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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45] 사람.마음 "트라우마 치유, 사회적응 지원"

"더 많은 피해자 지원, 후원 절실" 국내 최초 트라우마 치료센터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8.06 11: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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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의도치 않은 사고와 폭행 등으로 인해 겪는 트라우마는 단시간 내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에 의한 전문 상담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상처를 공감, 격려하는 분위기도 함께 요구되죠. 올 6월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은 '사람.마음'은 상처치유는 물론, 이들이 사회에 다시 적응하고 웃음과 인생의 목표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 홍혜선 사람.마음 사무국장

트라우마란 심리적 외상(外像) 사건으로 신체적, 심리적 안녕을 위협하고 정체성을 파괴하는 경험을 뜻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지속적인 악몽, 사람에 대한 신뢰 상실, 공간에 대한 두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사람.마음은 한국사회 최초의 트라우마 전문 비영리 민간 심리치료 및 인권센터다. 사람.마음에서는 인권·평화·존중을 기반으로 △아동학대 △충격적인 사별 △고문 및 공권력으로 인한 폭력 △국적 △인종 △성정체성 △신체질환으로 인한 박해 △성매매 경험 △난민까지 이들이 원하는 치유의 길과 마음의 힘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2년 3월부터 활동을 이어오다 6월22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고 새롭게 출발한 트라우마 치유센터 사람.마음(이하 센터)을 찾아 치유의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경제적부담 가진 피해자, 저비용으로 치료

센터에서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을 '생존자'라고 부른다. 생존자들은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행, 사고 등 의도치 않은 충격을 받거나 그에 따른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생존자들이 전문적 상담과 치료를 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대부분의 생존자는 트라우마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힘들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최현정 대표는 트라우마의 회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자원을 이용해 공동체에서 이뤄져야 할 사회적책임이 있다고 판단, 최소한의 비용을 가지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트라우마 치유센터 '사람.마음'을 설립하게 됐다.

현재 센터는 후원금과 정부 및 연계기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달 평균 100번 정도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생존자들은 지역 기관, 시민단체, 성폭력 상담소 등 민간기관 및 인터넷을 통해 센터를 찾고 있다.

홍 국장은 "성폭력, 자살유족 등의 경우 일시적으로 정부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지원 금액과 기간에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오래전 학대 등을 경험한 생존자의 경우 성인이 돼서도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데, 단체와 정부 등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는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지원 틈새를 메꿔 생존자를 최대한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센터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트라우마 초기 치료단계를 놓친 생존자는 물론, 고비용의 부담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생존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최대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부연했다.

◆"센터는 고립된 피해자들이 사회로 진입하는 중간 공간"

생존자들이 트라우마는 대부분 지속적인 악몽, 대인관계 기피, 공간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나타난다. 현재 사건에서 벗어나 안전함에도 불구, 계속 공포와 위협을 느끼며 긴장 속에 살아가게 됨에 따라 활동이 위축되고 제한적이게 된다.

또한, 스스로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느끼며 사회적 박탈감, 고립감, 수치심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현정 센터 대표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스스로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은 중대한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자기 의지대로 해결하고 싶어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존자들에게 "'예전에 일어난 일인데 잊어버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이야기"라며 "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센터에서는 집단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 프로그램인 △트라우마 미술치료 △변증법행동치료학교 △아우토겐트레이닝 △트라우마 생존자의 치유대화모임 등을 통해 다른 생존자들과 상처를 서로 공유, 위로하고 회복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같은 상처를 나누고 이해함으로써 조금씩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타 영리기관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다. 영리기관의 경우 1회 10만원 정도로 운영되고 있으나, 센터의 경우 8회 진행에 8만원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출석률 6회 이상일 경우 3만원을 다시 되돌려 주고 있다.

최 대표는 "센터는 생존자들이 다시 사회로 진입하는 중간적 공간에 대한 의미도 있다"며 "단순히 심리치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과정 중에 있는 생존자들이 잃었던 자존감과 희망을 찾고,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지속적 캠페인·홍보활동…트라우마 인식개선 앞장

트라우마 생존자들의 치료가 전문적 상담뿐 아니라 사회적 공동책임을 가져야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을 모색, 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센터의 존재를 몰라 치료를 미루고 있는 생존자들이 많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센터에서는 올해 하반기 전국민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인식개선 캠페인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캠페인을 통해 트라우마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

또한, 많은 생존자를 지원하기 위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센터는 후원금과 연계기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원금의 한계성이 있어 후원금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도 함께 진행, 물질적·정신적 부분을 함께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인권영화제 기간에 단체 부스를 만들에 트라우마에 대한 정보를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고, 생존자들이 미술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작품도 전시해 일반인들의 공감대를 끌어내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최 대표는 "트라우마 치료는 본인이 회복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많은 생존자가 센터를 찾아주길 바란다"며 "이와 함께 센터에서는 오해와 편견을 가진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대외적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