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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 칼럼] 한민족과 가장 오랜 세월 채소 '마늘'

송준 칼럼니스트 기자  2015.07.31 15: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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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마늘이 가진 다양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냄새와 매운 향 때문에 인간만이 마늘을 먹는다. 마늘은 해충으로부터 공격 받지도 않고, 토끼나 두더지를 쫓아내기까지 한다. 영양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마늘은 인류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이 때문일까. 인간이 되기 위해 마늘을 먹어야만 했던 단군신화 스토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와 이집트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에 마늘 이야기가 있고, 통일신라시대에는 전국적으로 재배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150년, 흉노족을 견제하고자 중국 한나라의 황제 무제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동맹을 맺기 위해 외교사신을 파견했는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장건에 의해 마늘이 중국 일대에 전파됐다.

그런데 고조선이 세워지기 약 2000년 전 이야기인 단군신화에 마늘이 등장한다. 어찌 된 일일까. 당시 사람들은 마늘을 '산(蒜)'이라고 칭했는데, 산은 마늘 뿐 아니라 달래를 부를 때도 쓰였던 터라 단군신화에 나오는 마늘은 사실 마늘이 아니라 달래였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건 마늘의 역사는 천년이 넘는다. 우리에게 친숙한 고추, 고구마, 감자, 옥수수, 호박 등이 조선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온 작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작물을 꼽으라면 마늘은 한참 형님뻘이다. 
 
마늘이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어서 그렇지, 인삼처럼 재배하기가 까다로웠다면 인삼보다 훨씬 비쌌을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마늘의 효능은 인삼에 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마늘을 일컬어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도 하는데, 부담스러운 강한 향기 외에 100가지가 넘는 이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마늘은 항암효과를 가진 40여 가지 식품 중에 가장 월등한 항암효과를 자랑한다. 마늘이 함유하고 있는 '알리신'이란 물질은 페니실린이나 테라마이신보다 강력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어 세균 성장을 억제하고, 감기를 예방한다. 알리신은 살균효과뿐 아니라 비타민B의 흡수와 이용률을 높여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이 같은 효능들로 미국의 유력 언론 '타임'은 마늘을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한 바 있다.

◆육쪽마늘
마늘은 한지형과 난지형의 종류로 나뉜다. 마늘의 쪽 수가 6개인 것을 육쪽마늘이라 하는데, 이 마늘은 한지형마늘로 의성, 단양, 서산에서, 난지형 마늘은 제주와 해남지역에서 주로 재배가 된다. 한지형마늘(육쪽마늘)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수확량이 적어 고가이나, 크기가 균일하며 단단하고 향이 진한 특징이 있다.

◆의성마늘
지역상 분지형으로 일교차가 크고, 우리나라 최초 화산 폭발 지역인 금성산에서 분출한 화산재와 석회석 토양으로 만들어진 혈암(shale) 지대는 마늘 농사에 적합하다. 의성마늘이라고 하면 밭에서 생산되는 육쪽마늘을 가리켰는데, 재배기술이 발달하고 이모작이 확대돼 지금은 크기가 커지고 쪽수가 많아졌다. 한지형 마늘이라 하더라도 대개 6~8쪽이며, 대부분 논마늘로 생산되고 있다. 마늘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6월 중하순에 수확, 한 달 간의 건조과정을 거쳐 7월 중하순 이후 본격적으로 출하된다.

◆서산마늘
충남 서산은 해양성 기후와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어 마늘 농사에 적합하다. 특히 4, 5월의 바닷바람이 바이러스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마늘의 성능이 특히 좋다. 1504년 연산군일기에 서산마늘이 품질이 우수하다는 기록이 나오는 등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다.

◆단양마늘
단양은 지형적으로 석회암 지대로 약산성의 토양과 밤낮의 일교차가 커 마늘 재배에 적합하다. 매년 10월 단양 육쪽마늘 축제가 열린다.

◆대서마늘
난지형 마늘의 한 종류로 스페인 마늘이라고도 한다. 스페인에서 들여와 경남 창녕 일대에서 재배에 성공, 품종화 됐다. 이 마늘은 12쪽 이상이고 쪽이 작으며 크기 또한 각각 다르다. 수확량이 많으며 9월 중순경 파종해 겨울을 나는 난지형 마늘이다. 한지형 마늘보다 한 달 먼저 수확한다. 

송준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