는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이들이 개인이라는 약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회사에 실질적으로 소속된 것은 아닐지라도 협력자를 넘어 직원처럼 여길 수 있을 때 종래에는 더 높은 이익창출로 보답받을 것이다. 

더 이상 특수고용직이라는 편리한 이름 아래 이들을 방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