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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과 정보비대칭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7.31 16: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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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대법원이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금을 약정하는 관행에 철퇴를 가했다. 앞으로 체결되는 형사사건에 대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한 것이다.

성공보수란 일종의 '조건'으로 의뢰인이 소송에서 이겼을 때 일정한 금전을 변호사에게 주기로 하는 것이다.

형사사건에서는 왜 이런 약정에 대해 효력을 인정하지 말자는 판단을 내린 것일까. '전관예우'로 사람이 구속되고 풀려나는 상황에서 힘을 쓰는 혹은 그런 힘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을 악용하는 일부 사례에 대해 대법원이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그나마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라고 천명하면서, 다만 이미 체결한 약정을 유효하다고 판시한 것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나 실무 종사자에 따라서는 형사사건에서 집행유예나 석방을 조건으로 성공보수 지급을 약정한 경우, 원래부터 마땅히 석방할 사유가 있었다면 변호사가 당연한 일을 구실로 추가 수임료를 받아내는 것기 때문에 '부당이득'을 본 것이 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아울러, 원래는 석방될 수 없는 피고인이 변호사의 노력(혹은 부정한 인맥 활용)으로 석방된 것이라면 이는 사회적 위험성이 있는 피고인을 부당하게 풀어준 '법조윤리의 붕괴'라고 지적한다.

간단히 말하면 원래 당연히 할 일을 하는 대가로 법률이나 송사 실무를 잘 모르는 이에게 돈을 더 받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차단하자는 발상에는 일리가 있다. 즉 '정보의 비대칭'을 악용하는 것에 대해 응징하자는 것이며, 이런 주장이 원론적으로 점에는 이견이 별달리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정보 비대칭론의 선의와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으나, 실제 변호사를 고용하고 수임료를 지불하는 입장에서는 또다른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람이 인신구속되는 경우, 극히 당황하게 되고 본인 일상이나 직업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생활까지 막대하게 피폐함의 후폭풍이 몰아닥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풀려나게 하는 마법을 부려줄 수 있는 게 누구인가. 변호사, 그 중에서도 믿음을 주고 열의를 갖고 일을 맡으려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 과연 이런 성공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이 극대화된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소송 전문가인 변호사와 고객이 오히려 갑을 관계가 역전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성공하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 성공보수가 기능한다.

심지어 이 같은 성공보수의 구조 때문에, 처음에 착수금을 다소 덜 주더라도 형사사건에 필요한 변호사 수임 문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이 문제는 전관예우라는 또다른 문제와 뒤섞여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가 있기는 하다. 전관예우를 활용해 원하는 판결에 가깝게 성공시켜 줄 테니 돈을 더 달라는 문제와 성공보수가 결합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관예우 변호사를 잡기 위해 성공보수를 틀어막자고 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전관예우 변호사만 성공보수를 누렸는지 모르겠으나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즉 변호사가 상당히 늘어 법원이나 검찰 근무 경력이 없이 개업해야 하는 순수 재야 변호사, 특히 수임 과정에서 연수원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로스쿨 출신이 적극적으로 성공보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나는 이렇게 본다, 지금은 믿음이 안 가는 모양인데, 믿고 맡겨주면 나중에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결과를 꼭 만들어 주겠다"는 변호사의 영업활동을 성공보수가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협상'과 '저울질'이 고객과 변호사간에 가능하도록 하는 게 오히려 정보 비대칭을 타파하는 데 더 긍정적이지 않을까. 대법원의 결론은 따라서 성공보수가 오히려 이렇게 정보 비대칭의 부산물에서 정보 비대칭을 깰 옥동자로 거듭날 가능성을 부정한 판결이다.

혹자는 형사 영역에서 성공보수를 그간 주고받아 온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거의 유일하고, 미국은 민사사건의 성공보수금은 인정하지만 형사나 가사사건, 입법로비 영역에서는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미국처럼 변호사 쇼핑권이 원론적으로 가능한 나라에서나 가능한 고담준론에 불과하다. 그간 변호사가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고객에게 결정권이 일부라도 넘어온 적이 있었던가. 그냥 가난한 변호사,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양극화되었다 뿐이지 평균적으로 피부로 일반인이 느끼는 변호사 수임료는 제대로 하락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 법조계의 구조가 미국식으로 하루아침에 변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형사 성공보수금을 활용해 젊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변호사 등이 사건 수임을 위한 영업력을 키우도록 '성공보수의 진화'를 유도해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보 비대칭을 오히려 키우는 현상유지적 판단이거나 오히려 상황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