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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J대한통운, 실적호조 미풍에도 더운 이유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8.03 16: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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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명실상부 국내 물류시장 절대강자인 CJ대한통운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매출액은 1조2665억원, 영업이익은 44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3.2%, 14.6%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는 CJ대한통운의 2분기 실적에 대해 "2분기 택배 처리물량이 전년동기 대비 26.8% 증가해 연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여 호조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 이후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실적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웃을 여유는 없는 듯하다.

2분기 실적 중 당기순이익은 25.4% 줄어든 데다 택배 노동자 고공농성,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 참여, 농협·쿠팡 택배시장 진출 움직임 등 신경 쓸 부문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매출 25조원' '글로벌 TOP5' 물류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CJ대한통운은 현재 택배시장 점유율 40%에 이르는 물류시장 절대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물류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먼저 물류업계 인수전 대어인 동부익스프레스 예비입찰에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칫하면 물류시장의 주도권을 유통기업에 넘겨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이미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인수, 사실상 물류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물류회사 인수를 통해 막대한 물류비용 절감에 나서면 CJ대한통운이 전담했던 물량을 고스란히 빼앗기기 때문이다.

NH농협과 쿠팡의 택배시장 진출 움직임도 신경을 기울일 부분이다. NH농협은 당초 올해 1분기 안에 택배사업 진출 개요와 실행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농협 택배진출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지만 농협이 택배사업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NH농협이 아직 택배사업에 진출하지 않아 CJ대한통운이 공영홈쇼핑 택배사로 선정됐지만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유통센터 50%, 농협 45%, 수협이 5% 지분을 공동출자한 만큼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하면, CJ대한통운의 물량을 빼앗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일배송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쿠팡 역시 택배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1조원을 기반으로 수도권 일대에 대형 물류센터 부지를 물색 중인 쿠팡은 2016년 완공 예정인 인천물류센터를 비롯해 전국 16개 물류센터 구축을 추진과 함께 쿠팡맨 800명을 추가 채용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CJ GLS와 합병 이후 한동안 후유증을 겪었으나 올해 들어 합병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국내 택배시장 영향력이 꾸준히 강해지면서 점유율 40%에 육박한다.

하지만 유통회사와 농협, 쿠팡까지 물류회사 진출해 CJ대한통운의 물량을 가져간다면 CJ대한통운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CJ대한통운의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 참여를 두고 '덩치를 키워 우위를 확실히 점하기 위해'라는 풀이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8일부터 파업을 이어가던 화물연대 울산지부 택배노동자들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공 광고판에 올랐다. 지난달 13일 1차 고공농성을 이틀 만에 중단했지만 사측이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30일 다시 광고탑에 오른 것.

현재 이들은 CJ대한통운 측에 △손배 가압류 철회 △고소고발 취하 △전원 원직 복직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택배노동자들의 이 같은 선택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안팎으로 신경 써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