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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매각협상 난항… 딴죽 거는 미래에셋

이달 중순까지 매각가 협상, 결렬 시 금호 우선매수청구권 잃어

김성태 기자 기자  2015.08.03 1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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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호산업 매각을 두고 채권단과 우선협상권자 간 협상 테이블이 1일 마련됐지만 채권단 중 최대주주인 미래에셋(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펀드인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이 주채권은행의 참석 요청을 거절해 그 의중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미래에셋의 협상테이블 참가요청 거절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빈축을 동반 중이다.

이와 더불어 금호산업의 가치를 놓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평가가 다른 채권단과의 의견차가 커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어나는 와중에 유독 광주상공회의소는 '침묵'으로 일관해 비난 여론이 번진다.

'공정가치' 무시하는 산업은행·미래에셋, 왜?

지난달 23일 미래에셋 등 금호산업 채권단이 매각 협상가격을 1조218억원(주당5만9000원)으로 결정하면서 금호 측이 생각하는 금액(7000억원대)과 큰 차이가 나게 됐다. 이는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주당 3만1000원)에 90.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달 15일 운영위원회에서 회계법인이 진행한 실사 결과에 따라 금호산업 주식의 적정 가격을 주당 3만1000원으로 보고받았다. 이는 5369억원에 해당하며, 채권단은 여기에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프리미엄으로 주당 2만8000원을 얹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한 금액은 금호 측이 고려하는 금액과 2배 차이가 나게 됐으며, 매각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채권단이 제시한 주당 5만9000원의 가격에는 채권단 중 최대 지분(8.55%)을 보유한 미래에셋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채권단은 매각가로 65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1차 본입찰에서 호반건설 한 곳만 참여했고 인수 희망가 역시 6007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 주 이유다. 특히 채권단이 지난 4월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공정가치 평가를 위해 내세운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는 6000억원 수준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채권단의 요구에 금호그룹은 현재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1일 미래에셋이 주채권은행의 참석 요청을 거절해 금호산업 인수전을 둘러싼 박 회장과 금호산업 채권단 간의 줄다리기는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광주경총, "공정가치 지켜라" VS 침묵하는 '광주상의'

미래에셋과 채권단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각계의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광주경영자총협회(광주경총)는 지난달 29일 "채권단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산출한 금호산업의 공정가치를 지켜라"라고 촉구했다.

광주경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삼일·안진회계법인이 산출한 금호산업의 공정가치는 3만1000원이다. 공정가치 평가를 주장해왔던 채권단이 두 회계법인이 산정한 가격의 두 배인 5만9000원을 불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광주경총은 "과연 어느 기업이 공정가치도 지키지 않은 가격 1조원을 투입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금호산업의 원 주인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삼구 회장은 지난 5년간의 구조조정 과정 동안 뼈 아픈 고통을 감내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을 보탰다.

여기 더해 "채권단이 재기에 나서려는 향토 기업의 발판을 뒤흔드는 것을 보며, 자칫 금호그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마저 앞선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호그룹은 경제적 기반이 전국에서 가장 취약한 이 지역에서 지역민들과 애환을 나누며 성장한 대표 향토기업인데 금호그룹의 품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인수가 무산되면 호남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게 자명하다"고 제언했다.

호남대표기업인 금호산업이 원주인인 금호그룹의 품으로 돌아가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채권단이 시장의 공정가치를 지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강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광주상공회의소(회장 김상열)는 금호산업 매각 협상과 관련해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아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광주상의는 최근 신세계의 광주 특급호텔 건립과 관련 광주서구의회가 대규모 점포 등록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자 서둘러 성명서를 배포한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어 빈축이다.

일각에서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섰다가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김상열 광주상의 회장이 금호 지원사격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광주상의가 현 시점을 광주상의가 금호산업 매각 협상과 관련해 왜 침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광주상의가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는 곳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금호 매각 작업에 현 회장의 사심이 담겨있다면 큰 문제"라고 짚었다.

한편,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8월 중순까지 기준가 5만9000원을 토대로 최종 매각가 협상을 벌이게 된다.

가격이 확정되면 금호그룹은 한달의 시한을 갖고 금호산업 인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금호산업 매각가 협상이 결렬될 경우 박삼구 회장과 금호그룹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